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밤마다 멀리서 들리는 ‘삑’ 소리가 내 창가에서 끝났어
원룸에서 살기 시작한 지 두 달째였는데, 밤마다 창가 쪽에서 ‘삑’ 하고 짧게 나는 소리가 생겼어. 처음엔 경비 버튼이 울리는 건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거든. 근데 이상한 게, 소리가 항상 같은 타이밍에 났다는 거야. 보통 자정이 지나고 나면, 대략 한밤중의 조용한 공기 속에서 마치 누가 멀리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들려.
그날도 그랬어. 나는 유튜브를 보다 말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 핸드폰 화면이 꺼진 뒤로는 소리 없이 방이 조용해졌어. 그런데 화면이 꺼지자마자 아주 멀리서 ‘삑’ 하는 소리가 한 번, 그다음엔 한 템포 쉬고 또 ‘삑’. 창문이 정면으로 막혀 있는 구조라서 바람 소리 같은 건 아니었고, 창문에 손을 대보려고 해도 그 순간엔 왠지 몸이 굳어버렸어. 소리가 가까워지는 느낌은 없는데, 멀리서 들리는데도 ‘내 창가에 맞춰서’ 나는 것 같았거든.
다음 날 아침에 관리실에 물어봤어. “밤에 삑 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 혹시 엘리베이터나 출입문 경보인가요?”라고. 관리실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그런 거 없는데요. 오히려 조용한 편일 텐데?” 하시더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찝찝해졌어. 조용한 편인데 내 귀엔 매일 밤 똑같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더 이상했거든.
며칠 동안은 기록을 했어. 휴대폰 메모에 시간만 적어두고, 소리가 나고 난 뒤에 내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적었지. 그런데 패턴이 생기더라. ‘삑’은 매일 자정에서 20~30분 사이에 첫 번째가 오고, 그 이후로 3~4분 간격으로 두 번, 세 번 정도 반복됐어.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건 그대로였는데, 방 안에서만 유독 크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어. 그게 창가에서 몇 걸음 떨어진 지점이더라. 벽을 따라 걷듯이 옮겨 서면,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확 잡히고 그 바깥으로 나가면 또 희미해졌어.
처음엔 장난인 줄도 알았어. 누가 밖에서 무슨 장치로 신호를 보내나, 아니면 옆 건물에서 전파가 튀나. 그래서 밤이 되면 창문을 조금만 열어보거나, 커튼을 젖히고 밖을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주차장도 보이고 가로등도 있긴 했는데, 그때는 이미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게 더 무서운” 상태였어. 그래도 계속 ‘삑’은 났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머리 뒤쪽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어.
어느 날은 소리가 유난히 길었어. 평소처럼 짧게 ‘삑’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중간에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가 섞여서 ‘삑—삑’처럼 들리더라. 그 순간 나는 창문 쪽을 바라보다가, 창문 바깥이 아니라 창문에 비친 내 얼굴 쪽을 봤거든. 거울처럼 딱 비친 건 없는데, 유리 표면에 희미한 반사가 생기잖아. 근데 그 반사 사이로, 내가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창가 쪽 그림자가 아주 조금 흔들리는 걸 본 거야. 그림자라고 해도 사람처럼 또렷하진 않았고, 그냥 “뭔가가 거기 있다는 느낌” 정도였어.
그날 이후로는 더 조심하게 됐어. 잠도 잘 못 자고, 밤마다 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를 붙잡으려고 했지. 이어폰을 끼면 들리지 않을까 싶어서 볼륨을 높였는데, 신기하게도 ‘삑’이 이어폰 소리 위로 겹쳐서 들리더라. 마치 내 귀 안에서 직접 울리는 것처럼. 그리고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창문 유리의 가장자리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어. 손을 대면 실제로 떨리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막상 손을 뻗으면 소리가 한 박자 빨리 끝나는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결국 확인을 못 하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어.
사건이 끝났던 건, 사실 끝나야만 끝났다는 느낌이야. 어느 밤, ‘삑’이 원래 패턴대로 시작했는데 첫 번째 뒤에 두 번째가 오지 않았어. 대신 창가 쪽에서 아주 조용한 “틱” 같은 소리가 났어. 그 다음엔 바닥 쪽에서 아주 낮게 스치는 소리—바람이 아니라,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감각 같은 거. 나는 급하게 창문을 열지 않고, 문틈으로만 바깥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그 순간부터 소리가 완전히 끊겼어. 며칠이 지나도, 한 번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나. 원룸에서 밤마다 멀리서 들리는 ‘삑’ 소리가 내 창가에서 끝났어… 라고 말하긴 하는데, 사실 끝났다는 게 내가 편해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 소리가 사라진 밤, 이상하게도 나는 잠이 확 쏟아졌거든.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엔 창문을 닦는 기분이 들었어. 유리엔 먼지도 없는데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더라. 지금도 가끔 밤만 되면, 창가 쪽에서 아주 멀리서 시작될 것 같은 ‘삑’ 소리를 상상하게 돼. 사라졌지만, 그 소리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