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는 찰나에 ‘다녀왔어’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문이 닫히는 찰나에 ‘다녀왔어’ 소리가 들렸다.
그날은 퇴근 시간이랑 겹쳐서 사람도 많고, 엘리베이터는 늘 그렇듯 느리게 움직였어. 나는 9층에서 내리고, 10층 버튼을 눌렀는데,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에 누가 뒤쪽에서 숨을 고르듯 말하는 게 들렸어. 딱 한 번, 또렷하게. “다녀왔어.”
처음엔 내가 들은 게 착각인가 싶었지. 엘리베이터 안은 워낙 시끄러운 편이었고, 누군가 통화하다가 말버릇처럼 내뱉은 걸 수도 있으니까. 근데 문이 닫히는 그 찰나에 소리가 나서 더 이상했어. 말이 울리는 각도가 너무 가까웠거든.
“네?” 하고 나도 모르게 되물으려는 순간,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어. 거울처럼 매끈한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얼굴도 멍한 표정이었고, 누가 말을 했는지 찾는 행동 자체가 없었어. 그 사람은 그냥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는데, 휴대폰을 보는 손이 멈춰 있는 게 보일 정도로 이상할 정도로 정지돼 있었어.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자마자, 나는 버튼 쪽을 슬쩍 봤어. 층 버튼 불빛은 정상인데, 내 밑으로 보이는 계단식 안내판이랑 숫자 표시가 잠깐씩 깜빡였거든. 보통은 이런 거 잘 안 되는데 그날은 유독 “툭, 툭” 하는 느낌으로 전기가 튄 것처럼 바뀌었어. 나는 괜히 소름 돋는 마음을 눌러 보려고 농담을 하듯 “누가 다녀왔대요?”라고 중얼거렸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열쇠구멍 같은 작은 경고음이 울렸어.
그때, 휴대폰을 보고 있던 사람이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내 얼굴을 보지 않고 엘리베이터 문과 문 사이 틈을 쳐다봤어. 마치 그 틈 어딘가로 말을 걸어야 한다는 듯이. 그리고는 입술만 움직였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더라. 대신 아주 낮게 공기만 ‘훅’하고 바뀐 느낌이 들었어. 그 순간 “아, 방금 들었던 그 말이랑 같은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상상한 게 아니라, 누군가 정말로 있었던 거야.
10층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그대로 내렸어. 그 사람이 따라오지 않는 걸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려 했는데, 문이 닫히는 속도가 이상하게 빨랐어. 엘리베이터는 원래 천천히 닫히잖아. 근데 그때는 거의 확 하고 붙는 느낌이라,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어. 문틈에 손가락이 닿기 전에 막아버릴 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그 짧은 타이밍에 다시 한번 같은 목소리가 들렸어. 이번엔 더 가까웠고, 더 다정했어. “다녀왔어.”
아무도 없는데 목소리만 남아 있는 느낌. 나는 복도 끝까지 걸어가면서도 계속 고개를 돌렸고, 결국 9층으로 올라간 건지 내려간 건지 엘리베이터가 더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어.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다녀왔어’라는 말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걸까. 집에 들어가서도 계속 머릿속에서 그 문장이 맴돌았어. 특히 “다녀왔어”는 보통 누군가 돌아왔을 때 쓰는 말이잖아. 그럼 누군가는 이미 갔다가 돌아온 건데, 어디로?
다음 날, 관리실에 물어보려다 말았어. 괜히 이상한 소리 했다고 생각할까 봐. 대신 엘리베이터 거울 옆에 붙어 있는 점검표를 봤거든. 점검 날짜는 최신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점검 기록에 이름이 지워진 구간이 있었어. 펜으로 칠한 것처럼 번져 있었고, 그 부분만 유독 종이 질감이 달랐어. 그리고 이상한 건, 그 지워진 항목 옆에 작은 글씨로 한 줄 메모가 남아 있더라. “문 닫힘 시 음성 민원 재발” 같은 식으로 짧게 적혀 있었는데, 날짜는 내가 들은 날이랑 거의 겹쳤어.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문이 닫히기 직전엔 꼭 숨을 멈춰. 누가 말을 하는지 확인하려는 건 아니고, 혹시라도 그 한 마디가 또 나올까 봐 미리 마음을 잡는 거지. 근데 이상해. 시간이 지나도 “다녀왔어”는 점점 더 또렷해졌고,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문이 닫히는 틈이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오늘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이 반쯤 닫히는 찰나에, 나는 아직도 귀를 기울여. 그 말이 이번엔 누구에게 하는 건지… 그리고 내가 다음 차례인지, 아직도 모르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