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전화도 안 했는데 현관 앞에서 내게 말을 걸었어
배달기사님이 전화도 안 했는데 현관 앞에서 내게 말을 걸었어. 솔직히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 우리 집 현관은 1층이라 바로 길가랑 맞닿아 있는데, 나는 그날 분명히 벨도 못 들었고, 휴대폰에도 배달 출발 알림만 찍혀 있었거든. 그런데 문 열기도 전에,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며 “여기 맞죠?”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
문 쪽으로 바짝 다가가 있던 나는, “네?” 하고 되물었지. 그때 상대는 웃는 기색도 없이 아주 또박또박 말했어. “전화 안 받으셔서요. 현관 앞에 두려고 했는데, 문을 안 열고 계시길래요.” 그런데 내가 그 순간 확인한 게, 전화 온 기록이 없다는 거야. 배달 앱에서는 ‘기사님이 연락 시도’ 같은 문구가 뜨지 않았고, 부재중도 아니었어. 더 이상하게 느껴진 건, 그 사람이 내 집 비밀번호나 호출 같은 걸 아는 듯한 톤이었단 거야.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마냥 이상한데,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 무서웠어. 나는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봤는데, 복도 쪽이 아니라 바로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어. 그런데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위치는 아니었거든. 마스크를 썼는지, 모자를 눌러썼는지조차 애매했는데, 이상하게도 “오래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 같은 말만 들리는 느낌이었어. 내 현관 앞은 CCTV가 있는데, 앱에서 확인해도 그 시간이랑 대화가 맞아떨어졌어.
나는 문을 완전히 열기 전에 핸드폰을 들고 배달 내역을 다시 확인했어. 주문한 건 치킨이었고, 예상 도착 시간이 몇 분 지났는데도 ‘배달 중’ 화면이 계속 떠 있었거든. 그런데 기사님이 말한 시간대랑 정확히 일치하는 시점에, 앱 화면이 갑자기 ‘완료’로 바뀌어. 그걸 보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지더라. 분명히 나는 문을 열지 않았는데 “완료”가 떴으니까.
문을 열고 나가 확인하려고 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뒤로 한 발 물러서 있었어. 그래서 나는 “기사님, 전화도 없었는데요?” 하고 말했지. 그랬더니 그는 “전화 하면 받으시잖아요. 근데 오늘은 안 받으실 것 같아서요.” 이렇게 대답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나는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어. 마치 예전에 이미 한 번 겪은 것처럼, 내 행동 패턴을 아는 사람처럼 들렸거든.
그 다음 말에서 진짜 멈칫했어. “현관 앞에서 두고 가야 하는데, 사장님이 계시면 곤란해서요.” 사장님? 우리 집이 자취방이라 사장님이 따로 있는 구조는 아니야. 관리실 연락처 정도는 있지만, 지금 내 앞에 그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치킨 상자를 확인했는데, 상자 위에 내 주문 메모가 그대로 붙어 있었어. 주문 메모는 앱에서만 보여야 하는데, 그 사람 손에서 상자를 받았을 때 메모가 유난히 또렷하게 보이더라. 내가 쳐둔 오타까지도 그대로였거든.
그 사람은 “문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작았어. 보통은 신발 끄는 소리나 계단 소리가 나는데 그날은 바닥과 닿는 느낌이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았어. 나는 뒤늦게 CCTV를 봤는데, 그 시간대에 ‘실루엣’ 같은 건 잡혔지만 얼굴이 흐리게 뭉개져 있었어. 화면을 확대해도 마스크 자국이나 특징이 안 남아. 오히려 이상한 건, 내 집 문이 열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앱 완료 시점은 딱 맞게 찍혀 있었다는 거야.
그날 밤, 나는 배달 앱 고객센터에 문의했어. “전화 시도 기록이 없고, 현관 앞에서 대화가 있었다”고 말했더니 상담원은 “기사님이 위치 인식 후, 현관 앞 전달로 처리했다”는 답만 반복하더라. 그리고 기사님 연락처로 직접 전화해달라고 했는데, 그 연락처는 이미 차단된 상태처럼 연결이 끊겼어. 문자도 안 갔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바로 종료됐어. 뭔가가 조용히 정리된 느낌이 들어서 더 불안했어.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아래 틈을 확인했는데 작은 종이조각이 끼어 있었어. 택배 전표 같은 것도 아니고, 딱 메모지 한 조각 크기였는데 거기엔 내 이름이 아니라 내가 주문할 때 쓰는 습관적인 문장이 적혀 있었어. 예를 들면 “양념은 덜 맵게 해주세요” 같은 식의 문장. 나는 그 문장을 하루에 한 번도 다른 곳에 적지 않는데도 말이야. 누군가가 앱 화면을 봤거나, 혹은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내 주문 패턴을 훔쳐본 거겠지 싶었어. 그런데 더 무서운 건, 그 문장 아래에 아주 작게 “문 열기 전에도 알아요” 같은 문구가 있었단 거야. 읽는 순간 손이 덜덜 떨리더라.
그 뒤로 나는 벨 설정을 바꾸고, 배달은 현관 앞 두지 말아달라고 써두고, 문 앞에서도 바로 카메라 각도를 확인하게 됐어. 그런데 가끔 새벽에, 현관문 바깥에서 아주 낮게 들리는 소리가 있어.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한데, 내가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배달기사님이 전화도 안 했는데 현관 앞에서 내게 말을 걸었어—그날 이후로는, ‘누가 먼저 연락을 했는지’보다 ‘어떻게 내가 문을 안 열었는데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게 계속 머릿속을 붙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