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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야간에만 계산대 주변이 유독 차갑게 느껴져

2026-08-29 00:29:12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에서 야간에만 계산대 주변이 유독 차갑게 느껴져. 처음엔 에어컨 바람이 세게 나온 건가 싶었는데, 그건 ‘바람’이라기보다 뭔가가 내려앉아 있는 느낌에 가까웠어. 나도 편의점 야간 알바를 몇 달 했는데, 특히 밤 12시 넘어가면 계산대 앞만 유독 서늘해지더라. 손이 아니라 목 뒤부터 먼저 차가워지고, 그 열감이 몸 안쪽으로 쭉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날도 평소처럼 담배랑 라면 진열 정리하고, 계산대 앞 청소를 하고 있었어. 형광등은 멀쩡히 밝았는데도, 계산대 위 유리 서랍 손잡이를 잡는 순간 이상하게 서늘했어. 손바닥이 차가운 금속에 닿는 것과 다른 결이었달까. 몇 초 지나면 “아, 또 과하게 생각하나” 하고 넘기려 했는데, 마침 손님이 와서 결제하려고 카운터 앞에 서는 순간 그 사람이 잠깐 멈칫하더라고.

손님이 “여기 원래 이렇게 추워요?” 하고 물었는데, 나는 그냥 “네, 밤에 바람이 좀 세요”라고 얼버무렸어. 근데 그 사람이 계산 다 하고 나가면서도 뒤돌아보는 기색이 있었어. 나중에 생각해보면, 내가 느낀 차가움이 그 사람한테도 ‘바람’이 아니라 ‘체감’으로 전달된 것 같아. 그때는 별일 아니겠지 싶었는데, 그날 이후로 패턴이 생겼어.

야간 스케줄이 고정이 아니라도, 어김없이 시간이 맞춰져. 대충 밤 12시 10분쯤부터 계산대 주변의 온도가 확 내려가. 에어컨 리모컨으로 온도를 확인해도, 온도 설정은 정상이고 실외기 소리도 평소랑 같아. 그런데도 계산대 앞만 차갑고, 카운터 뒤쪽이나 진열대 쪽으로는 그렇게까지 안 느껴져. 마치 온도가 ‘선’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계산대 테두리 안쪽만 차가운 느낌이 계속됐어.

처음엔 고객이 있는 타이밍에만 그런 줄 알았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새벽 2시에도 똑같이 나타났어. 청소하면서 계산대 아래를 쓸거나, 영수증 프린터 옆을 만지면 갑자기 손목이 서늘해지는데 그게 찬 공기 때문에 생기는 냉기랑은 달라. 냉기가 ‘가볍게’ 닿는 게 아니라, 피부 바로 밑을 더듬는 느낌이랄까. 나는 항상 손이 먼저 차가워지고, 그 다음에 머리가 멍해지면서 “여기 누가 서 있나?” 같은 생각이 들어.

가끔 CCTV를 확인하면 더 신경 쓰이게 돼. 물론 화면이 멀어서 정확히 뭘 보는 건 아니지만, 계산대 근처에 어두운 흐름 같은 게 지나가는 날이 있었어. 딱 정체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진 않아. 그냥 ‘사람이 지나갔을 때 생기는 그림자 움직임’이랑 비슷한데, 실제로는 그 시간대에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거든. 그럴 때마다 매장 창문을 보면 김 서린 흔적이 생기기도 했어. 바깥이 그렇게 춥지 않은 날에도 말이야.

어느 날엔 사장님이랑 잠깐 통화하다가 얘기가 나왔어. 내가 “야간에 계산대 앞이 유독 차가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사장님이 “거기 원래 그런 편이야” 하고 넘어가려는 분위기였는데, 표정이 좀 굳더라. 그리고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밤에는 혼자 카운터 오래 보지 마”라는 말을 덧붙였어. 그때부터 확실히 느꼈지. 내가 이상하게 느끼는 걸 누가 모른 척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들 알고 있는데 말은 안 하는 종류라는 거.

그 뒤로 나는 계산대 주변을 더 자주 확인했는데, 웃긴 건 청소가 잘 될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거야. 카운터를 닦고 정리하고, 바닥을 쓸고 나면 유독 차가움이 “정돈”된 것처럼 선명해져. 손잡이처럼 닿는 물건도 똑같이 차가운데, 그 차가움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기다리는’ 느낌이 들더라. 누군가가 계산을 하러 오는 것도 아닌데, 내 시선이 계산대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더 끌려가. 그리고 1~2분 정도 지나면 갑자기 원래 온도로 돌아와.

가장 소름 돋았던 건 마지막 주에 있었어. 밤 12시 10분이 되자마자 계산대 앞 공기가 확 꺼지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리모컨이랑 온도 표시를 확인했어. 그런데 그 순간, 계산대 위에 있던 작은 영수증 더미에서 종이 한 장이 바람도 없이 바스락 움직였어. 그때 계산대 밑을 내려다보는 순간, 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상하게 ‘익숙한’ 감정이 올라왔어. 누군가가 몇 번이고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행동을 했다는 느낌. 그리고 종이가 움직인 뒤로는, 그 차가움이 잠깐 내 손등 위로 번졌다가 사라졌어.
그날 이후로는 밤만 되면 계산대 앞을 일부러 오래 보지 않게 되더라. 나도 모르게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먼저 뒤로 물러나는 습관이 생겼고… 지금도 가끔 편의점에 들르면, 유리 카운터가 아니라 내 목 뒤부터 먼저 차가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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