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시골집에서 우물가에 누가 접시를 씻어 말린 흔적이 있었다

2026-09-02 16:29:11 조회 1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 들어와서 짐을 풀던 첫날부터 이상한 게 보였어. 부엌에서 우물까지 길 하나를 두고, 우물가에 자꾸만 접시를 말린 흔적이 남아 있었거든. 바람이 드는 날도 아닌데 그날은 유독 접시가 닿았던 것 같은 자국이 젖은 기운처럼 남아 있었고, 누가 급하게 씻고 떠난 사람처럼 가장자리가 살짝 물먹은 상태였어.

나는 그냥 “아, 전에 누가 쓰고 치우다 말았나” 싶어서 지나쳤는데, 문제는 그 흔적이 매일 같은 패턴으로 반복됐다는 거야. 우물 난간 옆 돌바닥에 손바닥만 한 그을림 같은 자국이 남고, 접시가 걸렸을 법한 높이에 얇은 줄기가 길게 번져 있었어. 누가 접시를 씻고, 거기서 물기를 털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지.

둘째 날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집 안에서 물 소리가 들렸어. “철컥” 하는 소리랑 함께, 어디선가 접시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아주 작게 났다. 실제로 물을 틀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복도는 조용했고 부엌 쪽만 이상하게 냄새가 달라졌어. 비눗물 비슷한 향이었는데, 집에서 누가 설거지를 한 냄새랑은 좀 달랐어. 너무 차갑고, 너무 오래된 것 같은.

나는 결국 우물가로 나가 봤어. 돌바닥에 남아 있던 자국은 그대로였고, 그 위로는 어제 말린 접시가 다시 놓였다가 치워진 것처럼 물때가 얇게 겹쳐져 있었어.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바닥 쪽뿐 아니라, 우물 줄 주변 나무판에도 미세하게 물이 튄 점이 보이더라. 우물가에 손을 뻗을 사람의 동선이 아주 뚜렷하게 찍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동선을 본 적이 없었어.

처음엔 그래도 말이 돼. “어르신이 새벽에 잠깐 나갔다 왔겠지” 싶었지. 집에는 오래된 습관대로, 새벽에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분이 있었거든. 근데 그분이 우물까지 내려가셨던 날은 없었어. 내가 묻자 그분은 눈만 끔뻑이고, “우물은 이제 안 써. 예전에야 썼지” 하고 말끝을 흐렸어.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마당 구석에서 바람이 지나가면서 접시가 걸렸던 줄처럼 보이는 것들이 아주 작게 흔들리는 소리가 났어.

그날 저녁, 나는 일부러 확인하려고 우물가에 작은 수건을 펴 두었어. 접시가 닿을 자리랑 대충 겹치게, 그리고 바람에 날리지 않게 무게도 줬지. 다음 날 아침에 수건을 보니까, 수건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누군가가 손으로 문지른 듯한 얇은 흔적이 생겨 있더라. 물기가 아니라, 마치 접시 표면의 미세한 막 같은 게 닿은 자국. 그리고 그 자국이 우물 쪽으로 “이어지게” 놓여 있었어. 마치 누가 접시를 들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때 같은 길을 밟았다는 것처럼.

그때부터는 솔직히 무서웠어.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상하게도 “누가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누가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느낌이었거든. 마치 누군가의 습관이 집에 남아서, 날짜와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접시를 씻고 말리는 것 같았어. 나는 장난처럼 생각하려고 했는데, 밤마다 부엌 창문 너머로 우물가 쪽이 살짝 밝아졌다가 금방 어두워지는 걸 봤어. 조명 같은 건 없는데도 말이야.

마침내 나는 집 문서도 뒤져보고, 예전 기록이 남아 있는 서랍도 뒤졌어. 낡은 종이 사이에 우물 사용 흔적 같은 메모가 있었는데, 거기엔 이상하게도 ‘접시를 씻고 말리는 자리’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어. “우물가 돌 위에 걸어두면 물이 잘 마른다”는 식으로, 정확히 내가 매일 보던 위치랑 똑같았지. 나는 그 메모를 보고 소름이 돋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한 가지 더 있었어. 그 메모 날짜가, 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전이더라. 그런데도 내가 지금 느끼는 반복은, 마치 그 날짜를 그대로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았어.

마지막 날, 나는 더 이상 못 보고 우물가에 접시를 실제로 한 번 놓아봤어. “네가 말린다는 게 이거면, 내가 지금 해볼게” 하듯이. 그리고 돌아서는 순간, 우물 쪽에서 아주 희미하게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 접시를 씻는 소리도 아니고, 누가 손을 털어내는 소리도 아니고, 딱 ‘마르고 있는’ 소리 같았어. 그 순간 우물가 돌바닥의 자국이 조금씩 번지더니, 내 발자국이 닿기 전 위치에서부터 다시 정렬됐어. 그리고 깨달았지. 그 자국이 누군가의 손이 만든 흔적이라기보다, 접시가 “다시 놓이길 기다리는 자리”로 남아 있다는 걸.

지금도 가끔 생각나. 시골집에서 우물가에 누가 접시를 씻어 말린 흔적이 있었다는 걸, 나는 단순히 누군가의 습관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흔적은 사라진 적이 없거든. 집을 떠난 뒤로도 꿈에서 우물가 돌바닥이 먼저 떠올라. 젖지도 마르지도 않는 상태로, 어제와 똑같이 ‘놓일 자리’만 남겨둔 채로 말이야.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