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주차한 뒤 한참 뒤에야 내 차가 보이기 시작했어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뒤 한참 뒤에야 내 차가 보이기 시작했어. 솔직히 말하면 그날 이후로 “설마”라는 말이 제일 무섭게 느껴졌음. 처음엔 내 눈이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그게 그냥 착각으로 넘기기엔, 너무 구체적으로 이상했어.
그날 나는 퇴근하고 바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어. 엘리베이터에서 문 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확 들어왔고, 형광등이 있는 천장은 늘 그렇듯 희미하게 깜빡였지. 나는 주차 칸을 대충 보고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그 구역은 평소보다 사람 냄새가 적고 차 소리도 덜 들렸어.
주차하고 나서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봤거든. 그런데 그 순간, 내 차가 내가 생각한 위치랑 조금 어긋나 보이더라. “내가 잘못 봤나?” 하고 다시 한 번 라인을 따라 걸어가 봤는데, 표지판 화살표랑 바닥의 표시선은 정상인데도 내 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만 흐릿했어. 유리창 반사가 빛을 먹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사람 눈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됐어.
휴대폰으로 후면 카메라(주차장 안내 앱 말고, 차 위치 확인하려고) 같은 걸 켜볼까 하다가도 귀찮아서 그냥 포기했어. 어차피 금방 다시 나오면 되니까. 근데 집에 올라와서 짐 정리하다가도 계속 그 장면이 머리에 맴돌았어. “분명 여기다”라고 생각했는데, 왜 막상 보면 차가 덜 선명하게 느껴졌을까.
다음 날도 똑같이 시작됐어. 아침에 나가려고 지하로 내려가는데, 어제보다 더 확실히 보일 거라고 믿었거든. 근데 내려오는 내내 이상한 확신이 들었어. 마치 내가 어제 세워 둔 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세워 둔 것 같은 느낌. 주차장 끝부분 쪽에 가면 갈수록 시야가 이상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중간쯤부터는 아예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데 안 잡히는” 감각이 계속됐어.
나는 결국 내 번호판을 찾으려고 천천히 칸 사이를 걸었어. 그런데 내 차는 분명 내 차였는데도, 막상 눈에 들어오면 차가 아니라 그림자처럼 보이더라. 번호판이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니었어. 다만 글자 모양이 자꾸 늦게 따라오는 느낌? 카메라 화면 프레임이 따라잡는 것처럼, 시야가 늦게 갱신되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내 머리가 잠에서 덜 깼나 싶어서 꾹 참았지.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로 “딱” 하고 선명해지더라. 내가 내 차 앞에 서 있었던 게 아니라, 몇 발쯤 더 지나서야 차가 나타나는 느낌. 바닥 표시선은 내가 밟고 있던 그대로인데, 차는 뒤늦게 화면에 찍히듯 따라온 거야. 순간 몸이 식었어. 내가 늦게 본 게 아니라, 내 차가 늦게 보였던 거 같은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손끝이 차가워졌고, 심장이 좀 이상한 속도로 뛰더라.
그래서 바로 차량 문을 열려고 키를 눌렀는데, 그때도 타이밍이 어긋났어. 원래는 버튼 누르면 바로 반응이 와야 하잖아. 근데 반응이 오기까지 한 템포 늦게 “삑”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끝나고 나서야 내 차의 경고등이 켜졌어. 누군가 장난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 구역은 그 시간에 다른 차도 거의 없었고, 관리실 쪽도 사람이 없는 편이었거든.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나는 지하주차장에 내려갈 때마다 같은 패턴을 의식하게 됐어. 주차하고 올라가면, 한참 뒤에야 내 차가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반복됐고, 그 “지연”이 딱 정해진 시간처럼 같았어. 시간까지 정확히 맞추진 못했는데, 분위기상 몇 분 단위로 체감이 비슷하더라. 차를 찾으려다 보면 결국 내 앞에서 차가 선명해지고, 그 전까진 ‘있는데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어.
가장 소름은 그 다음이야. 며칠 지나고 관리사무소에 물어봤거든. “이 구역에 조명이나 CCTV가 좀 이상한가요?”라고. 담당자가 잠깐 멈칫하더니, “그 라인 쪽은 가끔 영상이 지연돼요”라고만 짧게 말하더라. 점검을 한다는 말도 없었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는 표정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찝찝했어. 영상만 지연되는 게 아니라, 내 눈이든 내 기억이든 어딘가가 같이 늦춰지는 것 같았으니까.
지금도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면, 내 차부터 먼저 확인하곤 해. 근데 확인하는 순간마다 생각이 나. 혹시 내가 차를 찾는 게 아니라, 차가 나를 ‘확인’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거. 그날 이후로 “늦게 보였다”는 말이 아니라, “늦게 허락받은 것 같다”는 느낌만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