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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목적지 주소를 말한 뒤 멈칫했어

2026-08-25 16: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에서 기사님이 목적지 주소를 말한 뒤 멈칫했어. 처음엔 그냥 내비가 길을 이상하게 잡는가보다 했는데, 그 멈칫하는 타이밍이 너무 이상했어. 손님이 내려야 하는 주소를 기사님이 말하는데, 말이 끝난 다음에 한 박자 늦게 숨을 들이키는 느낌? 그 순간부터 차 안 공기가 달라졌거든.

사건은 새벽에 있었어.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대중교통 끊기기 직전에 택시에 탔고, 기사님한테 “여기로 가주세요” 하고 목적지 주소를 불렀어. 기사님은 시동 걸고 출발하면서도 내 말투를 한 번 더 확인하듯 고개를 살짝 돌리더라. 그리고 곧바로 “네, 알겠습니다. 그쪽… 정확히 거기 맞죠?” 하고 되묻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도 급해서 “네, 맞아요”라고 했지.

그런데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조용했어. 보통은 라디오나 잔소리 같은 게 끼어야 하는데, 그날은 기사님이 내내 말이 없더라. 신호에 걸려도 음악 볼륨을 올리지 않았고, 손도 핸들 위에서만 움직였어. 나는 그냥 피곤해서 졸다가, 어느 순간 기사님이 내비 화면을 보며 “여기 주소…” 하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어.

그때가 진짜로 멈칫했던 순간이야. 기사님이 목적지 주소를 정확히 말하자마자 차를 살짝 감속했거든. 그리고 웃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은 얼굴로 딱 멈춘 채로 몇 초를 버텼어. 나는 “왜요?” 하고 물을 뻔했는데, 이상하게 목이 먼저 안 움직이더라. 차 안에서 딸깍, 하고 계기판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고, 기사님 눈이 내비가 아닌 뒷좌석 쪽으로 아주 잠깐 스치듯 향했어.

그 뒤로 기사님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어. 내가 알고 있는 길하고 다르게 돌아서, 한동안은 익숙한 가로등이 끊긴 구간으로 들어갔지. 나는 “원래 길이 아닌데요”라고 하려다 말았어. 그때 기사님이 운전대 위 손가락을 잠깐 꼼지락거리더니, 아주 낮게 “주소를 말하면… 들려요”라고 중얼거렸어. 내가 제대로 들었는지 확신이 안 서서 다시 묻지도 못했어.

차가 어느 정도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자, 휴대폰 신호가 갑자기 끊기는 느낌이 들었어. 화면은 멀쩡한데, 통화가 안 되는 상태랄까. 또 기사님이 내비를 만지려고 하다가 손을 멈추는 거야. 내비 화면에는 이미 경로가 잡혀 있었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기사님이 “혹시 지금 목적지 부근에 계세요?”라고 나한테 물었어. 내가 “네, 근처에 있어요. 잠깐 들렀다 나가면 돼서요”라고 하자, 기사님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얼굴이 더 굳어졌어.

그때 나는 이상한 걸 하나 더 봤어. 기사님이 계기판을 보다가, 내 이름도 아닌데 내 번호로 저장된 것처럼 보이는 연락처 화면이 잠깐 떠 있었거든. 내가 당연히 그런 설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잠깐 스친 거라 확실하진 않지만, 거기에는 목적지 주소랑 관련된 메모가 같이 떠 있었어. 나는 그게 내비의 기록인지, 아니면 기사님이 뭔가 확인한 건지 도저히 감이 안 왔고, 그냥 속이 서늘해지기만 했어.

차는 점점 목적지 쪽으로 가긴 갔는데, 이상하게도 도착이 계속 지연되는 느낌이었어. 내가 보기엔 직선으로 십 분이면 갈 거리인데, 십오 분이 넘어도 계속 같은 어두운 구간을 밟는 것 같았거든. 기사님은 계속 “여기요, 여기” 하면서 말만 되풀이했어. 그 말끝이 매번 아주 조금씩 이상하게 들렸는데, 마치 누가 뒤에서 받아치는 것처럼 리듬이 달라졌어. 나는 그때 처음으로 기사님이 ‘주소를 말하는 순간’ 무언가가 반응한다는 걸 직감했어.

마침내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이 차를 완전히 멈추지 않았어.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아서, 마치 바로 도망갈 준비를 해둔 것처럼 보였어. 나는 “여기서 내릴게요” 하고 돈을 내려고 했고, 기사님은 “잠깐만요”라고 했지. 그리고 내리기 직전에, 아주 짧게 목적지 주소를 다시 한 번 말했어. 그 순간, 창문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는데 방향이 이상했어. 분명 앞쪽이어야 하는데, 내 귀에는 옆좌석 뒤에서 다가오는 것처럼 들렸거든.

나는 그 뒤로도 기사님 얼굴을 잘 못 봤어. 돈을 들고 내리는 타이밍이 너무 빨랐고, 문을 열자마자 차 안 공기가 한 번 꺼지는 느낌이 들었어. 돌아보니까 기사님은 거울을 안 보고 오로지 전방만 보는데, 입술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어. 무언가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나는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한동안 목적지 주소를 입으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아직도 가끔 그때의 멈칫한 숨소리가 떠오르는데, 문제는 그 숨이 내 심장 박자랑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거야. 말이 끝난 뒤에, 누군가가 이미 듣고 있었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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