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산 현관문 받침에 낡은 셀프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중고거래로 산 현관문 받침에 낡은 셀프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거래는 평범했어요. 아파트 현관문 아래쪽 받침(바닥에 닿는 그 길쭉한 부품)이라서 사진 몇 장 보고 “사용감만 좀 있겠지” 하고 바로 입금했거든요. 택배를 열었을 때도 딱히 이상한 건 없었어요. 부품 자체는 깔끔하게 포장돼 있었고, 비닐도 새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받침을 빼는 순간부터 시작됐어요.
부품 한쪽 끝을 잡으려고 손을 대는데, 그곳에 희미하게 반쯤 감겨 있던 낡은 셀프테이프가 손가락에 걸렸어요. 테이프는 투명한데 오래돼서 약간 누렇게 변해 있었고, 끈적임이 남아 있어서 살짝 당기면 더 붙는 느낌이었죠. “아, 누가 임시로 고정해뒀나?” 싶어서 그냥 떼려고 했어요. 근데 테이프가 끈적하게 잘 안 떨어지더라고요. 이상하게도 끈끈한데도 끝부분이 딱 맞물려서,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더 단단하게 눌러둔 것 같았어요.
그 테이프를 떼어내려고 힘을 주는 순간, 받침 안쪽으로 얇은 종이 같은 게 같이 딸려 나왔어요. 아주 작은 조각이었는데 글씨가 아주 희미하게 보였고, 종이는 오래된 습기 냄새가 났어요. “이게 뭐지?” 싶어서 조심조심 펴보려 했는데, 손바닥에 닿는 순간 종이가 더 얇아지면서 종이결이 찢어졌어요. 찢어진 조각 사이사이에 한 줄만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요. 글자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내용은 대충 이런 취지였어요. “다시 붙이면 안 된다” 같은 느낌요.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처럼 붙여둔 거겠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테이프가 단순히 고정용이 아니라 어딘가를 감춰두려는 방식이었어요. 받침의 모서리와 안쪽 홈이 있는 부분을 따라 얇게 둘러져 있었고, 테이프가 감긴 방향도 일정했어요. 누군가가 테이프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어, 떼어낼 때 잘 드러나지 않게 해둔 것처럼 보였거든요. 저는 이미 샀고, 설치만 하면 되니까 그냥 “귀찮은 포장 흔적이겠지” 하고 더 이상 파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도 신경이 쓰여서, 받침을 세워놓고 반대쪽을 봤어요. 거기에도 같은 종류의 셀프테이프 자국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어요. 누가 떼었다가 다시 감은 자리처럼 덜렁한 느낌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부품에 맞춰져 있던 흔적이랄까. 저는 사진으로는 잘 안 보였는데, 실제로는 테이프가 받침의 안쪽 면을 거의 다 덮고 있었던 거예요. 판매자는 “사용감 약간”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저 테이프 상태면 사진에 찍히는 게 정상 아닌가 싶었죠.
그래서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받침 안쪽에 오래된 셀프테이프가 감겨 있어서 떼는 과정에서 작은 종이 조각이 나왔어요. 혹시 원래 이렇게 포장된 건가요?”라고요. 답장은 빨리 왔는데, 내용이 좀 애매했어요. “제 집에서 쓰던 건데 배송 중 고정하려고 붙였던 거예요. 종이는 제가 못 봤네요. 죄송합니다.” 이런 식이었죠. 저는 “배송 중 고정용이면 왜 안쪽을 감추듯이 붙여놨는지”가 더 걸렸지만, 분쟁으로 키우기 싫어서 일단 설치를 진행했어요.
설치는 금방 끝났어요. 받침을 바닥에 놓고 고정하고 나서 문을 열고 닫아봤는데, 처음에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설치한 날 밤, 현관 쪽에서 뭔가 미세한 소리가 났어요. 바람이 스치는 소리 같다가도, 마치 테이프가 안쪽에서 미세하게 풀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예요. “이상하게 들리나?” 싶어서 귀를 기울여도, 소리는 계속 1~2분 간격으로 났다가 멈췄어요. 문을 닫아두면 잠잠해졌다가, 다시 열면 또 들렸고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확인하려고 받침을 살짝 들어봤는데, 어젯밤에 느꼈던 것처럼 테이프 잔여물이 안쪽에 아주 얇게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그 잔여물은 제가 떼어낸 조각과 형태가 비슷했어요. 방금 전날 설치할 때는 분명히 테이프를 완전히 제거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테이프가 “그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남아 있었어요. 더 소름이 돋는 건, 아주 작은 각도에서만 보이는 부분에 또 다른 흔적이 있었던 거예요. 누군가가 셀프테이프 위에 연필로 뭔가를 긁어둔 듯한 미세한 선들이, 제 눈에만 보이는 위치에 남아 있더라고요. 딱히 글자는 아니었지만, 방향이 일정해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는 결국 판매자에게 다시 연락했어요. “제가 떼어낸 테이프가 다시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요. 그리고 안쪽에 있던 종이 조각도 있었어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답이 늦더니, 마지막엔 “받침은 원래 그 상태로 구매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포장만 했고 확인을 못 했습니다” 같은 식으로 말이 바뀌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처음에 제가 받침을 꺼냈을 때 테이프가 손가락에 걸린 느낌이 다시 떠올랐어요. 누가 일부러 “떼지 말라”는 쪽으로 만들어둔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종이 조각에 남아 있던 그 한 줄.
지금도 설치는 그대로 되어 있어요. 문을 여닫을 때 소리는 완전히 없어졌는데, 가끔 현관문 아래를 닦다가 투명한 끈기가 손가락에 묻는 날이 있어요. 마치 아직도 누군가가 거기서 끝을 잡고 있는 것처럼요. 중고거래로 산 현관문 받침에 낡은 셀프테이프가 감겨 있었다는 걸, 그때는 그냥 ‘찜찜함’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테이프가 제 집 문턱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밤에 문 잠그고 나면, 현관 쪽만 유난히 조용해져서 더 신경 쓰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