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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현관 벨이 울린 뒤에 내 발소리가 따라오지 않았어

2026-08-25 04:29:13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현관 벨이 울린 뒤에 내 발소리가 따라오지 않았어. 그날도 평소처럼 늦게까지 게임하다가, 배달 앱 알림 끄고 나서야 문득 조용하다는 걸 느꼈거든. 벨 소리는 딱 한 번, 길게 울리는 타입도 아니고 동네 관리사무소에서 누르는 것처럼 “띵” 하고 끊겼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

현관 쪽을 보니 불도 안 들어와 있고, 복도 CCTV가 있는 건 아닌데도 왠지 공간이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더라. 나는 습관처럼 신발을 가지러 베란다 쪽으로 돌아섰고, 그 순간부터 내 발소리가 이상했어. 원래는 바닥이 똑똑거리면서 따라오는데, 그날은 발을 옮겨도 “소리”가 안 났어. 소리가 없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내 귀에 “안 닿는” 느낌에 가까웠다.

처음엔 바닥이 닦여서 그런가 싶었어. 근데 신발을 신은 뒤에도 계속 그랬어. 나는 거실에서 문 쪽까지 몇 걸음이면 가는데, 이상하게 속도가 느려지면서도 발은 무겁게 남아 있는 것 같았어. 더 소름이었던 건, 내가 걸을 때마다 현관 쪽에서 아주 옅은 마찰음이 같이 들렸다는 거야. 분명 내가 움직이는데, 발소리는 아닌데 누군가가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 같았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누구야?” 하고 문을 열기 직전까지 목소리를 냈어. 근데 대답은 없었고, 대신 벨이 다시 한 번 울렸어. 아까랑 똑같이 딱 한 번. 나는 당연히 누가 다시 눌렀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손바닥이 감각을 잃는 것 같았어.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어. 복도는 평소처럼 어두웠고, 누가 지나갔는지 발자국도 없고, 엘리베이터 소리도 없었어. 그런데 내 시선이 바닥을 향하는 순간 더 이상해졌어. 복도 바닥에 내 발자국이 있어. 분명 나는 그 순간 복도를 보려고 문을 열었고, 한 발도 내딛지 않았는데 발자국이 먼저 있었어. 그리고 그 발자국 끝이 현관 벨이 있던 방향으로 이어져 있었어.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었다가, 다시 문을 닫으려 했어. 근데 문이 잘 안 닫히는 느낌이었지. 문틈 사이로 복도 공기가 스며드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 방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 숨을 들이마시면 목이 잠깐 막혔다가 뚝 풀리는 식으로, 마치 공기가 “목소리 없는 쪽”으로만 흐르는 것 같았어. 그때야 깨달았어. 내 발소리가 안 나는 건 우연이 아니라, 내가 있는 위치가 소리랑 연결이 끊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에 다시 들어와서 거울을 봤어. 얼굴은 멀쩡했는데, 이상하게 옷자락 끝이 아주 미세하게 떠 있는 것 같았어. 바람도 없는데 말이야. 나는 침대 옆에 있던 슬리퍼를 신어봤는데, 그때도 소리는 안 났어. 대신 벨 소리가 머릿속에서 “띵” 하고 울리는 것처럼 계속 잔향이 남아 있었고, 그 잔향이 점점 내 발뒤꿈치 쪽으로 옮겨가는 느낌이었어. 듣는 방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 소리가 따라오는 거야.

그래서 결국 관리사무소에 전화하려고 폰을 들었는데, 화면을 켜기 전에 이미 통화 화면이 떠 있었어. 누가 내 폰을 조작한 것도 아니고, 앱도 아니고 그냥 “부재중 통화” 목록이 펼쳐져 있었는데, 최근 기록이 없거든. 그런데 딱 한 개가 있었어. 시간은 내가 방 안에서 벨 소리를 들은 직후랑 똑같이 맞물려 있었고, 발신자는 ‘현관’ 비슷한 이름이었어. 통화 내용을 보니까 연결된 시간은 00:00으로 찍혀 있고, 기록엔 음성파일이 없는데도 스피커 아이콘만 깜빡였어.

그때부터는 내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내 뒤에서 “따라오는” 감각이 생겼어. 발소리는 안 나는데, 내 등 뒤에 누가 숨을 붙이고 있는 것처럼 미세한 압력이 느껴지더라. 나는 더는 현관 쪽을 보지 않고 커튼을 치려 했는데, 커튼이 손에 잘 안 잡혔어. 마치 천이 내 손을 피해 가는 것처럼, 손끝이 지나갈 때만 촉감이 늦게 따라오는 느낌.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어. 내가 누군가를 기다린 적이 있나? 벨을 누른 적이 있나?

나도 모르게 현관 앞에 서서, 벨 버튼을 확인했어. 버튼은 눌린 적 없는 상태였고, 먼지도 거의 없었어. 그런데 버튼 옆에 작은 물기 같은 게 묻어 있었는데, 손가락으로 문질러도 닦이지 않더라. 마치 습기가 아니라 “기억” 같은 게 묻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아주 희미하게 내 발소리가 뒤에서 들리기 시작했어. 내가 한 걸음도 안 옮겼는데도 소리가 따라오던 게, 그제서야 내 걸음과 맞춰지는 느낌으로—그러니까, 늦게 도착한 것처럼.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밤마다 현관이 조용한데도 벨 소리가 귀 안쪽에서만 먼저 울리고, 그 다음에야 방 안의 공기가 움직이는 것 같았어. 지금도 가끔 원룸 바닥이 너무 조용한 날이 오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벨을 울린 건 누가일까, 아니면 내 발소리가 내게 돌아오는 순서가 바뀐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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