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문틈 사이로 종이 한 장이 계속 들어온다
원룸에서 문틈 사이로 종이 한 장이 계속 들어온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 새벽에 잠결로 문을 닫아둔 기억도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문 아래로 바람이 새는 느낌이 들더니 바닥에 아주 얇은 종이가 한 장 ‘툭’ 하고 떨어졌거든.
그 종이를 집어 들었을 때는 딱히 글씨가 없었어. 노란 종이처럼 오래된 색이고, 모서리는 반듯하게 접혀 있었는데, 딱 한 번만 접힌 형태라서 편지라기보다 안내문 같은 분위기였지. 종이 표면을 비스듬히 비추면 희미하게 뭔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는데, 가까이 대면 더 흐릿해져서 결국 읽을 수가 없었어. 나는 “다음엔 빼지 말고 현관에서 두고 가라” 싶어서, 종이를 다시 문틈 근처에 밀어 넣어 뒀어.
근데 다음 날이 진짜 문제였어. 비슷한 시간, 거의 분침이 맞는 것처럼 새벽 두세 시쯤, 문틈으로 똑같은 종이가 들어왔어. 이번엔 같은 종이가 아니라 조금 더 얇은 것 같았고, 접힌 위치도 아주 미세하게 달랐어. 그때부터 이상하게도 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문이 ‘잠금이 풀린 상태’처럼 살짝 걸리는 느낌이 들더라. 분명 내 방은 잠가놨는데, 손잡이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어.
난 결국 보안에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어. 문틈 사이를 휴지로 막아놓고, 테이프도 바르고, 문 아래쪽 틈이 있는지 손전등으로 살폈지. 그런데도 그날 밤엔 종이가 또 들어왔어. 휴지로 막아놨는데, 휴지가 아니라 아예 종이만 들어온 느낌이랄까. 종이가 휴지 사이를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종이 자체가 문틈의 형태를 알고 있는 것처럼 미끄러져 들어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
그리고 종이에는 점점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했어. 처음엔 글자가 없더니, 며칠이 지나자 희미한 선들이 나타났어. 글이라기보단 누군가가 연필로 적다 만 것처럼 끊어진 획들이었고, 그 획들이 묘하게도 내 방 안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었어. 종이를 펼치면 방 구조랑 닮은 형태가 떠오르는 거야. 책상 위치, 침대 쪽 벽, 그리고 문 바로 옆 부분까지. 난 순간 소름이 돋아서 종이를 들고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종이에서 ‘가리키는’ 곳이 항상 차가웠어.
그래서 CCTV를 달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여기 원룸은 배선이 애매해서 설치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그 생각 자체가 무서웠어. “찍히면 끝나겠지” 같은 단순함이 아니라, 찍히는 순간 누군가가 ‘내가 보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는 느낌? 그래서 나는 대신 문 바깥쪽을 확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 새벽마다 문을 잠깐 열어보진 못하지만, 문틈 아래에 놓은 종이 클립 하나를 보면 들어올 때 모양이 변하잖아. 그걸 보려고 아침에 확인했더니, 클립이 늘 같은 방향으로 살짝 비틀려 있었어.
어느 날은 종이가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 들어왔어. 겹쳐져서 들어온 게 아니라, 한 장은 문틈 가까이에, 다른 한 장은 내 발 옆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 그리고 두 번째 종이는 유난히 접힌 자국이 깊었어. 종이를 펴는 순간, 아주 작은 글씨가 겨우 보였는데 정면으로 보면 안 보이고, 바닥에 종이를 아주 낮은 각도로 대고 비추면 겨우 읽히는 수준이었어. 내용은 길지 않았어. “다음엔 문을 열지 마.” 딱 그 한 문장만 남아 있었지.
그 다음부터는 종이가 들어오는 간격이 더 짧아졌어. 하루에 한 장이 아니라 밤마다 두 번, 가끔은 한 번에 세 장까지. 종이 위에 희미하게 번지는 획들이 점점 더 선명해져서, 마치 내가 방에서 어디로 이동할지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난 그때부터 방 안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 물도 배달로만 받고, 외출은 최대한 낮에만. 근데 이상하게도 ‘안 움직이면’ 종이가 더 많이 들어왔어. 움직이면 종이 들어오는 소리가 약해지는 느낌이었거든.
결국 난 문틈에 작은 종이 대신 뭔가를 고정해보려고 했어. 얇은 철사 같은 걸 문 아래로 댄 다음, 들어오려면 걸리게 만들자는 생각이었지. 그날 밤에 정말로 종이가 들어오지 않았어. 대신 문 안쪽 벽에서 아주 가는 긁는 소리가 났어. 귀에 가까운 쪽으로는 아니라, 방 전체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들렸어. 그리고 새벽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문틈 말고 방 안쪽 벽과 바닥 사이 작은 틈에서 똑같은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어. 마치 문이 아니라 ‘벽이’ 종이를 밀어 넣은 것처럼.
그 뒤로는 종이가 더 이상 종이처럼 보이지 않았어. 색이 더 누렇게 변하고, 접힌 모양이 점점 더 정교해지더라. 마지막으로 들어온 한 장은 글씨가 아니라,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얇은 패턴이었는데, 그게 이상하게도 내 방 평면도랑 똑같았어. 다만 내가 항상 피하던 부분—문 바로 옆과, 창문이 없는 쪽—만 빈칸으로 남겨져 있었지. 그 빈칸을 보는 순간, 누가 내 방을 ‘측정’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그 빈칸이 언젠가 내가 채워야 하는 자리처럼 느껴져서, 지금도 문틈 사이로 종이가 들어오는 소리만 들리면 숨부터 멈추게 돼. 소리도 없이 들어오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땐 내가 이미 뭔가를 놓치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