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복도에서 들리는 걸음소리가 내 뒤로 되감겼어
회사 복도에서 들리는 걸음소리가 내 뒤로 되감겼어. 그날도 평소처럼 야근을 하다가, 모니터에 비친 내 그림자만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퇴근 벨도 안 울렸는데 복도 끝에서 누가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발소리가 ‘딱, 딱’ 일정하게 나는데, 이상하게도 내 쪽으로 다가오는 속도만 맞춰서 들리더라.
처음엔 그저 누가 지나가나 싶었어. 우리 층은 퇴근 시간이 되면 자료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종종 있어서, 발소리로 대충 누가 움직이는지 감 잡는 편이야. 근데 그날은 느낌이 달랐어.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바닥에 닿는 리듬이 더 또렷해지는데, 내 뒤로만 계속 붙는 느낌이랄까. 내가 자리에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소리가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정확히 내 등 뒤에 딱 맞춰서 따라오는 거야.
나는 한 번쯤은 장난인 줄 알았어. 회사에서 가끔 누가 몰래 따라다니며 소리로 놀리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래서 일부러 일부러 이어폰 볼륨을 줄이고, 마우스를 내려놓고 조용히 숨을 죽였어. 그랬더니 복도 발소리가 한 발 늦게 걸리는 것처럼 ‘딱’ 하고 소리가 튀었고, 곧바로 다시 내 뒤쪽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들렸어. 가까워지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소리를 다시 되감는 것 같았어.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데도, 이상하게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어. 자리를 박차고 돌아보면 진짜 누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잖아. 근데 두려움이 먼저 와서, 손끝만 굳어버렸지. 화면에는 엑셀 숫자들이 멀쩡히 떠 있는데, 귀로는 계속 똑같은 리듬이 내 등 뒤에서 재생되듯 반복되고 있었어. 복도에서 누가 걸어오는 게 아니라, 누군가 방금 전에 내 뒤를 지나가놓고 다시 자기 발을 되돌려 놓는 것 같은 소리였거든.
잠깐만 생각해봤어. 우리 층 구조가 ‘ㄱ’자라서, 복도 끝이 사무실과 완전히 막히지 않고 꺾이는 부분이 있어. 보통 누가 지나가면 소리가 한 번 꺾였다가 다시 퍼지는데, 그날 발소리는 꺾이지 않았어. 내 자리 기준으로 계속 같은 거리에 붙어 있었고, 그러면서 소리의 크기도 약해졌다가 강해졌다가를 반복했어. 마치 소리만 가까이 당겨졌다가 다시 놓이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무작정 뒤를 돌아보지 못했어.
결국 확인해야 마음이 좀 가라앉을 것 같아서 모니터를 끄지도 않고, 그냥 천천히 의자만 살짝 돌렸어. 근데 뒤로 돌아가는 동안 발소리는 그대로였어. 내가 돌아오는 각도에 맞춰서 소리가 따라오는 게 아니라, 이미 내 뒤에서 ‘계속’ 걷고 있는 것처럼 들렸거든. 회사 조명은 환해서 어깨라도 한 번 비치면 누굴 봐야 하는데, 돌아봤을 때 복도는 비어 있었어. 텅 비어 있었고, 문틈으로 새는 냉기 소리만 가늘게 이어졌지.
그 다음이 문제였어. 복도가 비어 있는데도, 발소리는 내 뒤에서 멈추지 않았어. 오히려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어. ‘딱, 딱’ 하던 리듬이 갑자기 더 빠르게 들리다가, 곧바로 반대로 느려지더니, 어느 순간엔 아예 반주처럼 거꾸로 재생되는 것 같았어. 발을 딛는 소리가 “지금” 나는 소리가 아니라 “방금 지나간 직후”로 되돌아가는 느낌.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멈췄어. 일어나면 진짜 내 앞으로 누군가가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는 결국 비상벨 같은 걸 누르지 않았고, 대신 회사 메신저를 열었어. 동료한테 “복도에 사람 있어?”라고 보내려다가 손가락이 멈췄지. 그 순간 메신저 알림 창에 누가 답장을 보낸 것처럼 배경이 깜빡였는데, 그게 내 화면이 아니라 사무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와 동시에 움직였어. 화면이 아니라 공기 같은 게 한 번 ‘툭’ 하고 눌리는 느낌. 그리고 바로 뒤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 내 뒤에서 멀어지지 않고, 딱 붙어 있다가 숨만 고르는 소리였어.
여기서부터는 그냥 내 감각이 틀렸길 바랐는데, 발소리는 결국 멈췄어. 대신 복도 저편에서 발소리가 다시 시작되더라. 이번엔 내 뒤가 아니라 정면 쪽에서, 정상적으로 ‘멀어지는’ 방향으로. 나는 그제야 의자를 더는 못 버티겠어서 벌떡 일어났고, 문을 열었어. 복도는 여전히 비어 있었고, 누군가의 흔적도 없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 바깥에 붙어 있는 먼지 라인이 아주 잠깐 끊겼다가 다시 이어져 있었어. 누가 지나가며 닿은 것처럼, 아주 짧은 구간만.
그날 이후로 그 복도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길이 됐어. 밤에 회사 불이 줄어들 때마다, 나는 일부러 소리를 덜 내려고 걷는데도 가끔은 ‘딱, 딱’이 뒤에서 시작되는 느낌이 들거든. 물론 실제로 누가 있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 근데 아직도 가끔은, 내가 지나간 다음에 내 발소리가 거꾸로 되감기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어. 그때마다 나는 고개를 돌리기 전에 먼저 조용히 멈춰서, 내 뒤가 아니라 내 “앞”이 비어 있는지 확인하게 돼. 그리고 떠올려보면, 그날 복도는 분명 텅 비어 있었는데도… 왜 내 귀만은 끝까지 따라잡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