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내 차례로 문이 열렸는데 안에는 반대 방향으로 사람이 서 있었어
엘리베이터에서 내 차례로 문이 열렸는데 안에는 반대 방향으로 사람이 서 있었어. 정확히는, 버튼 눌렀을 때 “띵” 하고 도착 신호 울리고 나서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 한 명이 내 눈앞을 바로 보지 않은 채로—마치 자기 뒤를 보듯—반대 방향을 보고 서 있더라.
처음엔 그냥 이상한 자세인가 싶었어. 엘리베이터가 좁으니까 다들 어깨 각도나 시선이 애매하게 보이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휴대폰도 안 보고, 멍하니 벽 쪽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딱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반대편 문 방향을 향해 서 있었어. 마치 “내가 들어온 걸 모른 척” 하려는 것처럼.
나는 얼른 들어가서 버튼 쪽을 봤어. 카메라가 달린 것도 아니고, 안내판도 흔들려서 시야가 잠깐 어지러웠는데, 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내 시선이 스칠 때마다 공기가 이상하게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웃긴 게,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가까이 있으면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압박감 같은 게 있었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했는지 잠깐 깜빡이더니,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대로였어. 그런데 문 닫히는 소리, 그러니까 ‘윙—’ 하는 기계음이 나야 정상인데, 그때는 이상하게 멈칫한 느낌이었어. 내 손에 들고 있던 카드키가 가벼워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 사람 시선이 여전히 반대편에 고정돼 있는 게 계속 거슬렸어.
“저기요.” 하고 말하려다가 삼켰어. 괜히 말 걸었다가 내가 이상한 사람 되는 거잖아. 대신 한 칸 뒤로 서서 버튼을 눌렀어. 근데 눌렀는데도 층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평소랑 다르게 들렸어. 가는 방향이 바뀐 것처럼, 아니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것처럼 “턱” 하고 끊겼거든.
그 순간, 그 사람이 딱 한 번만 움직였어. 아주 미세하게, 어깨만. 근데 돌아본 게 아니라, 반대 방향을 향한 채로 몸의 중심만 살짝 옮긴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제야 내가 본 게 있어. 그 사람의 발끝이, 내 쪽을 가리키고 있었던 거야. 몸은 반대로 서 있는데 발끝만 내 위치를 향하고 있어서, 도저히 자연스럽지가 않았어.
나는 손이 저절로 카드키를 더 꽉 쥐었어. 그러다 문이 열릴 다음 층을 기다리는데, 알림음이 또 늦게 울렸어. 엘리베이터는 보통 “띵” 하고 바로 열리잖아? 근데 이번엔 아무 소리도 없고, 한동안 그냥 조용했어. 그 조용함이 더 무섭더라. 마치 버튼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는 기계처럼, 아니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문이 열렸을 때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어. 복도 불빛이 들어오는데, 그 사람은 여전히 반대 방향을 보고 서 있었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등 쪽뿐이었어. 혹시 내가 문에 막히거나 해서 각도가 이상한 건가 싶어서, 한 발짝만 옮겨서 확인하려고 했지. 근데 발을 옮기는 순간, 그 사람이 “아….” 하고 숨을 내쉬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어. 그 숨이 내 쪽에서 난 것처럼 느껴져서, 등골이 서늘해졌어.
나는 그냥 다음에 열리는 문을 타고 뛰어나오듯 내 층을 확인했어. 그리고 그 사람 위치를 뒤로 살짝 보려고 했는데, 그때야 이상한 걸 깨달았어. 반대편 문 쪽을 향해 서 있던 사람의 머리 방향이, 내 시야에서는 분명 반대로 보이는데 거울이나 조명 반사로 보면 반대로 서 있지 않았던 거야. 마치 “내가 보는 방향에만 반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느낌. 내가 움직일 때마다 자세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 같았고, 그게 더 소름이었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도, 나는 한참 동안 손이 떨려서 계단을 오르지 못했어. 집에 들어와서 거울을 봤는데 아무 이상 없었는데도, 자꾸만 그 반대 방향이 떠올랐거든. 지금도 생각하면, 그 사람은 나를 해치려는 표정이 아니었어. 오히려 “내가 너를 보지 않으면 괜찮아” 같은 태도였던 것 같아. 그래서 더 찝찝해. 엘리베이터는 어차피 내가 타는 공간인데, 왜 나는 그날 내가 들어온 순서보다 내가 ‘보이는 방식’이 먼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그게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