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대문 앞에 놓인 장판이 늘 같은 접힘으로 바뀌어
시골집 대문 앞에 놓인 장판이, 어느 날부터인가 늘 같은 모양으로 접혀 있더라. 처음엔 바람에 밀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접히는 방식이 진짜 매번 똑같았다. 대문을 열고 나갈 때마다 장판이 딱 그 자리에서, 꼭 그 각도로 꺾여 있었어. 같은 접힘, 같은 위치. 분명히 어제 저녁엔 편평하게 펴놨는데 말이야.
집은 외지에서 보면 허름한 편이지만, 그래도 마당 쪽은 항상 정리해두는 편이었어. 비 오기 전엔 장판을 대문 앞에 깔아두고, 비가 그치면 다시 바닥을 닦고 장판을 펴서 보관하곤 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비도 안 왔는데 장판이 접혀 있길래, 그날은 그냥 귀찮아서 “누가 밟고 접었나” 싶었지. 그런데 그 다음날도 똑같았고, 그 다음날도 똑같았어. 접힌 자리에서 모서리가 살짝 들어간 각도까지 똑같더라.
처음엔 가족 중 누가 지나가다 장판을 잘못 접어놨나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직접 저녁에 다시 펴고, 모서리도 손으로 눌러서 고정해뒀다. 바람이 불어도 쉽게 안 접히게 무게 되는 돌도 양쪽에 올려뒀고.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가보면, 돌은 그대로인데 장판만 이상하게 꺾여 있었어. 돌은 분명 안 움직였는데 접힘은 돌이 놓인 위치를 피해가듯 정확히 이어졌고, 접히는 선은 매번 같은 방향으로 그어져 있었어.
그래서 더 신경이 쓰여서 장판에 작은 표시를 해뒀다. 연필로 접히는 선이 되기 전 지점에 아주 옅게 점을 찍었고, 대문 기둥과도 대충 맞추는 기준을 세웠지. 다음 날 확인해보니, 점들은 대체로 원래 위치에 있었는데 접힘 선이 그 점들을 가로질러 생겼어. 아무리 누가 접었다 해도 저런 식으로 ‘그 선’이 반복되진 않을 것 같은 모양이었어. 마치 누군가가 장판을 들지 않고도, 안쪽에서부터 접어버린 것처럼 보였달까.
이상한 건 접히는 패턴만이 아니었어. 장판이 접힌 날이면, 대문 앞 바닥 먼지의 방향이 달라졌어. 바람이 부는 방향이 매일 똑같진 않은데도, 장판 아래쪽으로 먼지가 모이는 모양이 반복됐거든. 그리고 접힌 모서리 쪽을 손끝으로 살짝 만지면, 처음엔 눌린 느낌이 있다가 손을 떼면 금방 원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것처럼 느껴졌어. 재질이 원래 그런 건 아니고, 장판을 자주 펴고 접을 일이 없으니까 더 납득이 안 갔지.
동네 어르신들한테 은근히 물어봤는데, 다들 말이 비슷하게 나왔어. “그 집 앞에 장판을 자꾸 바꿔 놓으면, 뭐가 거기 붙어버린다”는 식의 말. 처음엔 그냥 미신 같아서 웃어 넘기려고 했는데, 그날 이후로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밤에 창문은 닫아놨는데도 대문 쪽에서 아주 작은 ‘툭’ 하는 소리가 한 번씩 나더라. 그리고 그 다음 날이면 또 같은 접힘이 반복됐고, 그게 꼭 소리가 난 밤 다음날 아침에만 딱 맞아떨어졌어.
그래서 난 장판을 아예 치워버리기로 했어. 대문 앞에 있던 걸 안쪽 마당 창고로 옮기고, 그 자리에 아무것도 안 깔았지. 몇 일이 지나도 별일 없어서 “이제 됐나보다” 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이 있었어. 근데 어느 아침엔 장판을 치운 자리 바로 앞에서 이상한 흔적을 봤어. 접힌 선이 생기던 그 각도만큼, 바닥 먼지가 얇게 쓸린 듯한 결이 남아 있더라. 장판이 없는데도 말이야. 마치 장판이 거기 있었던 것처럼 그 모양대로 쓸린 느낌이었어.
그때부터는 확실히 뭔가가 ‘접는 행위’ 자체를 반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가 밟고 접는 거라면 매번 사람 발자국이나 흔들림이 남아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거든. 오히려 장판이 접히는 날마다 주변은 정돈된 느낌이었고, 접힘 선만 선명하게 남아. 내가 직접 해도 똑같이 맞추기 어려운 각도인데, 누군가가 습관처럼 반복해서 그 형태를 만들어내는 거잖아. 그게 더 소름이었어.
결국 난 장판을 버리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남겨두기로 했어. 그 접힘 선이 나오는 방향으로 바깥쪽을 표시해두고, 장판 위엔 얇은 종이를 얹었지. 종이가 움직이면 누군가 지나갔다는 뜻이고, 안 움직이면 다른 방식이라는 거니까. 그런데 다음 날 종이는 그대로 붙어 있었는데, 장판만 또 같은 각도로 접혀 있었어. 종이는 찢어지지도 않았고, 찢어지면 접힐 때 같이 망가질 텐데 그대로였어. 마치 장판만 먼저 ‘접힌 상태로’ 놓인 것처럼요.
그 뒤로 난 대문 앞에 장판을 더는 안 뒀어. 대신 신발장부터 정리하고, 바닥도 깨끗이 닦아두고, 매일 아침 나갈 때마다 그 자리를 확인했지. 그런데도 가끔, 바닥 결이 아주 미세하게 같은 방향으로 정리된 날이 있었어. 접혀 있지 않은 날에도 그 접힘의 선이 머릿속에서 계속 남아 있어서, 결국 한동안 대문을 열 때마다 괜히 손이 장판을 찾는 쪽으로 먼저 움직이더라. 지금 생각해도 그 접힘은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 그 집 앞이 어떤 모양을 ‘기다리는’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