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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완료 사진에 내 집 내부가 찍혀 있었는데 나는 거기 없었어

2026-08-28 20: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앱에서 ‘배달완료’가 뜬 걸 확인한 건 밤 11시쯤이었어요. 문 앞에 놓여 있는 소리도 못 들었고, 초인종도 울린 적 없는데 화면에는 이미 사진이 첨부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진 속 배경이… 제 집이었어요. 정확히는 제 현관 쪽 불빛, 그리고 신발장 위에 올려둔 작은 액자까지 보였어요. 저는 그때까지도 밖에 누가 들어왔다고는 전혀 생각 못 했고, 그냥 배달을 못 받았다고만 생각했죠.

바로 배달기사님께 연락했는데, 통화는 되다가 끊기고 메시지만 계속 ‘확인 중’으로 떠요. 몇 분 뒤 기사님이 “잠시만요, 문 앞에 두고 왔습니다”라고 보냈는데, 저는 “문 앞에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답했어요. 그럼에도 사진은 그대로 올라와 있었고, 그 사진 속 각도가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제가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사진을 확대해서 봤더니 제 집에서만 보이는 물건들이 몇 개 더 찍혀 있었어요. 그건 배달원이 멋대로 찍어서 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봤어요. 신발장 손잡이 모양, 현관등 색, 바닥 타일의 금 간 위치까지 전부 제 집이 맞았어요. 게다가 배달완료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아주 작게, 누군가가 손으로 잠깐 가린 흔적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혹시 제가 문을 열지 않았는데도 누가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간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물론 화질이 낮아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문 앞에서 찍었다’고 하기엔 구도가 너무 내부 쪽이었어요.

그날 저는 혼자 살았고,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집 구조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어요. 가족도 없고 친구들은 거의 택배나 문 앞에 두는 방식만 알았죠. 무엇보다 저는 그 시간에 집에 사람이 드나든 적이 없었어요. 창문 커튼을 걷어두지 않는 편이라 누가 서 있어도 내부가 훤히 보이진 않는데, 사진은 제가 습관적으로 가리는 부분까지 담고 있었어요. 그제야 손끝이 차가워지면서, ‘혹시 누가 집 안에 들어와서 사진 찍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더라고요.

다음으로는 기록을 확인했어요. 배달 앱의 위치 표시가 시작된 지점이 제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사진 찍는 걸로는 설명이 안 됐어요. 제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매번 입력하는데도, 그 사진에 찍힌 구도는 제가 문을 열었을 때랑 비슷했거든요. 그래서 휴대폰을 뒤져서 최근에 누가 제 집 출입을 시도했는지, 스마트 도어락 앱 알림이 있었는지 확인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었어요. 특정 시간에 ‘잠금 해제 실패’ 같은 알림이 한 번 떴는데, 저는 그 시간에 절대 문을 열지 않았어요.

배달기사님께 다시 연락했어요. 이번엔 “사진이 제 집 내부처럼 보여요. 위치 인증 다시 확인해 주세요. 제가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라고 보냈죠. 그런데 기사님은 “아, 그거요? 가게에서 찍은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라고 했어요. 그 말이 너무 얼토당토않아서 웃음도 안 나왔어요. 제가 배달음식을 받는 집이 가게랑 같은 동네도 아니고, 게다가 현관에 있는 작은 액자까지 찍혀 있었는데 “가게에서 찍은 줄”이 가능하냐는 거죠. 저는 그때부터 ‘실수’라는 단어가 잘 안 믿겼어요.

결국 저는 고객센터에 신고하고, 동시에 집 안을 한 번 훑어봤어요.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현관 쪽에 두었던 물건 하나가 아주 조금 옮겨져 있었어요. 그리고 신발장 위에 있던 건 그대로였는데, 손잡이 쪽에 먼지가 덜 묻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누군가가 문을 열거나 닫는 과정에서 손으로 만졌을 가능성도 떠올랐고, 그게 배달사진에 보이는 각도와 맞물리니까 더 소름이 돋더라고요. 경찰에 바로 신고할까 고민했는데, 아직 ‘증거’라고 할 만한 게 사진 한 장뿐이라 망설여졌어요.

며칠 뒤, 배달 앱에는 ‘오류로 판명되어 보상 처리 완료’ 같은 문구가 뜨더라고요. 이상하게도 사진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기사님 계정은 조용히 정지됐다는 공지가 내려왔어요. 저는 속으로 “정말 오류였으면 왜 사진을 지우지 않았지?”라고 생각했어요. 보상은 받았지만, 음식값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저 자신도 알고 있었죠. 계속 마음에 걸린 건, 그 사진이 단순히 내부가 보였다는 게 아니라 ‘제가 그 자리에 없는데도 제가 없는 집 안을 찍었다’는 느낌이었어요.

사건 이후로 저는 현관 앞을 지날 때마다, 마치 누가 뒤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배달 문구나 사진 업로드를 무심히 넘기던 사람들 생각도 갑자기 달라지더라고요. ‘배달완료’가 뜬 화면 하나가, 내 집의 상태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실감했어요. 그리고 저는 오늘도 그날의 사진을 다시 떠올리면 가끔 숨이 턱 막혀요. 정말 우연이었다면, 왜 하필 그 각도였을까요. 저는 그 집에 없었는데도 사진 속엔 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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