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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배수구에서 손톱 긁는 소리가 나던 날

2026-09-01 08:29:10 조회 1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배수구에서 손톱 긁는 소리가 나던 날, 처음엔 새벽에 배관이 식으면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어. 근데 그 소리가 진짜 사람 손톱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마치 누가 아래에서 스르륵 하고 긁는 느낌으로 계속 이어지더라.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도 소리를 놓칠 수가 없었어.

처음엔 욕실 배수구 쪽이었어. 세면대 밑 배수구에서 “긁…긁…” 하고, 중간중간 짧게 끊겼다 이어지는 식이었지. 냄새도 이상했는데, 하수구 특유의 비린내라기보단 젖은 수건을 오래 눌러둔 것 같은 눅눅한 냄새가 같이 올라왔어. 나는 방문을 열어보려다 말고, 휴대폰 손전등을 켠 채로 바닥을 훑었는데, 물기 하나 없이 깔끔하더라.

그래서 내가 괜히 예민했나 싶어서 베란다 쪽 환기를 시키고 샤워를 하려 했어. 그런데 샤워기 물 틀자마자 소리가 더 또렷해졌어. 물 떨어지는 소리 위로 배수구 긁는 소리가 겹쳤는데, 신기하게도 물이 흐를 때마다 소리의 속도가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마치 누군가가 “지금이야” 하고 기다린 것처럼.

그날 아침, 나는 관리실에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어. 원룸 관리실은 대체로 말투가 무표정하고, 이런 “귀신 같은 소리”는 듣기 싫어하는 표정이 있을 것 같아서. 대신 하수구를 청소하려고 배수구 덮개를 빼려고 했는데, 손이 닿는 순간 살짝 차갑고 축축한 감각이 손끝에 번졌어. 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눅눅하진 않았거든.

배수구 안쪽을 들여다봤는데 뭔가가 보이진 않았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긁는 소리가 났던 방향과 배수구 안쪽이 일치하지 않는 느낌이 들더라. 소리는 분명 배수구에서 나는데, 눈으로 보면 “그런 깊이에서 저 소리가 가능해?” 싶었어. 마치 소리가 아래에 있는 게 아니라 배수관 벽면 어딘가에 붙어 있다가 울리는 것 같았달까.

그날 밤엔 더 심해졌어.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TV 소리를 크게 틀어놨는데도, 긁는 소리가 화면 소리를 뚫고 들어오더라. 특히 웃기는 건, 소리가 날 때마다 내 방 안에서 아주 얇은 진동이 느껴졌다는 거야. 문이 아니라 바닥이 먼저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이었고, 그 떨림이 배수구 소리의 템포를 따라왔다. 나는 그제야 휴대폰 메모장에 “배수구에서 손톱 긁는 소리, 주기적, 물 틀면 동기화”라고 적어두고는, 더 적고 싶은데 손이 안 움직이더라.

며칠 지나자 이상한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어. 대청소하는 날처럼 배수구가 깨끗해질 것 같은 날엔 소리가 줄어들었고, 반대로 물을 오래 쓰거나 설거지를 많이 한 날엔 소리가 더 길게 이어졌어. 그래서 나는 설거지를 밤 늦게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또 소리가 “기다렸다가” 더 늦게 시작하더라. 꼭 무언가가 시간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내 생활 리듬에 맞춰오는 느낌이었어.

어느 날은 정말 우연인 줄 알았는데, 욕실 바닥 타일 사이를 닦다가 걸레가 무언가에 닿는 느낌이 들었어. 뭔가가 있나 싶어서 손으로 더 만져봤더니, 아주 작게 벌어진 틈 사이로 손톱만 한 종잇조각 같은 게 끼어 있더라. 종이 같기도 하고, 아니면 오래 젖었다 말라버린 섬유 같기도 했어. 나는 그걸 빼서 바닥에 펼쳤는데, 글씨는 없는데 이상하게도 표면이 매끈하지 않았어. 손끝이 자꾸 걸려서, 마치 긁힘 자국 같은 게 그대로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그날 이후로도 소리는 계속났는데, 묘하게 “점점 가까워지는” 쪽이 아니라 “점점 멈추는” 쪽으로 변하더라. 밤마다 줄어드는 건 아닌데, 어느 한 주기에서 갑자기 끊기고 나면 다음 날엔 예전보다 덜 들렸어. 그래서 안심했다가, 또 다시 갑자기 같은 템포로 시작되는 날이 있어서 더 무서웠어. 마치 누가 장난처럼 소리만 테스트하는 것 같았거든.

마지막으로 소리가 확실히 멈춘 날은, 내가 이사를 하던 날이었어. 새벽에 짐을 옮기다가 욕실을 들렀는데, 배수구 덮개를 끼우는 순간 딱 한 번, 짧게 손톱이 긁히는 소리가 났어. 그게 “도착했어”라는 신호처럼 들려서, 나는 숨을 삼킨 채로 그대로 멈춰 섰지. 그리고 그 다음 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는데, 대신 물을 틀면 물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귀가 간질거렸어. 원룸에서 배수구에서 손톱 긁는 소리가 나던 날, 그 소리가 사라진 게 해결이라기보단 누군가의 방향이 바뀐 것처럼 느껴져서 지금도 가끔 꿈에서 배수구를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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