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내가 고르지 않은 쿠폰이 영수증에 붙어 있었다
편의점에서 결제하고 나오는데, 영수증이 살짝 무겁게 느껴졌다. 계산대 위에서 뽑힌 종이를 집어 들자마자, 안쪽 어딘가에 얇은 쿠폰 한 장이 끼어 있는 게 보였다. 나는 분명히 아무 쿠폰도 고른 적이 없는데, 영수증 옆이 아니라 종이 안쪽에 딱 붙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한 세트였던 것처럼.
처음엔 내가 결제할 때 실수로 뭔가를 눌렀나 싶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할인 적용된 항목이 딱 하나만 떴고, 쿠폰 선택 메뉴는 넘긴 상태였다. 점원도 “쿠폰 등록하시겠어요?”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카드 찍고, 담배나 음료 같은 평소처럼 물건만 집어 계산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영수증을 펼치자, 쿠폰은 미리 정해진 것처럼 테두리가 맞물려 딱 붙어 있었다.
쿠폰을 자세히 보려는데 손끝이 좀 얼었다. 쿠폰 이름이 특이했거든. 보통 편의점에서 뿌리는 건 “오늘의 할인” “랜덤 적립” 이런 식인데, 이건 ‘방문 감사’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고, 사용 기한이 특이하게도 내일 날짜로 찍혀 있었다. 오늘 발행이면 당연히 며칠 뒤까지 쓰게 해야 정상인데, 내일 하루만 쓰게 해놨다. 너무 촉박해서 오히려 거슬렸다.
나는 잠깐 계산대로 다시 걸어가서 혹시 잘못 끼워 드린 거냐고 물어볼까 고민했다. 근데 가게 안은 그 순간 조용했고, 계산대 뒤쪽에는 점원이 이미 다른 손님 응대 중이었는데도, 내가 다시 들어가면 괜히 민망해질 것 같았다. “제가 안 골랐는데요”라고 말하면,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릴까봐 그냥 집어 들고 나와 버렸다. 괜히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건 싫어서.
집에 와서 영수증을 다시 보는데, 쿠폰이 붙어 있는 위치가 더 이상했다. 종이 가장자리에 붙은 게 아니라, 영수증 인쇄 줄과 줄 사이에 반쯤 끼워져 있었다. 마치 출력이 끝난 다음에 붙인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 자리에 쿠폰이 들어가 있던 것 같은 결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 날 계산대에서 받은 영수증은 정확히 한 장이어야 하는데, 종이 두께가 ‘추가 종이’가 들어간 느낌이었고, 펼쳤을 때 쿠폰이 마치 다른 항목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처럼 정돈돼 있었다.
그날 밤 생각이 계속 났다. “혹시 내가 계산할 때 뭔가 누른 걸까?”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기억이 더 또렷해졌다. 나는 평소처럼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꺼내고, 물건 두 개를 올리고, 화면에 뜨는 금액만 확인하고 그냥 결제했었다. 쿠폰 선택 화면은 분명히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는데, 스쳐 지나갔다고 해서 내 의도와 상관없이 쿠폰이 끼워질 수는 없잖아. 결국 ‘누군가가 넣었나’ 아니면 ‘시스템이 꼬였나’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영 찜찜했다.
다음 날, 나는 결국 그 쿠폰을 들고 다시 그 편의점으로 갔다. 이상하게도 집에서 떠나기 전까지는 “그냥 버리자”가 맞는 것 같았는데, 막상 새벽에 깨어나니 자꾸 생각났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물건을 또 사면 혹시 또 같은 일이 생길까, 혹은 어제의 내 불쾌함이 착각이었나 확인하고 싶었다. 점심쯤 가게에 들어가서 계산대로 다가가자, 어제 그 점원은 다른 옷차림이었는데도 얼굴이 비슷했다. 나는 쿠폰을 내밀며 “이거 어제 제 영수증에 붙어 있었는데요. 제가 안 골랐거든요. 사용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점원은 잠깐 멈칫하더니, 쿠폰을 보자마자 “아, 그거요?” 하고 웃었다. 웃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불길했다. 그리고는 “어제 결제하신 분들 중에 몇 장이 그렇게 섞여 나갔어요. 기계가 가끔….”이라고 말을 흐렸다. 그런데 ‘몇 장’이란 말이 내 머리를 때렸다. 내가 혼자 겪은 일이 아닌데, 편의점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점원은 쿠폰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 얼굴을 오래 보지 않았다. 마치 내가 묻는 걸 이미 예상한 사람처럼.
나는 쿠폰을 적용받아 음료를 하나 사고 나왔다. 결제는 정상적으로 됐고, 영수증도 평소처럼 얇았다. 그런데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등 뒤에서 아주 작은 말이 들린 것 같았다. “그분도 받았네.” 누구랑 대화하는 건지 들키지 않게 한숨처럼 내뱉는 소리였는데, 그게 너무 또렷해서 걸음을 멈췄다. 돌아보니 아무도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점원도 화면을 보고 있었고, 계산대 뒤 다른 직원은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쿠폰을 다시 펼쳐 봤다. 사용처와 할인율 같은 건 평범했는데, 하단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쿠폰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손님에게만 발행됩니다’ 같은 문장이 있었고, 그 옆에 아주 작은 글씨로 ‘오류 시 재발행’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한 번 읽고, 또 한 번 읽었다. 오류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가 다른 손님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정리하면 너무 쉽게 끝나 버리는 느낌이라서. 그날 이후로도 나는 그 편의점에서 결제할 때마다 영수증을 받을 때 손끝을 더 조심하게 됐다. 내가 고르지 않은 쿠폰이 붙어 있는 순간, 내가 이미 ‘다음 방문’의 대상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이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