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조명에서 흔들리는 빛이 사진 속 인물처럼 보였다
중고거래로 받은 조명에서 흔들리는 빛이 사진 속 인물처럼 보였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낡은 조명이라 흔들리겠지, 하고 넘겼는데 그날 밤부터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빛이 스르륵 움직일 때마다, 마치 특정한 사람의 윤곽이 사진처럼 따라 뜨는 느낌이었거든.
중고 앱에서 조명을 저렴하게 판다는 글을 보고 연락했어. “작동 잘 돼요, 전구 포함”이라길래 별생각 없이 거래했고, 집에 와서 박스를 열자마자 냄새부터 이상했어. 오래된 플라스틱 냄새에 섞여서, 뭔가 축축하게 식은 듯한 냄새가 아주 옅게 났다. 그래도 조명 상태는 멀쩡해 보였고, 전구도 켜지긴 켜졌다.
문제는 켜는 순간 바로 생겼다. 조명은 스탠드형인데,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빛이 일정하게 퍼지지 않고 미세하게 흔들렸다. 처음엔 조명 머리 부분이 헐거워서 그런가 싶었는데, 손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흔들림이 더 심해졌어. 신기하게도 그 흔들림이 단순한 떨림이 아니라, 형태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걸 “사진 속 인물처럼” 봤던 건, 방 안 어딘가에 내가 올려둔 액자 때문이야. 예전부터 책상 위에 가족 사진을 걸어뒀는데, 조명이 흔들릴 때마다 그 사진의 인물이 있는 자리 쪽 벽면에 빛이 겹치면서 윤곽이 떠올랐어. 얼굴을 정확히 그린 건 아니었는데도, 눈으로 ‘그 사람’을 인지하는 순간이 와버리더라. 빛이 사람 모양으로 움직인다고 믿게 되는 그 느낌이 있었다.
처음엔 사진이 걸려있어서 착시인가 싶어서, 액자를 떼고 조명을 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방향의 벽면에 비슷한 형상이 다시 나타났어. 이번엔 액자가 아니라 벽의 얼룩 무늬와 그림자가 섞이면서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고, 그 모양이 매번 비슷한 자세로 고정됐다가 사라졌다. 마치 누가 조명 앞에 서 있다가, 내가 볼 때만 살짝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조명을 바로 끄고 전구를 확인했어. 전구는 정상이고, 필라멘트도 멀쩡했어. 스탠드 나사도 조여보고, 전원 연결부도 다시 맞춰봤는데 흔들림은 그대로였고, 무엇보다 빛이 흔들릴 때마다 “사진 속 인물처럼” 보이던 그 포인트가 동일한 위치에서 반복됐다. 그 위치는 우연히 벽의 무늬가 만들어내는 각도 정도로 설명하기엔 너무 일관적이었어.
다음 날, 나는 다시 중고 판매자에게 연락해봤다. “조명이 이상하게 흔들려요. 빛이 벽에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혹시 고장인가요?”라고 장난 섞어 물어봤는데, 판매자는 답이 늦게 오더니 “그건 빛이 각도 타서 그래요. 반품은 어렵고, 그냥 쓰세요”라고만 보냈어. 그 뒤로는 더 묻지 말라는 듯이 대화가 끊겼고, 내가 사진을 올리거나 말로 자세히 설명하려고 해도 답이 없었어.
밤이 되면 더 심해졌어. 낮에는 그저 흔들리는 빛 정도로 보이는데, 해가 지고 방이 어두워지면 벽면이 더 잘 먹어서 그런지 형태가 더 또렷하게 잡혔다. 특히 내가 잠깐 화면을 보거나 고개를 돌리는 사이, 빛의 떨림이 ‘정지한 듯’ 잠깐 고정됐고, 그 순간에야 아까 보던 인물 윤곽이 확 뜨는 거야. 너무 노골적으로 얼굴이 보이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정보만 정확히 남아있었다.
그래서 결국 조명을 창고 쪽으로 치우고, 다른 조명으로 방을 바꿨는데도 한동안 시선이 따라가더라. 끄고 나서도 머릿속에 잔상이 남아서, 바닥이나 벽의 얇은 그림자만 봐도 “저 각도면 다시 보이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생각해도 웃긴데, 그 빛의 흔들림은 단순히 조명 문제라기보단, 내가 ‘보는 방식’을 유도하는 것 같았거든.
요즘은 조명을 처분하려고 사진도 찍어뒀는데, 문제는 사진으로 담기지가 않더라. 실제로 내 눈으로는 분명히 보였던 그 순간이, 카메라 화면에서는 그냥 흔들리는 빛으로만 남아.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아. 보는 사람의 마음이 그 모양을 완성하는 건가, 아니면 처음부터 조명 안에 “보이도록” 만들어진 무언가가 있는 건가. 오늘도 가끔 방에 불을 켜기 전에, 벽 쪽 어딘가에서 누군가 빛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느낌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