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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야간 점검 때만 내 소대 열쇠가 없어져

2026-08-25 20:29:16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야간 점검 때만 내 소대 열쇠가 없어져. 정확히 말하면 “사단 점검”이나 “대대 점검” 같은 큰 일정이 아니어도, 야간에 누가 순찰 도는 날이면 그날따라 유독 내 열쇠가 행방불명이 됐어. 난 보급 쪽이었고 열쇠는 소대 생활관 보관함하고, 개인 물품함 관리용으로 내가 담당이었거든. 그런데 밤만 되면 그 열쇠는 늘 책상 아래, 내 이불 밑, 상자 틈, 어디를 봐도 안 나와. 웃긴 건 낮에는 멀쩡했다는 거야. 아침에 확인하면 그제야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짝였어.

처음엔 그냥 내가 착각했나 싶었어. 근무 끝나고 정리할 때 열쇠를 어디 올려뒀는지 기억이 흐릿한 날도 있으니까. 근데 그날은 다를 게, 내가 열쇠를 잠깐 손에 쥐고 문 잠가놓고 나서—바로 옆에 있는 소대장 서류철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린 사이에 사라졌거든. 분명히 “내 손 안”에 있었는데, 내가 다시 확인하려고 손을 펼쳤을 때는 빈 손이었어. 그 순간부터 등줄기가 서늘해졌는데, 누가 일부러 가져갔나 싶어서 주변을 봤지. 그런데 생활관 안에서 누가 움직인 흔적이 없었어. 전등은 꺼져 있었고, 복도 소리만 멀리서 들릴 뿐이었거든.

열쇠가 없으니 야간 점검은 당연히 꼬여. 점검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소대장 입장에선 “열쇠 담당이 열쇠를 못 찾는다”는 게 제일 골치 아픈 거잖아. 난 결국 당직부사관한테 보고하고, 예비 열쇠를 빌려서 임시로 문을 열어야 했어. 그런데 문제는 그 뒤였어. 점검이 끝나고, 다들 “아, 네가 어딘가에 넣어놨겠지” 하고 넘길 때쯤, 내 열쇠는 어느새 책상 서랍 맨 아래, 그것도 내가 절대 넣지 않는 위치에 들어가 있었어. 손때 같은 것도 그대로였고, 마치 “잠깐 가져갔다가 원래 자리로” 돌려놓은 것 같더라.

그 다음부터는 패턴이 생겼어. 야간 점검이 있는 날, 그러니까 누군가가 복도에 불을 켜고 “누구 누구 순찰” 같은 말이 들리기 시작하는 그 시간대에, 내 열쇠는 거의 같은 방식으로 사라졌어. 나는 열쇠를 몸에 지니고 있어보기도 했거든. 벨트에 차고 자다가도 새벽에 만져보면, 가죽 고리만 걸려 있고 열쇠는 없었어. 심지어는 베개 밑에서 확인한 직후, 화장실 다녀오면 사라져 있기도 했고. 근데 매번 아침이 되면 다시 나타나. 그걸 보면 도둑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도둑이라면 보통은 끝까지 가져가야 하잖아. 이건 가져갔다가 다시 돌려놔, 그것도 내가 찾기 어려운 곳에.

난 그래서 결국 혼자 추적을 시작했어. 휴가 간 선임이 남겨둔 작은 녹음기, 먼지 묻은 보안카메라처럼 보이는 장비(실제로는 그냥 휴대용 카메라) 이런 걸 동원해서 야간에 열쇠 근처를 비춰봤지. 하지만 녹음이든 영상이든, 딱 열쇠가 사라지는 구간에서만 이상해. 화면이 흔들리다가 “삑—” 하고 끊기거나, 소리만 녹음되고 정작 누가 지나가는 장면은 안 잡히는 거야. 마치 누가 내 쪽을 피해서 움직이는 느낌. 무엇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진 날, 그 직후에는 분명히 복도 발자국이 들리는데, 생활관 문 쪽으로는 한 번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어.

그 즈음부터 선임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 있었어. 예전부터 “야간 점검 때 열쇠 담당이 한번씩 겪는다”는 식의 농담인데, 처음엔 그냥 장난이라고 넘겼거든. 근데 그 말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했어. “열쇠가 없어지는 건 네가 뭔가를 잘못 잠갔기 때문”이라든가, “야간 점검은 그냥 점검이 아니라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지우는 시간” 같은 이상한 말도 나오더라.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들에만 꼭 내 열쇠가 없어졌으니까 사람 마음이 흔들리잖아. 그래서 나는 일부러 열쇠 구멍마다 천을 끼워서 흔들림이 생기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해봤어.

그랬더니 이번엔 열쇠가 사라지지 않는 대신, 뭔가 다른 게 생겼어. 점검 시작 전, 내가 열쇠를 천으로 감아 둔 걸 확인했는데, 점검이 끝난 뒤엔 천이 아주 조금만 찢어져 있었어. 딱 손톱으로 긁은 듯한 방향이 남아 있는데, 그 천 조각이 열쇠 안쪽에 끼워져 있더라. 나는 열쇠를 한번도 열지 않았고, 천도 손대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래서 확실해졌다고 해야 하나, 누군가가 “열쇠 자체”를 가져가진 않더라도, 열쇠에 연결된 무언가를 만지는 건 분명하다는 느낌. 그 순간부터는 정말로 누가 있는 것 같아. 다만 사람의 몸으로 걸어 들어오는 느낌이 아니고, 공간이 접혔다 펴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겪었을 때는, 정말 내가 미친 건가 싶을 정도였어. 그날은 야간 점검이 시작되기 전, 내가 열쇠를 내 이불에 넣고, 열쇠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직접 손으로 확인했거든. 그리고 소대장 점검 나가 있는 사이에 잠깐 문 쪽 확인을 하려고, 이불을 다시 덮는 순간—내 손에 있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근데 놀라운 건, 열쇠가 사라진 자리에 차가운 금속 감촉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는 거야. 마치 누가 방금 놓고 간 것처럼. 나는 그날 따라 유독 복도가 조용했어. 평소엔 멀리서 누가 담배 피우는 소리라도 들리는데, 그날은 숨소리만 들렸거든.

그때 이후로 나는 열쇠를 그냥 “담당”처럼 생각하지 않게 됐어. 열쇠가 내 것이라고 믿는 순간부터, 어딘가에서 그 믿음을 잡아채는 느낌. 지금도 가끔 야간에 불 꺼진 방에서 문 열쇠 소리 같은 게 떠오르면, 그날의 차가운 금속 감촉이 손끝에 남아있는 것 같아. 열쇠는 분명 내 손에서 사라졌는데, 왜 아침엔 꼭 ‘내가 찾기 전에’ 다시 돌아오는지… 그게 아직도 이상하게 마음을 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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