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데도 위로 올라가는 감각이 있었어
회사 지하에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데도 위로 올라가는 감각이 있었어. 그날은 별일 아니라고 넘기려 했는데, 생각할수록 이상한 지점이 자꾸만 붙어버려서 결국 여기다 써본다.
사건은 평일 저녁, 퇴근 시간 살짝 전이었다. 나는 회의 자료를 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선이 익숙해서, 늘 타는 에스컬레이터를 그대로 탔다. 내려갈 때야 가끔 덜컹거리기도 했지만, “올라가는 감각” 같은 건 체감한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그날은 타는 순간부터 미묘했다. 벨트가 움직이는 소리는 분명히 났는데, 몸이 아니라 머리 쪽이 먼저 들리는 느낌이랄까. 손으로 난간을 잡았는데도 미끄러질 듯한 흔들림이 아니라, 반대로 누군가 등 뒤에서 아주 천천히 밀어 올리는 듯한 압박이 느껴졌다.
다음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중간쯤 내려가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가 딱 멈췄다. “철컥” 하는 소리랑 함께 발판이 완전히 멈췄고, 주변 사람들도 자동으로 멈칫하는 게 보였다. 그런데도 내 발바닥은 그대로 위로 떠오르는 감각을 줬다. 멈춘 줄을 알았는데, 몸이 멈추지 않는 느낌이랄까.
나는 순간적으로 “고장 났나?” 싶어서 팔을 더 꽉 잡고, 다 내려가려는 본능으로 몸을 아래로 내리려 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무게중심이 위로 끌리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정말로 위쪽 발판이 한 칸씩 넘어가는 것처럼, 허벅지랑 발목이 차례로 떠밀려 올라갔다. 물론 옆에서 멈춘 사람들은 그대로 서 있었고, 누가 “야” 하거나 놀라는 소리도 없었어.
정적이 길어지더라. 정지된 상태에서 공기가 살짝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차가움이 손끝부터 올라오듯 퍼졌다. 나는 분명히 같은 자리에 멈춰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몸은 줄곧 위로 가려고 했다. 등골이 간질간질했고, 목 뒤가 땀이 나는데도 등은 서늘했어. 내 입에서는 말이 안 나왔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났다.
그때, 아래에서 올라오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에스컬레이터 아래쪽에서 타고 올라오는 소리 같은데, 나는 이미 “멈춘 구간” 한가운데에 있었거든. 그런데 가까워지는 발소리는 없는데도, 머리 위쪽이 더 밝아지는 것처럼 시야가 바뀌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실제로는 위로 이동하고 있었던 거겠지. 다만 발판은 분명히 멈춘 상태였으니까 더 말이 안 맞는다.
얼마나 지났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결국 에스컬레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발바닥이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어. 사람들은 평소처럼 내려가고 있었고, 누군가가 “아, 또 멈추네” 하면서 웃어넘겼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봤는데, 내 바로 옆에 있던 직원 한 명이 이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고 있더라. 마치 “너도 느꼈지?” 같은 눈빛. 근데 그 순간, 그 사람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선을 떼고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어.
퇴근해서 집에 가는 길에도 그 감각이 남아있었다. 샤워를 해도 목 뒤의 서늘함이 먼저 떠오르고, 침대에 누우면 발바닥이 천천히 위로 떠오르던 압력이 다시 재현됐다. 다음 날 출근해서 지하 동선을 확인했는데, 그 에스컬레이터에는 점검 기록 같은 게 붙어 있진 않았고, 직원들도 “가끔 멈춘다” 정도로만 얘기하더라. 그런데 그 멈춘 날을 떠올리면, 나는 분명히 내려가고 있던 게 아니라 멈춤과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끌려 올라간 것 같아.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게 있어. 멈춘 뒤에도 위로 올라가던 그 ‘감각’이, 마치 누가 내 몸을 대신 타고 있었던 것처럼 남아있다는 거야. 그게 진짜 고장이었는지, 아니면 지하 어딘가에 붙어 있는 게 내 신호를 알아챈 건지… 아직도 결론이 안 나. 다만 그 뒤로는 지하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마다, 발바닥이 멈추는 순간을 일부러 한 번 더 확인하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