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내 개인정비 시간표가 사라졌다가 생겼어
군대에서 내 개인정비 시간표가 사라졌다가 생겼어. 처음엔 그냥 분실한 문서나 착각인 줄 알았는데,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내 손으로 잡아본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남더라. 개인정비 시간은 하루 중에 그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잖아. 근데 어느 날부터 그 시간표가 내 생활에서 통째로 지워진 것처럼 느껴졌어.
사건은 일과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터졌어. 내무반 벽 쪽에 종이로 붙어있는 시간표가 있었거든. 누가 봐도 대충 그 부대에서 통용되는 흐름이 적혀있고, 특히 개인정비가 몇 시인지가 제일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었어. 그런데 그날 아침, 나는 분명히 어제까지 거기 있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출근 준비하면서 보니까 종이가 통째로 없더라. 테이프 자국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누가 뗀 흔적은 있는데 바닥엔 아무것도 없었어.
처음엔 “누가 정리한다고 떼어놨나” 싶어서 내무반 선임한테 슬쩍 물어봤는데, 선임은 “뭐가 없어? 너 오늘 왜 그래” 같은 표정이었어. 그 말이 더 이상했어. 보통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거나 “아, 그거 어제 누가 떼었대” 같은 말이 나와야 하잖아. 근데 선임은 딱 그 종이를 본 적 없는 사람처럼 굴었어. 그 순간부터 등줄기가 좀 서늘해졌고, 나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주변도 확인했어.
문서가 있어야 할 자리 근처에 내가 밤에 자주 보던 쪽지들이 같이 붙어있었는데, 그 쪽지들은 그대로였어. 시간표만 유독 사라졌고, 스태프처럼 고정해둔 테이프 자국도 “누군가가 일부러 떼서 가져간 것”처럼 깔끔했어. 나는 혹시 행정병 쪽이 갈아끼웠나 싶어서 확인하려고 복도 쪽으로 나가려는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지. “야, 너 그거 찾냐?” 라고. 근데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어.
그날은 개인정비 시간이 오기 전에 계속 이상한 일이 이어졌어. 원래는 그 시간에 세면하고 정리하고, 짬 날 때까지 잡생각이 정리되는 타이밍인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내 행동이 전부 감시받는 느낌이 들더라. 방송에서도 개인정비 언급이 없었고, 대신 다른 집합이 끼어들었어. “지금부터 점검” “다시 정렬” 같은 말이 계속 이어지는데, 사람들이 서로를 보면서도 왜 이렇게 바뀐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어.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시간표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고, 내무반 안을 다시 훑었어. 침대 밑, 사물함 뒤, 벽지 틈, 심지어 탄약함 말고 휴지통까지 확인했는데 종이는 안 나왔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시간대가 되면 내 책상 위에 먼지가 안 쌓여 있더라고. 어제까지 분명히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마치 손으로 정리해둔 것처럼 깨끗했어.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계속 내 물건을 만지는데, 정작 시간표는 숨겨두는 것 같다고 느꼈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둘째 날이 되자 종이가 다시 붙어있었어. 근데 그게 그냥 “나왔네” 정도가 아니었어. 종이의 상태가 너무 이상했거든. 누가 새로 인쇄해서 붙인 것처럼 반듯한데, 테이프가 어제랑 같은 높이로 정확히 붙어 있었고, 심지어 모서리가 내가 어제 문득 손끝으로 문지르던 것과 같은 방향으로 살짝 말려 있었어. 나는 순간 욕이 나오려다가도 참았어. 누가 봐도 내가 만진 흔적이 남아있는데, 나는 그때는 손도 못 댔거든. 종이에 적힌 개인정비 시간은 그대로였고, 내가 알고 있던 그 시각과 한 글자도 안 틀렸어.
하지만 다시 생긴 종이 때문에 더 무서워졌어. 종이가 있는 동안은 다른 일정이 잠잠해졌고, 방송도 자연스럽게 “개인정비 시간입니다” 하고 넘어갔거든. 마치 시간표가 살아나야 하루가 굴러가는 것처럼. 난 그날 개인정비 때 일부러 종이 옆에 작은 메모를 붙였어. “누가 떼든 상관없는데, 아침에만은 다시 사라지지 않게 해줘”라고. 장난처럼 쓴 거였는데, 그 메모는 개인정비 끝나기 전에 없어졌어. 테이프도 깔끔하게 떼져 있었고, 종이만 다시 멀쩡히 남아있었어.
그리고 마지막은 진짜로 마음이 꺾였던 순간이야. 사흘째 되던 날, 나는 종이를 붙여놓은 테이프 라인을 따라가며 손으로 천천히 벽을 짚었어. 분명 종이 아래 벽이 평범해야 하는데, 손끝이 닿는 느낌이 묘하게 달랐어. 종이가 붙은 자리만 바닥에서부터 벽지가 한 번 들뜬 것 같았고, 그 틈으로 얇은 종이 몇 장이 겹쳐 들어가 있었어. 내가 그 틈을 벌리려고 하니까, 그 순간 밖에서 누군가가 “야, 너 방금 뭐 했냐” 하고 뛰어 들어오는 소리가 났지. 문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종이가 벽에서 툭 하고 떨어졌어. 떨어진 건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떨어지는 걸 보니까 내 손으로 만진 그 틈에서 시간표가 또 다른 시간표로 이어져 있었던 것 같아. 결국 나는 그날 이후로 개인정비 시간이 오기 전에 벽을 쳐다보지 않게 됐고, 시간표는 왜 사라지고 왜 생기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상하게도 그 종이는 늘 “정확한 때”만 내 시선을 붙잡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게 누가 장난치는 걸 넘어선 신호처럼 느껴져서… 가끔은 개인정비 시간이 다가오면 정말 내가 먼저 붙여놓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