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내 차만 바퀴 자국이 계속 덧그려져
지하주차장에 내 차만 바퀴 자국이 계속 덧그려져요. 처음엔 그냥 내 착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날이 있어요. 새벽에 들어가서 차를 세우면, 다음 날 아침엔 다른 차들은 멀쩡한데 내 차 주변만 유난히 바닥이 까슬까슬해져 있고, 바퀴가 한 번 더 지나간 것처럼 희미한 덧자국이 덧대어져 있더라고요.
사건의 시작은 그날이었어요. 저는 주차공간이 정해져 있던 타입이라 늘 같은 자리, 같은 방향으로만 넣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바닥에 난 자국이 ‘내가 실제로 들어올 때’와 각도가 달랐어요. 제가 조향을 조금만 틀어도 바퀴 소리가 달라지잖아요? 근데 그날 아침에 보인 덧자국은 그보다 더 안쪽으로, 마치 누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차를 다시 옮겨 세운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습기 때문에 마찰이 달라져서 그런가 싶었죠. 지하주차장은 여름만 되면 바닥이 미끌거리고, 비 오면 더 심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날부터 바닥 자국이 생기는 걸 관찰했어요. 퇴근하고 들어가기 전엔 멀쩡한데, 다음날이면 내 차 자리만 두 겹, 세 겹처럼 겹쳐져 있었어요. 특히 내가 주차를 ‘확실히’ 끝내고 완전히 정지한 위치보다 조금 뒤쪽으로 늘어져 있어서, 그냥 미세한 흔들림이라고 보기엔 너무 규칙적이었어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누가 몰래 옮겼나 보죠” 같은 말은 했는데, 저희 단지는 등록차량 말고는 통로가 쉽게 열리지 않아요. 카드키 없으면 거의 못 들어오고, 출입기록도 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CCTV를 확인해보자는 얘기는 자꾸 미뤄졌어요. “사람이 몰려서 그런지 화면이 흐릴 수 있다” “시간대가 애매하다” 이런 식으로요. 저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급하게 휴대폰을 거치대에 달아 차 안에 두고, 밤에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영상이 늘 ‘거기서 멈춘’ 느낌이었어요. 카메라가 켜져 있는 건 확인되는데, 정작 바퀴가 덧그려지는 시간대만 프레임이 순간적으로 끊기거나 화면이 뿌옇게 변했어요. 물론 전자기기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근데 내 차가 세워진 순간과 덧자국이 확인되는 아침 사이에만 계속 같은 패턴이 반복됐어요.
그때 저는 바닥을 더 자세히 봤어요. 덧자국이 생긴 날엔 항상 같은 선으로 이어져 있었어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가 ‘정답’이고, 누군가 그 정답을 따라 차를 한 번 더 끌고 간 것처럼요. 바퀴 자국은 그냥 긁힌 게 아니라,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면서도 최종 위치는 늘 같았어요. 제가 느끼기엔 누가 제 차를 “움직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누가 굳이 새벽에 굳이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 생각이 계속 머리를 붙잡더라고요.
어느 날은 정말 소름 돋는 일이 있었어요. 밤 11시쯤 귀가했는데,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유난히 조용했어요. 평소엔 누가 들어오거나 엘리베이터 소리라도 한두 번은 나는데, 그날은 정말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하더라고요. 저는 내 자리로 들어가면서 “오늘은 아무도 없겠네” 하고 생각했는데, 막 차를 세우는 순간, 바닥 아래에서 아주 얕은 ‘철컥’ 소리가 났어요. 누가 뭔가를 끌어다 놓는 소리 같은데, 그게 내 차 쪽에서 났어요.
다음 날 아침, 덧자국은 또 있었습니다. 그것도 예전보다 더 선명하게요. 특히 앞바퀴 쪽이 유난히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제 차는 평소에 그 각도로 들어갈 때 앞부분이 거의 해당 선을 넘지 않거든요. 그런데 덧자국은 마치 제가 “조금만 더 당겨서 세웠다면” 생길 법한 모양이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누가 내 차를 실제로 옮기고 있나’ 보다는, 더 불길한 쪽으로 생각이 굳어졌어요. 누군가가 ‘내가 내리는 루틴’을 알고 있고, 그 루틴에 맞춰서 정확히 같은 흔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했어요. 관리사무소에 다시 말해서 CCTV 열람을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기록이 오래돼서 덮어쓰기 됐다”는 말을 들었어요. 웃긴 게, 저는 그날만큼은 꼭 봐야 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확인이 안 된다는 건, 너무 편리했죠. 결국 저는 주차장 출입기록과 엘리베이터 사용 내역만이라도 확보해달라고 했고, 그 뒤로는 이상한 일이 더 늘었어요. 어떤 날은 덧자국이 없는데, 대신 차 주변에 먼지가 한 줄로 정렬된 것처럼 남아 있더라고요. 바퀴 자국이 사라진 대신, 흔적만 다른 방식으로 남는 느낌이랄까요.
지금은 제 차를 타기 전에 바닥을 먼저 봐요. 어떤 날은 그냥 평범하고, 어떤 날은 또 겹쳐져 있어요. 저는 아직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어요. 다만 이상하게도, 덧자국은 항상 제가 새벽에 들어온 날 다음 날에만 뚜렷하고, 퇴근해서 늦게 들어온 날엔 비교적 약했어요. 그걸 생각하면, 제게 더 무서운 건 “누군가가 내 차를 움직였냐”가 아니라, 누군가가 제 생활 패턴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오늘도 주차장 바닥을 보면, 제 차만 유난히 누군가의 손길을 한 번 더 거친 것처럼 보여요… 끝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는데, 자꾸만 선이 이어지는 느낌이 드는 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