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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진료 종료 후에도 내 팔에 반창고가 남아 있었어

2026-08-24 12:29:13 조회 3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진료가 끝났다고 해서 병원 문을 나서는데, 이상하게도 내 팔에 반창고가 붙어 있는 게 보였어. 분명 오늘은 검사만 하고 약 처방 받고 끝난 날이었거든. 그런데 손목 쪽을 가만히 만지니까, 살짝 들뜬 느낌이 들면서 그 반창고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소독을 새로 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걸 붙인 적이 없었는데 말이지.

처음엔 내가 신경을 잘 안 쓴 걸 거라고 생각했어. 병원에 있을 때 간호사가 혈관 잡는다면서 팔을 만진 적은 있었거든. 채혈이나 주사 같은 거 할 때마다 늘 반창고로 덮어주니까, 그냥 “아, 그때 붙여둔 채로 퇴원했나 보다”라고 넘기려 했지. 그런데 퇴원하는데도 시간은 넉넉히 걸렸고, 마지막에 설명 들을 때도 반창고가 계속 붙어 있었는지 나는 기억이 안 났어.

집에 와서 씻는데도 반창고가 좀 이상했어. 일반적으로는 접착이 강해도 피부에서 금방 떼어지는데, 그건 뜯을 때마다 피부 표면이 같이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더 조심히 떼려고 했는데, 반창고 밑이 생각보다 멀쩡했는데도 이상하게 따끔거리더라고. 상처가 크게 난 건 아닌데, 손끝으로 만지면 “여기 뭔가가 있었다”는 감각이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반창고를 떼고 나서 확인해보니, 작은 동그란 자국만 남아 있었어. 주사 맞고 남는 자국이랑 비슷한데 크기나 모양이 조금 달랐어. 딱 동그랗게 눌린 듯한 모양이 아니라, 마치 누가 얇은 막을 붙였다가 떼어낸 것처럼 경계가 흐릿했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국 주변에 아주 미세한 선처럼 뭔가가 번져 있었는데… 내가 알던 “의료용 반창고”랑은 좀 결이 달랐어.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병원에 전화했어. “어제 반창고를 제가 못 뗀 게 맞는지” 정도로 가볍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전화받은 쪽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잠깐 말이 끊겼어. 그리고는 “진료 끝나고 퇴실 안내할 때 떼셨을 걸로 기록되어 있어요”라고 하더라. 나는 “제가 퇴실할 때는 분명 팔에 반창고가 없었거나 적어도 눈에 안 띄었을 거예요”라고 했는데, 그 사람은 계속 조심스럽게 “기록상엔 제거 완료로 되어 있습니다”라고만 반복했어.

기록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까 더 찜찜해졌어. 어제 마지막에 간호사가 옷 정리 도와주고 퇴실 안내했잖아. 그때 내 팔을 손으로 잡는 동작이 있었는데, 그게 주사 부위를 확인한 건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붙이고 떼는 동작이었는지 기억이 애매하게 섞였어. 그날 나는 진료 내용이 급해서 정신이 없었고, 설명 듣느라 집중했거든. 그래서 “내가 못 본 것”일 수도 있는데… 그 짧은 순간에 누가 내 팔에 반창고를 붙이고 또 제거했다면, 왜 나는 집까지 그걸 그대로 끌고 가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됐어.

그래서 나는 내심 확인해보고 싶어서, 오늘 진료 때 다시 그 병원에 갔어. 접수할 때 어제 일을 말하니까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호 기록은 전산으로 남아서요. 담당 간호사 확인해드릴게요”라고 했어. 그런데 기다리는 동안 이상한 게 있었어. 대기실 벽 시계가 계속 늦어지는 느낌이 드는 거야. 정확히는 “초침이 멈추는 순간이 가끔 생긴다”는 느낌.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기엔 사람들 오가는 소리가 평소와 똑같이 들렸거든.

담당 간호사가 나와서 내 팔 자국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했어. “이거… 반창고 밑에 가벼운 자극이 있었던 것 같네요. 보통은 며칠이면 가라앉아요.” 그런데 잠깐 멈칫하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원래는 여기 붙이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떼고 나서도 피부 상태를 한 번 더 봐야 하는데요”라고 했어. 그 말이 왜인지 걸렸어. ‘원래’라는 표현이 너무 확신에 가까웠거든. 마치 내 팔에 붙었다가 떼어진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날 진료가 끝날 무렵, 간호사가 서류를 주면서 “혹시 어제 퇴실할 때 손으로 만져보신 건 아니죠?”라고 물어봤어. 나는 아니라고 했어. 그런데 간호사는 “그럼 다행이네요”라고 하면서, 그 말을 끝내려다가 잠깐 입을 다물었어. 그리고는 마치 본인도 말이 새는 걸 막는 것처럼 미소를 정리했지. 집에 돌아와서 내 팔을 다시 봤는데, 자국이 점점 옅어지면서도 이상하게 가끔씩 ‘붙어 있던 자리’만 간지럽더라. 막이 벗겨진 뒤에 남는 그런 간지러움이 아니라, 마치 피부 안쪽에서 스스로 눌린 걸 기억하는 것처럼.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생각이 들었어. 왜 나는 진료가 끝난 뒤에도 반창고가 남아 있었을까. 실수였을 수도 있지. 하지만 병원에서의 “기록상 제거 완료”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내 납득을 막았어. 그리고 간호사의 마지막 질문처럼, 내가 만져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도 이상했고. 아직도 그 자국을 가끔 떠올리면, 그날 대기실 시계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이 같이 올라와. 반창고는 피부에 붙어있던 게 맞는데, 나는 그날 내 몸의 시간이 잠깐 다른 줄에 끼어버린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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