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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보호자 대기석에 내 이름표가 올려져 있어

2026-08-26 08:29:10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에서 보호자 대기석에 내 이름표가 올려져 있어

처음엔 “아, 누가 착각했나”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계속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 나는 야간에 응급실 쪽으로 갔다. 가족이 갑자기 쓰러져서 보호자 신분으로 접수를 했고, 담당 간호사에게서 안내를 받으며 대기실 끝자리로 옮겼다. 그런데 의자 옆 작은 테이블에 누군가 올려둔 이름표가 눈에 들어왔다. 내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고, 사진은 없지만 글씨체가 유난히 또렷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웃음이 났다. 이름표라면 보통 환자 옆에 붙여두거나, 접수할 때 종이 띠처럼 받는 게 정상이잖아. 그런데 내 자리 바로 옆에, 그것도 내가 앉기도 전에 이미 올려져 있었다. 주변은 늦은 시간이라 조용했고, 대기석 한쪽에는 담요를 개어둔 사람도 있었고, 어떤 분은 휴대폰 화면만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이름표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손에 닿자마자 뭔가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 호출벨 쪽으로 가서 “이거 제 건가요?” 하고 물어볼까 하다가도, 혹시 다른 사람 이름표를 잘못 들고 있는 건가 싶어서 다시 내려놨다. 대신 접수증을 확인했다. 내 차례가 아니고, 가족 차례가 먼저였고, 보호자 번호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번호표는 내 손에 있었지, 이름표는 왜 여기에 있는지 납득이 안 됐다. 직원들이 바쁘면 누군가 실수로 놓고 갈 수도 있겠지만, 내 이름이라니.

나는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훑었다. 대기석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 머리가 길게 묶인 여자, 그리고 아이를 안고 있는 보호자가 있었다. 혹시 그중 누가 내 이름을 알고 장난을 친 걸까? 하지만 그 생각이 너무 억지 같았다. 장난이라면 최소한 웃음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이곳은 모두가 긴장한 얼굴들이었고, 누가 일부러 저런 걸 해도 티가 났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나는 다시 앉았고, 그 이름표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있었다. 마치 누가 “여기 놓아둬”라고 정해둔 것처럼.

시간이 꽤 흘렀다. 가족은 검사실 쪽으로 들어갔고, 나는 보호자 안내 창구 앞에서 다시 기다렸다. 그때 나는 의자 옆 테이블이 비어 있는 걸 봤다. 아까 분명히 있었는데. 누군가 치워갔나 싶어서 안심하려던 순간, 안내 창구 유리 너머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보호자분, 잠시만요.” 그 목소리는 내가 접수할 때 들었던 간호사와 비슷했다. 나는 얼떨결에 일어났고, 창구로 다가갔다.

창구 직원은 내 보호자 기록을 확인하더니, 별말 없이 “이쪽으로 가세요”라고만 했다. 나는 가족 면회 구역 쪽 안내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또 이상한 걸 느꼈다. 면회복을 갈아입는 곳에 붙어있는 안내문에 ‘보호자 신원 확인은 대기석 이름표와 일치해야 합니다’ 같은 문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문구를 내가 그때 처음 본 게 아니라, 왠지 예전에 이미 읽었던 것처럼 마음이 굳어졌다. 이름표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연결되는 뭔가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가족이 있는 병실 앞에서 잠깐 숨을 돌리는데, 간호사가 내게 종이 띠를 하나 건네줬다. 거기에는 내 이름과 보호자 번호가 적혀 있었고, 바코드도 들어있었다. 나는 “아까 대기석에 있었던 그거랑 같은 건가요?” 하고 물었다. 간호사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갸웃하더니 “네, 아까 보호자분이 잠깐 자리를 비우셨을 때… 다시 확인하라고 올려둔 걸로 보여요”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가 그 자리를 비운 건 잠깐 화장실 다녀온 정도였고, 그 사이에 누가 내 자리 옆에 이름표를 올려두었다는 설명이 성립이 안 된다는 거였다.

더 소름이었던 건 그다음이었다. 면회가 끝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려는데, 내가 아까 앉았던 자리에는 담요만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 치운 흔적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분명히 내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차갑게 손바닥에 닿는 감각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다시 테이블을 살폈다. 먼지 하나 없는 상태였고, 누군가 올려놨다가 급히 치운 느낌도 없었다.

그날 밤 이후로도 한동안 나는 대기실에 앉기만 하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이름표가 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뇌가 먼저 경고하듯 반응하는 느낌. 누군가가 내 이름을 “올려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누군가를 확인하는 절차인지, 결국은 결론을 못 내렸다. 지금도 생각하면, 병원 특유의 조명과 소독제 냄새가 섞인 공기가 갑자기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 이름표가 사라진 게 아니라, 내가 알기 전에 이미 다른 곳으로 넘어갔던 건 아닐까 싶어서… 가끔은 심장이 먼저 기억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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