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손등을 힐끗 보며 말했어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손등을 힐끗 보며 말했어.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잠깐 눈이 마주친 건가 싶었는데, 기사님이 말한 내용이 너무 선명해서 지금도 그날 생각만 하면 손등이 먼저 떠올라.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저녁이었어. 나는 목적지까지 대충 빨리 가고 싶어서 택시를 잡았고, 기사님은 말수는 적었지만 운전은 부드럽게 했어. 시동 소리랑 와이퍼 소리 사이로 차 안이 은근히 조용했는데, 신호 대기할 때쯤 기사님이 룸미러 쪽으로 잠깐 시선을 옮기더니 내 손등을 한 번 더 봤어.
“손, 자주 보게 되더라.” 기사님이 그렇게 말했어. 별 뜻 없다는 듯이 툭 던진 말투였는데, 내가 들은 건 ‘자주 본다’가 아니라 ‘보게 된다’였어. 그 말이 이상하게 꼬리에 걸려서, 나는 괜히 손등을 가만히 펴서 내려다봤지. 손등에는 특별히 상처도, 크게 눈에 띄는 무언가도 없었거든.
“어떤 거요?” 하고 되물었더니 기사님은 말끝을 흐렸어. 대신 내 손등 쪽을 다시 한 번, 아주 짧게 훑고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택시 타면 그런 일이 좀 있잖아” 같은 식으로 얼버무렸어. 그 말 자체도 이상했지만, 더 문제는 기사님이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는 거야. 장난 같지도 않았고, 그냥 무심한 척하면서 확인하는 느낌이랄까.
차가 달리는 동안 나는 계속 신경이 쓰여서 손등을 만지작거렸어. 비 때문에 손이 약간 차갑고 축축했는데도, 손등의 피부가 ‘원래 이런 느낌이었나’ 싶은 순간이 있었어. 그 순간 기사님이 또 말했어. “여기 손등엔, 원래 그렇게 잘 안 보이는 선이 있어요. 누가 보면 자꾸… 눈이 따라가요.”
나는 웃으면서 “무슨 선요? 손금 같은 거요?” 했는데, 기사님은 “손금이 아니라, 누가 남긴 거죠”라고 아주 조용히 말했어. 그때부터는 차 안 공기가 더 무거워진 것처럼 느껴졌어. 창문에 비가 번지고, 헤드라이트가 젖은 도로에 번쩍거리는데, 기사님 얼굴은 그 빛에 가려도 그대로 보였거든. 나는 괜히 손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가렸어.
목적지까지 얼마 안 남았다고 느꼈는데, 이상하게도 미터기가 더 오래 도는 것 같았어. 신호도 몇 번 더 걸렸고, 길을 돌리는 느낌도 있었어. 기사님은 내 표정을 보면서도 운전만 했는데, 그 와중에 한 번 더 내 손등을 보는 거야. 딱 보는 게 아니라 ‘확인’하듯이.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려 했는데, 손이 잘 안 움직이더라. 어딘가 손등이 뻣뻣해진 느낌이 들었거든.
내가 “혹시… 제가 뭘 흘렸어요?”라고 묻자 기사님이 잠깐 말이 끊겼어. 그리고 “흘린 건 없어요. 근데 누군가는 흘리면, 여기로 와요”라고 했지. 뭔가 이상한 말인데, 설명은 안 해줬어. 나는 너무 불편해서 “정말 그냥 착각이겠죠” 하고 웃어버렸고, 기사님도 “네. 착각이죠”라고 대답했는데, 그 대답이 더 불길하게 들렸어.
내가 내릴 때쯤 기사님이 현금을 받으면서 내 손을 스치듯이 잡았어. 그 순간 손등이 잠깐 따끔했는데, 상처가 난 건 아닌 것 같았어. 다만 그 따끔함이 “아프다”기보다는 “기억난다” 쪽에 가까웠어. 기사님이 손을 놓고는 아주 짧게, “다음 사람도 꼭 그렇게 보게 될 거예요”라고 했어. 나는 무슨 뜻인지 묻기도 전에 문이 닫혔고, 차는 빗길 위로 조용히 멀어졌어.
집에 와서 손등을 자세히 봤는데, 그때는 없던 게 갑자기 보이는 것 같더라. 피부 표면에 아주 옅은 자국 같은 게 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엔 거의 사라졌어. 그래서 난 더 헷갈렸어. 없던 게 생긴 건지, 내가 너무 놀라서 만들어낸 건지.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나는 손등을 볼 때마다 누가 내 시선을 ‘따라오게’ 만드는 느낌이 있어. 택시에서 기사님이 내 손등을 힐끗 보며 말했어—그 말이 지금도 내 옆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