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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향수 냄새가 먼저 들어왔어

2026-08-28 08: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향수 냄새가 먼저 들어왔어. 내가 탄 건 7층에서였는데, 도착해서 문이 ‘딱’ 하고 열리기 전에 코끝을 먼저 찌르는 게 이상하더라. 분명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향은 분명 누군가가 지나가며 뿌린 것처럼 진득했어. 이상하게도 그 냄새가 매끈하게 퍼지지 않고, 마치 공기 속에 얇은 막이 생긴 것처럼 “문이 열리는 순간에만” 들어오는 느낌이었거든.

일단 나는 습관대로 밖을 봤어. 7층 복도 조명은 평소처럼 밝았고, 누가 서 있는 것도 없었어. 그런데 냄새는 벽지 끝이랑 바닥 경계선 쪽으로만 미세하게 흐르면서, 계단 쪽 방향으로 천천히 이어지더라. 향 자체는 흔한 플로럴 계열이었는데, 문제는 향이 너무 또렷했다는 거야. 막 뿌린 새 향 같은데, 그 ‘새로움’이 너무 오래 지속됐어. 그냥 지나가는 사람 냄새가 아니라, 공간에 고정돼 있는 것 같았지.

처음엔 환기 문제겠지 싶었어. 아파트는 주기적으로 공조가 돌고, 누군가 아래층에서 향을 쓰면 위층까지 올라올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 “문 열릴 때 타이밍 맞춰서 들어오는 냄새”라니, 누가 엘리베이터 문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열리자마자 공기를 건네주는 느낌이잖아. 내가 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로, 냄새가 엘리베이터 문 틈에서부터 시작됐거든.

복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엘리베이터 앞 버튼 패널 쪽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어. ‘딸깍’ 하고, 마치 누군가가 버튼을 한 번 더 누른 것 같은 소리. 근데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뒤로 아무 것도 건드리지 않았고, 내 손은 주머니에 있었어. 소리는 딱 한 번 나고 끝났는데, 그 다음부터 향수 냄새가 더 짙어지면서 “방향”이 분명해졌어. 계단 쪽으로, 더 정확히는 7층에서 6층으로 내려가는 중간 경계쯤을 가리키는 것처럼.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 등골이 좀 서늘했어. 나는 엘리베이터가 닫히기 전에 다시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발이 안 떨어지더라. 향이 나를 붙잡는 느낌은 아니었고, 그냥 뇌가 너무 빠르게 계산을 해버린 느낌이었어. ‘혹시 엘리베이터가 나 말고 누굴 데려오는 게 아닌가’ 같은 생각. 근데 그럴 리가 없지, 엘리베이터는 호출도 없었고, 시간도 애매하게 평소보다 2~3초 정도 늦게 열렸어.

나는 일단 내 집 번호 쪽으로 걸었어. 복도 바닥에 반사되는 빛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고, 향은 점점 옅어지긴 했는데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 그렇게 30초쯤 걸었을까, 내 발자국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리더라. 평소엔 소리 안 나던 바닥인데, 그날은 걸음마다 마치 빈 공간을 울리는 것처럼 “통” 하고 돌아왔어. 그때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거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인데, 내가 방금 나왔으니까 당연히 닫혔겠지. 근데 문제는 “열리는 소리”가 아니라 “닫히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는 거야. 마치 이미 문이 열렸다가, 누군가가 급하게 타고 들어간 다음 닫힌 것처럼.

나는 뒤를 돌아봤어. 엘리베이터는 닫히는 중이었고, 7층 버튼 바로 옆에 작은 종이 조각 같은 게 끼어 있었어. 누가 장난으로 붙여뒀나 싶어서 가까이 가려는데, 향수 냄새가 그 종이 조각에서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게 느껴졌어. 종이에는 글자가 없었고, 딱 보기엔 포장지 한 모서리처럼 얇았는데, 이상하게도 냄새가 그 자리에서만 ‘폭’ 하고 올라오더라. 내가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머릿속이 한 번 멈춘 것처럼 멍해졌어. 너무 익숙한 향이었거든. 예전에 누가 내 집 앞에서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던 날 맡았던 냄새랑 비슷했어.

그때부터 나는 도망치듯 집 문으로 갔고, 문을 열자마자 바로 현관 쪽을 확인했어. 신발장 위나 우편함 근처에 뭔가 남아있나 봐야 한다고 생각했지. 근데 아무것도 없었는데, 대신 현관문 틈에서 다시 향수 냄새가 아주 얇게 새어 나왔어. 문이 닫혀 있는데도 말이야. 냄새는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안쪽에서 먼저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 감각이 제일 이상했어. 냄새가 공기를 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공간의 결이 그걸 품고 있는 느낌.

나는 결국 그날 밤 내내 엘리베이터를 안 탔어. 대신 계단으로만 움직였고, 복도 끝에서부터 엘리베이터 방향을 볼 때마다 숨을 한 번씩 참게 되더라. 다음날이 되자 향은 평소처럼 희미해졌는데, 아직도 한 번씩 ‘문이 열리기 직전’의 공기 느낌이 떠올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을 때, 손끝에 미세하게 전해지는 진동이랑 같이. 사람은 보통 냄새를 ‘사람’이 남겼다고 생각하잖아. 근데 그날의 향은 사람의 흔적이라기보다, 문이 열리는 방식 자체가 향을 운반하는 것 같았어.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열리는 순간에 잠깐 멈칫해. 향이 먼저 들어오면, 괜히 내 입술부터 닦아내고 싶어져. 누가 내 뒤를 따라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내가 방금 열어버린 “문”이 어떤 걸 데리고 들어왔는지 머릿속에서 자꾸 되묻게 돼. 그리고 그 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상하게도 복도 조명이 너무 밝아 보여. 마치 누군가가 기다리던 장면을, 내가 대신 재생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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