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내 차가 아닌데 내 번호로 호출이 왔어
지하주차장에 내 차가 아닌데 내 번호로 호출이 왔어. 그날도 퇴근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1층 경비실 쪽 안내 전광판이 깜빡이더라. “차량 호출: 1B-07, 고객번호 9xxx” 같은 문구가 떴는데, 문제는 그 ‘고객번호’가 내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내 번호랑 똑같았다는 거야.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 아파트 관리앱에서 차량 위치 확인하는 기능이 있긴 한데, 내가 지금까지 그런 호출을 직접 건 적은 없거든. 그래도 혹시나 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지. 지하 특유의 습한 공기랑 형광등 소리가 귀에 붙는 느낌,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라. 전광판에 찍힌 칸은 1B-07,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건 내 차랑 완전 다른 색이야.
내 차는 흰색인데 거긴 짙은 회색이었고, 차종도 달랐어. 번호판도 물론 다르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회색 차는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하이빔도 아닌데 계기판 쪽에서 약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어. 나는 잠깐 멈춰 서서 “혹시 관리사무소에서 잘못 부른 건가?” 싶어서 전화를 하려다가, 휴대폰이 먼저 울리더라.
전화는 동일한 번호로 들어왔어. ‘통화중’ 같은 표기가 아니라, 딱 착신만 걸려 있는 상태로 몇 초 동안 계속 진동을 울렸지. 그리고 통화 연결음이 나기 직전에, 내 폰 화면에 작은 팝업이 떴어. “주차장 호출 응답 필요”라고. 진짜로 거기서 누가 버튼을 눌러서 호출을 넣은 것처럼 보였어.
나는 너무 황당해서 다시 관리앱을 켰어. 내 차량 정보는 정상적으로 떠 있었고, 오늘 출차 예정 같은 것도 없었어. 대신 ‘연동 차량’ 항목이 하나 더 있었는데, 거기에 내 번호와 연결된 것처럼 1B-07이 찍혀 있는 거야. 문제는 그 연동 차량이 내 차가 아니라는 점. 앱 화면 아래에 “요청 차량과 위치가 불일치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 문구가 더 소름이었어. 이미 그 불일치를 알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때 회색 차 쪽에서 “삐—” 하는 전자음이 아주 작게 났어. 문 잠금이 풀리는 소리랑 비슷한데, 누가 리모컨을 누른 건지 잘 모르겠더라. 나는 한 발 물러서서 주변을 봤는데, 주차장은 한산했어. 밤이라 다른 층은 더 어두웠고, CCTV 돔은 천장에 달려 있었지만 각도가 애매하게 꺾인 구역이 있었거든. 1B-07은 그 애매한 구역이랑 겹치는 느낌이었어.
그냥 경비 아저씨한테 말하면 끝날 일인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내가 ‘누가 나를 부른다’는 느낌이 들더라. 내 번호로 호출이 걸린 게 아니라, 내 번호가 어떤 시스템에 걸려서 “확인해”라고 떠미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관리사무소 대표번호로 전화했어. 연결되자마자 “1B-07 차량 호출이 제 번호로 왔는데, 제 차가 아니라 회색 차가 있는 상태예요”라고 말하니까, 상대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객님, 지금 내려가 계신가요?”라고 묻더라.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상대 목소리가 너무 정중해서 오히려 더 불안했어.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 중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휴대폰이 또 울렸어. 이번에는 아까 같은 착신이 아니라, 문자 한 줄만 왔지. “응답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안내가 진행됩니다.” 문장을 읽는 순간, 뒤에서 차 키박스가 울리는 것처럼 ‘딱’ 하는 소리가 났어. 당연히 내 등 뒤를 누가 건드린 건 아니었지만, 소리의 위치가 너무 가까웠어.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는데, 발이 안 떨어지는 것처럼 굳더라. 회색 차 쪽에서 또 한 번 전자음이 나더니, 계기판 불빛이 아예 켜졌다가 바로 꺼졌어. 마치 누가 “정상 확인”을 한 것처럼. 그런데 차 안에는 사람이 보이진 않았어. 창문에 내 그림자만 비치고, 바닥에 내 휴대폰 화면의 빛만 길게 늘어졌지.
관리사무소에서 다시 전화가 와서 “고객님, 죄송합니다. 번호가 잘못 매칭된 것 같습니다. 잠시만요, 저희가 지금 CCTV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했어. 그 말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한편으론 너무 늦었어. 왜냐면 CCTV 확인을 한다는 말과 동시에, 내 앱에 있던 ‘연동 차량 1B-07’이 갑자기 삭제됐거든. 그리고 문자도 하나 더 왔어. “이미 처리 완료되었습니다.”
그 후로 한동안 지하주차장만 들어가면 심장이 먼저 뛰더라. 내 차가 아닌데 내 번호로 호출이 왔다—그 사실 자체보다, 그 시스템이 내 번호를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행동’에 연결해버렸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 아직도 가끔 생각해. 만약 그때 내가 전화를 받았으면, 다음 안내가 어디로 넘어갔을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내 차가 아니라 그 자리의 회색 차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