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로 받은 책에서 내가 모르는 날짜의 영수증이 나왔다
중고거래로 받은 책에서 내가 모르는 날짜의 영수증이 나왔다. 처음엔 그냥 낡은 물건 특유의 잔재인 줄 알았는데, 그 종이 한 장 때문에 며칠 내내 잠이 얕게 오더라. 판매자가 “밑줄 거의 없어요”라고만 했지, 이런 게 들어있을 거라고는 전혀 말이 없었거든.
책은 인터넷 중고로 산 거였고, 택배 박스 열자마자 비닐 냄새랑 책장 종이 냄새가 섞여서 올라왔어. 겉표지는 좀 닳아 있었지만 상태는 괜찮았고, 나는 꼼꼼히 펼쳐보다가 책 중간쯤에서 얇은 흰 종이를 하나 발견했어. 영수증이었는데, 종이 결이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이게 왜 여기 있지?” 싶었어.
영수증에는 분명 날짜가 찍혀 있었는데 문제는 내가 구매한 시점하고도, 판매자가 올린 사진에 보이던 상태랑도 타이밍이 안 맞았다는 거야. 판매자가 책을 처분한 건 몇 주 전이라고 했고, 영수증은 그보다 훨씬 뒤의 날짜로 찍혀 있었어. 종이 옆에는 아주 작은 메모가 있었는데, 알아보기 힘들게 연필로 눌러쓴 글씨라 처음엔 그냥 낙서인 줄 알았지.
그래도 확대해서 보니까 글자가 꽤 또렷했어. “다음에 올 때까지 끼워둬.” 같은 문장이었고, 뒤에 짧게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성만 있고 이름은 없더라. 나는 괜히 등골이 서늘해졌어. 누군가가 이 책을 ‘사이에 끼워둔 것’ 자체가 이상했는데, 더 이상한 건 그 문장을 쓴 사람이 내가 아는 범위 밖의 누군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이야.
물론 중고거래에서 이런 일이야 종종 있지. 누가 책을 선물했다가 다시 정리하면서 빼놓지 못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가 영수증을 끼워두는 습관이 있었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 생각이 오래가질 않았어. 왜냐면 영수증의 가맹점명이 내가 사는 동네랑 너무 가까운 곳이었거든. 버스 정류장 이름까지는 아니어도, 주소 체계가 딱 우리 생활권이랑 맞아떨어졌어.
그날 저녁엔 혹시나 싶어서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책을 받아보니 영수증이 끼워져 있더라구요. 혹시 같이 들어간 건가요?”라고만 물었고, 자세한 내용을 쓰진 않았어. 근데 판매자는 답을 엄청 빨리 했는데, 그게 더 찜찜했어. “그건 제가 안 넣었어요. 책만 포장했어요.”라고 짧게 끝내더라. 추가 질문을 하자 답장이 아예 끊겼고, 다음 날엔 게시글이 비공개로 바뀌었어.
나는 그때부터 책을 다시 펼쳐봤어. 영수증이 들어있던 쪽 말고도, 다른 쪽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장마다 전부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딱 한 군데에서만 종이가 미세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어. 누군가가 그 자리로 책을 넘겨가며 뭔가를 반복해 끼웠다 뺀 것처럼 보였거든. 다만 찢어진 흔적이나 추가 메모는 없어서 더 무섭더라. “사람이 한 짓”이라기보단, 습관처럼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결국 영수증에 적힌 가맹점으로 직접 확인해보려다가 그만뒀어. 고객센터에 물어보면 특정 구매자의 영수증 정보를 찾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러면 내 행동이 이상해질 수도 있고. 그래도 마음은 계속 그쪽으로 기울더라. 내가 산 책이, 누군가의 ‘다음 동선’에 맞춰지는 도구처럼 쓰였을 가능성이 떠올랐거든.
며칠이 지나도 이상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어. 책을 책장에 꽂아도 손이 먼저 가서 영수증이 있던 쪽을 확인하게 되고, 밤엔 자꾸 책장을 닫는 소리가 귀에 남았어. 누가 내 방에 들어왔다는 식으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 영수증의 날짜가 내 현실의 시간 위에 얹혀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거든. 마지막으로 영수증을 다시 들춰보니, 종이 하단에 아주 작은 인쇄가 한 줄 더 있었어.
거기엔 정말 희미하게 “보관용” 같은 표현이 있었는데, 그게 내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질 않았어. 중고거래로 들어온 책인데, 누군가가 그 책을 ‘돌려받을 때까지’ 뭔가를 보관하려고 끼워둔 게 아닐까 싶더라. 지금도 가끔 책을 펼치면, 누군가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내가 그 날짜를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돼. 영수증은 그냥 종이인데, 이상하게도 그 종이가 시간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서… 문득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