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야근 중 갑자기 멈춘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야근하던 중이었다. 다들 피곤한 눈을 비비며 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 혼자만 문서 마감 때문에 조금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마침내 작업을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층수가 적힌 숫자가 반짝이며 올라가나 싶더니 갑자기 뚝, 멈춰버렸다.
처음엔 그냥 고장이 났나 싶었다. 몇 번을 다시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스마트폰으로 엘리베이터 점검 회사에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도 없이 통화가 끊겼다.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 내려갔다는 말뿐, 아무도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은 조명이 희미하게 깜빡였고, 출입문은 꽉 닫혀 있었다. 나름 침착하려 애를 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스마트폰 배터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사무실에서는 신호가 약해 통화도 잘 되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크게 외쳐보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침착하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한 번 눌러봤다. 층을 선택하면 잠깐 불이 깜박이다가 다시 멈춘다. 그러다 갑자기, 승강기 내에 있던 안내 방송 음성이 들려왔다. “승강기가 고장났습니다. 곧 점검원이 도착할 예정입니다.”라고 차분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나왔다. 그런데 이 방송은 평소에 듣던 안내음과는 완전히 달랐다.
몇 분이 지났을까. 엘리베이터 안이 점점 서늘해졌다. 주변에서 뭔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이상했다. 뭔가 미묘하게 흐릿하고, 내 눈동자가 뭔지 모르겠는 초록빛으로 잠깐 반짝인 것 같았다.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손으로 얼굴을 만져봤다. 분명 내 얼굴인데, 차갑고 낯설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갑판 아래에서 뭔가 무거운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비상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스마트폰도 갑자기 꺼져버렸다. 완전한 고립 상태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삐걱거리며 아주 조금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손이 내밀려 오는 게 보였다. 그게 사람인지, 아니면 그림자인지도 분간이 안 됐다. 나는 얼른 뒤로 물러섰다.
문은 다시 닫혔고, 그 후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정상 작동하며 나를 1층으로 데려갔다.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벌떡 뛰어 나왔다. 그런데 그때 고개를 들어 보니 건물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내 핸드폰도 몇 분 전 꺼졌던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 일을 말해봤지만, 엘리베이터 고장 기록도 없고, 아무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믿지 않았다. 내가 본 그 빛깔, 그 소리, 그리고 그 손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날 이후로 나는 야근 때마다 엘리베이터 앞을 일부러 피해 간다. 혹시 또 멈추면, 그때는 내가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