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선 ‘고객님 부재중’인데 나는 문 앞에 있었어
배달앱에선 ‘고객님 부재중’인데 나는 문 앞에 있었어. 정확히는, 손잡이 잡고 바로 그 순간까지도 분명히 내 앞에 문이 있었고, 바로 옆에는 초인종 버튼도 있었거든. 근데 앱 화면엔 계속 부재중이라고 찍히고, 배달 완료로 넘어가면서도 나는 한 발도 안 움직였어. 그날 이후로 배달앱 알림이랑 위치기반 기능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진 건 처음이야.
그날은 비가 살짝 오락가락하던 평일 저녁이었어. 나는 오피스텔 3층에 사는데, 현관문은 복도 끝에 딱 붙어 있어. 배달은 치킨이었고, 앱에서 “문 앞에 두겠습니다”로 바뀌었어. 몇 분 전부터 현관 쪽 소리 듣고 있다가 “띵동” 할 타이밍을 기다렸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노크도 없고, 전화도 없는데 앱에서 “고객님 부재중”이 뜨는 거야.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어. 혹시 내가 잠깐 화장실 갔다가 다시 오면 늦게 뜨는 건가 싶어서 현관문 앞에서 다시 확인했어. 배달 시간도 방금 전으로 나왔고, 배달기사 위치도 내 건물 근처로 계속 표시되는데, 막상 문 앞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거든.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문에 귀를 대고 기다렸어. 복도엔 물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고, 누군가 내려가는 발소리는커녕, 엘리베이터 벨도 없어.
그래서 나는 앱을 열어서 배달기사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지금 문 앞이에요. 초인종 눌러주세요.”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오더라. “네 고객님, 문 앞에 두고 갔는데요.” 그 말이 더 이상했어. 내가 분명히 문 앞에 있었는데, 누가 ‘두고 갔다’는 거야. 확인하려고 현관문 쪽으로 더 가까이 갔는데, 그 순간 앱 화면이 새로고침되더니 주문 상태가 “배달 완료”로 바뀌는 거야. 배송 완료 버튼도 없고, 그냥 통째로 넘어가 버렸어.
나는 문틈으로 복도를 봤어. 복도는 길고 끝이 어두웠는데, 그 어둠 속에서 누가 서 있는 것처럼 보였어. 그런데 움직이면 들릴 정도로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멀지도 않았어. 그냥 “있다”는 감각만 남는 느낌. 혹시 비 오는 날이라 CCTV 화면 같은 데서 생긴 잔상인가 싶어서, 다시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데 그때 핸드폰이 또 울렸어. 앱 알림으로 “고객님이 수령하셨습니다”라고 떴거든.
근데 나는 수령을 한 적이 없었어. 문 손잡이는 잡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고, 바닥에도 박스 그림자도 없어. 배달 완료 처리된 순간부터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어. 화면은 새빨갛게 ‘완료’만 강조하고, 지도에는 배달기사 위치가 멀어지는 선만 그려졌는데,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은 복도를 한번도 지나간 것 같지 않았어.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게 하나 있었어. 몇 주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땐 내 휴대폰 배터리가 이상하게 빨리 닳아서 애초에 못 봤을 수도 있다고 넘겼던 거야.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 싫어서 고객센터에 문의했어. “문 앞에 있었는데 부재중 처리됐고, 완료로 바뀌었습니다. 혹시 오배송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상담사가 하는 말이 정말 기분 나빴어. “고객님 위치 기반 기록상 문 앞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위치 기반 기록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말투가 너무 단정적이었어. 내가 지금 손잡이를 잡고 있는 사진을 보내라고 해서, 급하게 문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더니 상담은 잠깐 멈췄다가 금방 다시 이어졌어. “사진 확인했습니다. 다만 고객님이 계신 위치와 기사 도착 시간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날 시간대를 다시 체크했어. 기사 도착 예정 시간이 19:42였고, 내가 문 앞에 있던 건 19:44부터였어. 그런데 앱에서 ‘부재중’이 뜬 건 19:43, 그러니까 예정 시간보다도 1분 빨랐어. 배달이 1분 늦어지는 경우는 흔한데, 1분 빨라지는 건 이상했지. 비가 오고 복도 사정도 있으니 기사 입장에선 “도착했는데 안 나옴”을 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안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 문 앞에 있던 사람을 “아무도 없다”로 찍어버리는 게 말이 돼?
그날 밤, 나는 현관 앞 바닥을 계속 확인했어. 가게에서 주는 종이 봉투 자국 같은 게 남아있나 싶어서, 조심히 바닥을 훑어봤는데 아무 흔적이 없었어. 대신 문 앞 정면에, 너무 반듯한 먼지 자국이 하나 생겨 있었어. 누가 딱 그 지점에 손이나 발을 대고 잠깐 서 있는 것처럼. 근데 이상한 건 그 자국이 문 앞 바닥에만 있고 복도 전체엔 없었어. 마치 “거기서 멈췄다”는 것만 남겨놓고 사라진 느낌. 그 순간부터 ‘고객님 부재중’이라는 문구가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부재중이 아니라, 내가 ‘부재로 처리된’ 것 같았거든.
며칠 뒤에 나는 또 같은 번호로 배달을 받게 됐는데, 이번엔 기사에게 전화가 왔고, 내가 문을 열자마자 바로 손에 쥐어주더라. 근데 앱엔 또 ‘고객님 부재중’이 뜨려고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수령 완료”로 바뀌었어. 확인해보니 내 위치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던 걸로 표시되더라. 그때 깨달았어. 어떤 날은 내가 문 앞에 있어도, 앱이 나를 “다른 곳에 있는 사람”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거. 그래서 지금도 배달이 “부재중”이라고 뜨면, 먼저 문부터 보는 버릇이 생겼어. 문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화면이 먼저 끝내버리면, 그 다음엔 뭐가 ‘완료’될지… 아직도 생각하면 손끝이 서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