회사 회의실 냉기 바람이 내 의자 뒤에서만 나왔다
회사 회의실 냉기 바람이 내 의자 뒤에서만 나왔다. 그날도 평소처럼 중간 회의 준비로 일찍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에어컨 바람이 천장에서 전체로 퍼지는 느낌이 아니라… 딱 내 자리 등 뒤로만 찬 기운이 모여드는 것 같았어요.
처음엔 그냥 내 등받이가 벽 쪽이라 바람이 돌아오는 줄 알았죠. 회의실은 항상 같은 자리 배치였고, 저는 늘 그 의자에 앉습니다. 그런데 회의 시작할 때마다, 누가 뒤에서 살짝 문을 열어 찬 공기를 들이붓는 것처럼 바람이 “휙”하고 스치고 지나갔어요. 소리는 거의 없는데, 팔목이나 목덜미만 유독 차가워서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의 내내 가끔씩 자세를 바꿔봤어요. 의자를 살짝 왼쪽으로 당기면 바람도 그쪽으로 따라올까 싶었거든요. 근데 놀랍게도, 제가 움직인 방향이 아니라 내 등받이 위치에 맞춰 바람이 다시 잡히는 느낌이었어요. 다시 말해, 의자를 약간 돌려도 바람은 늘 “내 뒤”에서만 나왔습니다.
저만 그런 건가 싶어서 다음날은 테스트처럼 행동했어요. 회의실에 먼저 들어가서 혼자 앉아 등받이에 손을 대고, 찬 기운이 올라오는 순간을 기다렸죠. 에어컨 설정은 같았고, 다른 때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그날은 거의 정각처럼 바람이 들어왔습니다. 손바닥으로 공기를 느끼는 건데, 바람이 닿는 위치가 딱 등 뒤, 정확히 “의자 뒤 프레임” 주변에 한정돼 있더라고요.
그 다음엔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봤습니다. “회의실 바람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가볍게 던졌더니, 선배가 웃으면서 “여기 옛날에 냉난방 고장 나서 누가 수리하다가 제대로 못 맞춘 거 아니냐”는 식으로 넘기더라고요. 또 다른 팀원은 “어떤 사람이 그 의자에 앉으면 유독 추워서 다들 옮겨 앉아”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더 찜찜했어요. 저는 그때까지 그런 이야기를 한 번도 못 들었거든요.
사실 그 회의실은 예전부터 공기가 애매했어요. 문 닫히는 소리가 평소보다 늦게 나고, 내부가 약간 습한 느낌이 있고, 특히 밤에 퇴근하고 나면 복도 쪽보다 한 단계 더 조용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계속 의자를 바꿔가며 버텼죠. “이번엔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바람은 회의가 시작될 때마다, 누군가가 질문하거나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에 맞춰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주에 회의실을 새로 배정받은 날이 있었어요. 제가 앉을 자리가 아니라 다른 의자에 앉았는데, 그때는 바람이 안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회의 중간에 누가 자리 정리한다며 제 옆자리를 살짝 비켜 주더니, 제 의자 위치가 아주 조금만 달라졌거든요. 그 순간, 찬 기운이 또 나타났어요. 이번엔 내 등 뒤가 아니라 내가 다시 ‘등을 기대는 각도’에 맞춰서 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마치 누군가가 내 체온을 계산하듯이요.
저는 결국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회의실 출입 시간, 에어컨 온도, 사람 수까지 메모해뒀는데, 이상한 규칙이 하나 보였어요. 바람이 강해지는 타이밍은 날씨나 온도와 거의 무관했고, 대부분 “회의에서 누군가 책임을 떠넘기거나, 말을 돌릴 때”였습니다. 그때마다 내 등 뒤에서만 찬 공기가 스치고, 저는 모르게 숨을 한 번 크게 들이키게 되더라고요. 몸이 먼저 알아채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결국 저는 확인을 해봤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나간 뒤, 제가 의자 뒤쪽을 유심히 봤어요. 바람이 나온다는 느낌이 계속 남아 있어서, 의자 밑 프레임과 벽 쪽 틈을 손전등으로 비춰보려 했는데… 뭐랄까, 딱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처럼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누가 테이프로 임시로 틀어막아 둔 흔적. 그런데 그 흔적이 “최근에” 남은 것처럼 선명했어요. 제가 입사한 뒤로는 아무도 그 의자를 뜯어볼 일이 없었는데요.
그 후로는 회의실에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의자 뒤를 먼저 보고, 가능하면 바로 자리를 바꾸게 됐습니다. 바람이 오지 않는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하려고 해도 결국 내 몸이 기대는 지점에 맞춰 다시 찾아오는 느낌이라 더 이상하죠. 아직도 가끔, 회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 등 뒤에서 아주 얇게 찬 기운이 스치면… 저는 누가 내게 말 대신 답을 숨겨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부터 먼저 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