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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침구를 갈아준 기록이 없는데 새 침구였다

2026-08-29 08:29:11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전역하고도 한동안 잠만 자면, 군대 침구 냄새가 꿈에 그대로 따라와서 깼다. 근데 이상한 건 그 냄새보다 더 먼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내 침구를 누가 “갈아줬다”는 기록도 없는데, 내 침대는 부대 들어온 날부터 계속 새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오히려 찜찜해졌다.

내가 들어가서 첫 주쯤, 당직사령실에서 이불을 받아오는 날이 있었다. 분명 내 번호표대로 가져온 건데, 포대부터 냄새가 이상하게 가벼웠다. 보통은 어디서든 한 번은 묵은 냄새가 남아 있잖아. 그런데 내 건 마치 막 포장 뜯은 것처럼 매끈했고, 먼지 눌림도 없었다. “새로 돌린 거냐” 하고 넘겼는데, 후임들 얘길 들어보니 새 침구는 특정 인원 교체 때만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생활관은 돌려 쓰는 침구가 계속 생기잖아. 땀 배고, 세탁하고, 다시 돌아가고. 우리 중대는 세탁이 늦어지는 날이 종종 있었는데도, 유독 내 자리 이불은 늘 같은 질감이었다. 모서리 부분이 먼저 헤지는 사람도 있고, 접힌 자국이 깊어지는 사람도 있는데, 내 침구는 그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누가 매일 정갈하게 다시 접어둔 것 같았다.

난 어느 날 행정 쪽에서 침구 교체 기록을 확인했다. 얼핏 들은 대로 생활관장이 적는 종이가 있는데, 침구 교체가 있으면 누가 가져갔고 언제 세탁 들어갔고 대여 반납이 어떻게 됐는지 남는 걸로 알았거든. 근데 내 침구는 “갈아준 기록”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바뀐 적이 없는데도 새것 같은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처음엔 착각인가 싶어서 날짜를 다시 맞춰봤다.

기록은 없는데 상태만 계속 새로 유지되니까, 결국 생활관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다들 “그냥 네가 운 좋은 거지”라고 웃으면서 넘겼지만, 표정이 묘했다. 특히 한 선임이 말끝을 흐렸다. “너 그거… 원래 네 거야. 관리가 좀 달라.” 이렇게만 하고 더는 안 갔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어서 “뭐가 달라요?”라고 재차 물었는데, 선임은 그날 이후로 내 얘길 거의 안 했다. 대답을 피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화 자체를 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진짜로 이상한 일이 터졌다. 아침 점호 끝나고 내 침구 위에 얇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던 걸 본 거야. 훈련 다녀오면 다들 구김도 생기고 바닥 먼지 날리는데, 내 건 유독 티가 안 났는데 그날만 달랐다. 그래서 내가 기지개를 켜는 틈에 손으로 먼지를 털었는데, 손끝 감촉이 바로 달라졌다. 먼지처럼 보였던 게 사실 먼지가 아니라, 이불 표면에 얹혔다가 바로 사라지는 어떤 얇은 막 같은 거였다. 딱— 하는 소리로, 마치 누가 살짝 벗겨낸 것처럼.

그 순간부터 시간 감각이 흔들렸다. 나는 그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문득 생각이 들었거든. 누가 내 침구를 갈아준 거라면, 최소한 “언제”라는 흔적이 남아야 한다. 세탁물이 들어오든, 누군가 손을 탔든. 근데 내 침구는 기록도 없고, 인수인계도 없고, 손 닿은 흔적만 깨끗했다. 나는 밤마다 내 이불을 들춰보면서 확인했는데, 새 침구는 보통 가장자리가 더 뻣뻣하거나 태가 나잖아. 그런데 내 건 애매하게 길들여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내 몸에 맞춰진 것처럼.

또 하나 이상했던 건, 내 침구 주변만 유난히 정리가 빨랐다는 점이야. 생활관에서 누가 치우는 날이 오면 다 같이 구역을 맡는데, 이상하게도 내 자리만 같은 사람의 손길이 계속 닿았다. 누가 지나가면서 쓱 한 번 해주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누가 “중요하게” 신경 쓰는 방식이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더 애매해졌다. 누군가는 “너는 뭘 잘못했냐” 같은 농담을 했고, 누군가는 “너 건드리지 마”라고 낮게 말했다. 농담 같지 않게.

결국 나는 전역 직전, 마지막으로 종이를 다시 찾아봤다. 그때는 기록이 아예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내 침구 교체 항목 칸에 이상한 줄만 몇 개 그어져 있었다. 글씨는 희미해서 “기록 없음”이라기보단 “무언가 처리됨”처럼 보였다. 당시에 난 그걸 사진으로 남길 생각을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찍어둘 걸 후회가 된다. 그리고 그 종이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손목이 서늘해졌다. 내가 본 건 침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확인이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전역하고 나서도 한동안 내 침구는 새것처럼 유지됐다. 물론 군대처럼 관리받는 건 아니니까,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닳아야 하는데 상태가 오래 갔다. 처음엔 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은 세탁을 하려고 꺼내는 순간부터 포대에서 익숙한 냄새가 올라왔다. 군대에서 맡던, 딱 그날 포장 뜯었을 때의 냄새. 나는 그 냄새를 맡자마자 웃음이 나올 뻔했다가, 갑자기 입이 마르고 손이 굳었다. 군대에서 내 침구를 갈아준 기록이 없는데도 새 침구였던 이유는, 기록이 남아야 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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