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층 버튼 누른 손이 굳어지는 것 같았어
엘리베이터에서 층 버튼 누른 손이 굳어지는 것 같았어.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손가락 감각이 둔해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는 같은 층 버튼만 누르면 손이 먼저 “멈춰” 버리는 느낌이 들더라.
그날도 늦게 퇴근하던 참이었어. 건물은 지어진 지 좀 된 곳인데, 로비부터 엘리베이터까지 냄새가 묘하게 눅눅했거든. 사람도 거의 없고, 조명이 약간 노랗게 깜빡이는 타입이라 뭔가 계속 눈이 피곤해지는 분위기였어. 나는 B1에 주차하고 올라가야 해서 1층 말고 다른 버튼을 눌러야 했어.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버튼 패널이 은근히 손때가 많이 묻어 있는 느낌이었어. 손을 뻗는 순간, 내 손가락이 버튼 표면에 닿기도 전에 이미 살짝 차갑게 굳는 것처럼 감각이 와. ‘아, 오늘 유난히 춥나?’ 하고 넘겼지. 그런데 문제는 내가 5층을 눌렀다는 거야. 누르고 나서 손을 떼는 순간까지 시간이 이상하게 늘어났어.
분명히 버튼을 누르자마자 “탁” 하고 눌리는 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어. 대신 엄지가 버튼에 닿은 채로 손가락 끝이 천천히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당장 떼고 싶었는데, 손을 빼는 게 아니라 손가락이 먼저 굳어서 버튼에 달라붙은 것 같았어. 나는 괜히 세게 떼려고 했고, 그때서야 겨우 빠져나왔는데 손가락이 살짝 저릿했어.
엘리베이터가 출발했는지 확인하려고 숫자 표시를 봤는데, 5층이 아니라 6층으로 올라가는 게 보였어. 그 순간 머리 뒤가 서늘해졌지. “내가 잘못 눌렀나?” 생각하려고 했는데, 내 손은 분명히 5층에 갔거든. 그런데 버튼 누른 손이 굳어지는 느낌이 다시 올라왔어. 이번엔 떼어진 게 아니라, 팔 쪽까지 굳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찬 기운이 번져.
문이 닫히는 소리랑 케이블 돌아가는 소리만 계속 들렸고, 엘리베이터 안은 너무 조용했어. 원래는 바닥이 살짝 흔들려서 “오르네” 하는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그날은 발바닥 감각이 둔해지면서 오히려 진동이 없어지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더 이상했어. 나는 급하게 다시 버튼 패널을 봤는데, 다른 층 번호가 켜져 있지 않았고, 6층만 계속 켜져 있었어. 마치 누른 건 내가 아닌 것처럼.
내릴 때도 이상했어. 6층에서 문이 열리는데, 복도 조명이 너무 밝아서 눈이 아플 정도였고, 복도 끝이 유난히 길어 보였어.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손가락을 움직여 봤는데, 멀쩡한데도 미세하게 “잠긴 느낌”이 남아 있었어. 손가락 마디를 굽혔다 폈다 하면 원래는 팍팍 소리 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소리가 안 났고 움직임이 늦었어. 그날 밤 샤워하고 손을 따뜻하게 해도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고, 다음 날도 버튼만 보면 손끝이 먼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어.
그 이후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싫어지더라. 계단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회사가 있는 건 10층 이상이라 매일 계단 다니면 체력이 확 꺾였어. 결국 다시 타게 됐고, 그때부터 규칙이 생겼어. 내가 버튼을 누르려고 손가락을 뻗는 순간, 특정 층만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지는 거야. 그리고 그 층 번호는 늘 처음에 내가 “정확히 누른” 것과 어긋났어. 5층을 누르려 하면 손이 6층 쪽으로 먼저 가고, 7층을 누르려 하면 8층 쪽에서 손이 멈추는 식이었어.
이상한 건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 로그나 안내문을 찾아보게 됐다는 거야. 관리실에 물어보면 고장 났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항상 정상인데요”라는 반응이 돌아왔어. 누군가가 버튼을 일부러 고장 내는 거냐고 물어보면 웃기다는 말도 들었고. 근데 내 손이 굳어지는 건 내 몸이 제일 먼저 알아.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내 손가락이 버튼 쪽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멈춘 손끝이 떼어지기 직전에는, 짧게 “손톱 밑이 당기는” 느낌이 나더라. 그건 고장이라기보다, 버튼이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았어.
마지막으로 그 감각이 확 굳어버린 날이 있어. 또 늦게 퇴근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번엔 그냥 아무 층이나 눌러야 했어. 나는 무심하게 가장 가까운 버튼을 눌렀고, 손을 떼려는데 손가락이 아예 패널에 남아있는 것처럼 감각이 끊겼어. 다행히 누르는 힘을 줄이자마자 손이 풀렸는데, 그 순간 패널 유리 표면을 보니까 내 손가락 끝이 잠깐 젖어 있던 흔적이 있었어. 마치 누군가의 체온이 아니라, 차가운 손자국이 닿았던 것처럼. 그리고 엘리베이터 숫자는 내가 누른 층이 아니라, 한 칸 위로 불을 켜고 조용히 올라갔어. 지금도 가끔은,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손이 먼저 굳는 걸 느끼면… 다음 문이 열릴 때 내 손가락이 먼저 따라 나갈까 봐 눈을 못 떼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