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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무실에선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 프린트가 시작됐어

2026-08-27 16:29:11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사무실에선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 프린트가 시작됐어. 그날도 평소처럼 저녁 정리하다가, 프린터 쪽에서 “드드득” 하고 용지 끌어가는 소리가 들렸거든. 분명 출근한 사람은 나랑 팀장님 둘뿐이었는데, 팀장님은 이미 야근 끝내고 회의실에서 나오지도 않은 상태였고, 나는 사무실 안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처럼 계속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었어.

처음엔 단순히 누가 원격으로 작업을 넣었나 싶어서 프린터 앞을 확인하러 갔어. 사무실 조명은 그대로였고, 복도도 조용했지. 그런데 문제는 프린터 앞에 아무도 없는데도, 용지가 한 장씩 꾸준히 넘어가면서 출력이 진행되고 있었어. 프린터 화면엔 “처리 중” 글자가 깜빡이고, 옆에 붙어 있는 상태등도 계속 살아있더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을 내려놓고, 이상한 마음에 옆자리 동료가 쓰는 PC를 확인하려고 했어. 근데 이상하게도 그 동료 PC는 전원은 켜져 있는데 화면이 잠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어. 마우스 움직임 기록도 없고, 키보드 입력 표시도 조용했는데 프린터는 인쇄를 하고 있으니, 누가 어디선가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어딘가가 알아서’ 진행하는 느낌이었어.

팀장님한테 전화 걸었는데, 통화는 연결돼도 목소리가 바로 안 나왔어. 한참 뒤에 “왜?” 하고 들리더라. 나는 프린터가 출력 중이라고 말했더니, 팀장님은 되물었어. “나 지금 회의실에 있어. 프린터 건드린 적 없어.” 그러면서 “너 혹시 네 PC에서 뭔가 잘못 눌렀나?” 하고 말하더라고. 나는 아니라고 손사래 쳤고, 실제로 출력 버튼 같은 건 누른 적이 없었어.

그래도 마음이 찝찝해서 프린터 작업을 취소해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취소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느렸어. “중지”를 누르면 원래 즉시 멈춰야 하는데, 이번엔 종이가 한 장 더 넘어간 뒤에야 겨우 멈추더라. 그리고 멈춘 종이를 살펴보는 순간, 내용이 소름 돋게도 내 업무 폴더명과 똑같은 제목으로 시작했어. 정확히 말하면, 회사 서버에서 내가 최근에 정리한 문서 제목이랑 글자 배열이 거의 똑같았어.

그 종이를 손으로 들고 다시 확인하던 중에, 사무실 문 쪽 유리창에 사람 그림자가 스치듯 비쳤어. 나는 그때까지도 ‘복도에 누가 지나갔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문제는 그림자가 지나간 방향이 딱 사무실 출입문 쪽이 아니라 프린터가 있는 벽면 정면이었거든. 그 벽은 원래 빈 공간이고, 그쪽으로 갈 통로도 없어. 그런데 그림자만 앞에서 움직인 거야.

나는 급하게 CCTV 모니터를 켜려고 했고, 모니터는 사무실 한켠에 붙어 있는 화면이었는데, 그때 화면이 하얗게 잠깐 깜빡이더니 바로 이전 시간대가 아니라 ‘지금 프린터 앞’ 화면으로 튀는 거야. 그런데 CCTV 화면에는 아무도 없어. 프린터 앞이 비어 있는데도, 화면 중앙만 이상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고, 마치 누가 거기 서 있는 것처럼 프린터 앞만 미세하게 떨렸어. 너무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같은 떨림이랄까.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해졌어. 프린터가 또 “드드득” 시작하는데, 이번엔 종이가 아니라 얇은 스티커 라벨 같은 게 하나씩 찍히는 소리가 났어. 나는 바로 전원을 내리려 했지만, 손을 뻗기 전에 프린터 화면에서 문구가 떠올랐어. “인쇄 대기: 사용자 확인 필요” 비슷한 문장이었는데, 회사 모델이라 그런 문구를 본 적이 없거든. 사용자 확인이 필요하면, 보통은 로그인을 요구하거나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자동으로 진행됐어.

결국 나는 프린터 전원 콘센트를 뽑았어.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소음이 멎었고, 사무실 공기가 확 식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데 멎은 직후, 내 책상 PC 스피커에서 아주 작은 알림음이 들렸어. 화면에는 방금 전 문서가 “전송됨”으로 표시돼 있었고, 보낸 사람 칸이 비어 있었어. 그리고 문서 맨 아래에 누가 한 줄을 덧붙여 놨더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들어오지 않아도 출력은 된다” 같은 말이었어. 내가 혼자 있을 때 누가 내 계정으로 접속해서 문서를 건드린 건지, 아니면 프린터가 스스로 뭔가를 끌어오는 건지 알 수 없었지.

그날 이후로, 회사 사무실에선 프린터만 켜져 있으면 꼭 새벽이나 퇴근 직전쯤에 ‘용지 감기는 소리’가 가끔 났어. 물론 매번은 아니고, 누가 확인하러 갈 틈도 없이 멈췄거든.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문득 생각해. 정말로 아무도 안 들어왔는데, 왜 장치만 먼저 알아채는 걸까? 지금도 그날 프린터 앞에 사람이 없었다는 걸 확신하면서도, 종이 한 장의 문장만은 잊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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