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기사님이 다시 전화해서 ‘괜찮아요’만 반복했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기사님이 다시 전화해서 ‘괜찮아요’만 반복했어. 진짜로, 욕도 아니고 설명도 아니고 “괜찮아요”를 딱 그 말만—마치 문장 전체가 그 단어 하나로 끝난 것처럼—계속 말하더라. 나는 이미 집 앞에서 내린 상태였고, 통화는 택시가 출발한 뒤에 걸려왔어.
그날 저녁은 그냥 평범했어. 늦은 시간에 약속 끝나고 혼자 택시 탔는데, 기사님은 말수가 적긴 했거든. “네, 네” 정도만 하고 목적지만 확인했지. 차 안 공기가 좀 답답해서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 바깥 소리가 이상하게 뭉개져 들렸어. 가로등이 지나갈 때마다 손잡이 부분이 잠깐씩 어둡게 변하는 느낌도 있고.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빨랐어. 기사님이 “여기서 내리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나는 바로 내렸고, 문 닫히는 소리 듣자마자 뒤돌아보진 않았어. 보통 택시 타고 내리면 뒤를 한번 보게 마련인데, 그날은 그냥 피곤해서 신경을 안 쓴 거지. 집으로 걸어가려는데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어.
발신자가 기사님 번호로 뜨더라. 이미 결제는 끝났는데 왜 다시 전화하지 싶어서 받았는데, 기사님 목소리가 먼저 들리더라. “괜찮아요… 괜찮아요…” 마치 상대가 못 알아들어서 다시 한 번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통화 내내 같은 속도로 같은 톤으로만 반복하셨어. 나는 “네?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묻는데, 기사님은 한 박자 쉬었다가 또 “괜찮아요”를 붙였어.
순간 머리가 하얘지더라. 내가 택시 안에 뭔가 두고 내린 건가 싶어서 가방을 확인했는데, 지갑도 있고 휴대폰도 그대로였어. 혹시 기사님이 길에서 뭔가 봤나? 아니면 내가 내리자마자 뒷좌석 쪽을 실수로 건드린 건가 싶기도 했고. 그래서 “저 괜찮아요. 기사님 무슨…”이라고 다시 말하자 기사님이 겨우 다른 말 한 조각을 섞었어.
“아, 잠깐만… 괜찮아요.” 그 뒤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괜찮아요”만 계속 들렸어. 그 말 사이에 아주 미세하게 다른 소리가 끼어 있었는데, 차 안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하고, 통화가 끊기기 직전의 잡음 같기도 했어. 나는 그게 기사님이 말을 잇다가 다른 무언가가 끼어든 건지, 아니면… 음, 그냥 이상하게 느껴졌어.
특이한 건, 기사님이 내 위치를 아는 것처럼 말했단 점이야. 나는 분명 주소를 말하지 않았고, 기사님과 대화도 없었는데 “문 잠그고 들어가요. 괜찮아요.”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 내가 문 잠그고 들어가는 걸 어떻게 아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통화 중이라 딱히 따질 틈도 없었어. 나는 그냥 “네, 들어갈게요” 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기사님이 더 빨리 “괜찮아요!”를 반복해서 나를 멈추게 했어.
전화를 끊고 집 문 앞에 서는데, 이상하게도 손이 잘 안 움직이더라. 키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열쇠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어.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복도에서 누가 뛰는 소리가 한 번 났거든. 그 소리는 아래층에서 시작해서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바로 앞 벽 쪽을 스치는 것처럼 들렸어. 물론 착각이겠지 싶었는데, 그 순간 다시 휴대폰이 진동했어.
이번엔 문자였어. “요청하신 분실물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택시 앱에서 온 거라서 처음엔 그냥 시스템 메시지로 넘겼어. 그런데 다음 문장이 이상하게 붙어 있었어. “통화 확인 완료: 괜찮아요.” 앱 설정에서 그런 문구가 뜰 리가 없잖아.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 누군가가 장난치는 건가 싶다가도, 통화 내용이랑 너무 비슷했어.
결국 나는 오늘도 그 번호로 다시 연락해보진 못했어. 기사님이 무슨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고, 그냥 내가 과민했을 수도 있으니까. 다만 그날 이후로 택시에서 내릴 때면, 문 닫히는 소리 듣고 나서 뒤를 한번 꼭 봐. 그리고 차 안 뒤편이 비치는 각도를 기억해둬. 웃긴 말인데, 그때 기사님이 “괜찮아요”를 반복한 게 단순히 내 걱정을 덜어주려는 말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무언가가 ‘괜찮지 않은 쪽’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신호였는지 지금도 확신이 안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