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기 직전에 삐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2026-08-24 20:29:11 조회 4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기 직전에 삐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딱 그 순간만큼은 왜인지 “아, 방금 누가 한 번 더 눌렀나?” 싶을 정도로 평소랑 똑같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야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고, 건물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해서 층수 표시랑 바닥 타일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7층 버튼을 눌렀는데, 버튼을 누른 건 내 손이었고, 확인하는 것도 내가 했다.

문이 닫히는 과정에서 원래는 한 번 “삐” 하잖아. 그런데 이번엔 문이 거의 다 닫힌 상태에서, 아주 짧게 딱 한 번 더 났다. 소리가 더 났다고 해서 문이 다시 열리진 않았고, 그냥 닫히는 속도만 살짝 멈칫한 느낌? 그게 너무 신경 쓰여서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면을 봤다.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정상적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 2층, 3층 지나가는 동안은 그냥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5층쯤 오니까 내부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 누가 향수를 뿌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냉난방이 고장난 냄새도 아니었는데… 종이 젖은 듯한, 오래된 비닐 같은 냄새가 아주 약하게 났다. 나는 괜히 생각을 키우기 싫어서 휴대폰을 꺼내 스크롤만 했다.

그런데 휴대폰 화면에 찍히는 엘리베이터 버튼 쪽이, 이상하게도 내 손가락이 닿지 않는 각도로 흔들렸다. 나는 분명히 손을 가슴 높이까지 올려서 화면을 보고 있었고, 몸을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버튼판 옆에 달린 작은 거울 같은 부분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처럼 보였고, 그 틈에 그림자가 한 번 지나가는 것 같았다.

“설마 사람 들어온 건가?” 하고 문 쪽을 보려는 순간, 층수 표시가 잠깐 깜빡였다. 6층에서 7층으로 넘어가기 직전, 표시가 6.9 같은 게 잠깐 뜨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긋난 듯이 멈췄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직후, 아까와 똑같은 소리—삐—가 아주 작게 한 번 더 났다. 이번엔 문 닫힐 때도 아니었는데, 기계음이 아니라 마치 “안에 누가 신호를 준 것” 같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손이 굳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순간,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버튼판이 내 눈앞에서 살짝 아래로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떨어진 건 아니겠지만, 시야가 일그러지듯 움직이면서 내가 있는 공간이 얇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아주 조용한 숨소리가 들렸는데, 마치 누가 내 어깨 바로 옆에서 숨을 들이쉬었다가 참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용기 내서 뒤를 돌아봤다. 근데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빈 공간뿐이었고, 반사되는 벽면도 정상인데, 문제는 “아무도 없는데도 내가 방금 들은 숨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였다. 숨소리는 사라졌는데 대신 그 냄새—젖은 종이 같은 냄새—만 남아 더 선명해졌다. 나는 7층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그 버튼이 눌린 감각이 손끝으로 전달되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덜컥 움직이더니 바로 7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릴 때, 로비 조명은 평소처럼 밝았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문턱을 넘기 직전에 뒤쪽 스피커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번엔 문이 닫힐 때도 아니고 이동 중에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나가려는 타이밍에 맞춰 한 번 더 울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유리창 너머로 내 모습이 보였다.

근데 그때 내 얼굴이 아주 잠깐,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눈을 깜빡인 타이밍과 표정 변화가 늦게 따라오는 영상처럼. 나는 웃고 있었는지, 찡그렸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확실한 건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가 빈 공간으로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거다. 그 뒤로 나는 같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탈 때 문이 닫히기 직전, 삐 소리와 함께 내 등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됐다. 아직도 가끔, 닫히기 직전에 소리가 한 번 더 나는 꿈을 꾼다.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