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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열리자마자 향이 달라졌어

2026-09-02 20:29:10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닌데 문이 열리자마자 향이 달라졌어. 처음엔 그냥 컨디션 탓인 줄 알았는데, 그날 이후로 그 냄새는 다른 어떤 기억보다 먼저 떠올라.

회사 건물은 유난히 엘리베이터가 빨랐어. 출근 시간엔 버튼 누르는 손도 바쁘고, 나도 늘 습관처럼 7층을 눌렀지. 그런데 그날은 회의 자료를 급하게 챙기다 보니 휴대폰을 들고 버튼을 누르는 걸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어. 숫자 불빛이 잠깐 깜빡였고,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문이 닫히고 오르는 동안에도 이상한 건 없었어. 다만 1층부터 7층까지 올라갈 때 특유의 바닥 냄새, 그러니까 청소용 세제 같은 시원한 향이 아주 옅게 섞여 있었는데, 그게 어느 순간 싹 사라졌어. 대신 공기가 더 진득해진 느낌이 들었고, 맡기 어려운 종류의 달큰한 향이 올라오더라. 정확히 말하면 음식 냄새 같은 건 아닌데, 어딘가에서 막 무언가를 피웠을 때 나는 향이 섞인 느낌?

처음엔 “누가 향수를 뿌렸나” 싶었지. 근데 엘리베이터 칸은 좁잖아. 누가 타면 무조건 옷자락이나 움직임이 느껴져야 하는데, 옆에는 아무도 없었어. 나는 조용히 거울처럼 반짝이는 버튼 패널을 보면서, 문이 열리는 층을 확인했거든. 그런데 내 눈앞에 뜨는 건 7층이 아니었어.

층 표시가 6층쯤에서 멈칫하더니,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 그런데 문이 열리자마자 향이 확 바뀌었어. 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던 달큰한 향이 더 짙어지고, 동시에 차가운 소독약과 젖은 천 같은 냄새가 섞여서 코를 찔렀다. 복도 조명도 미묘하게 다르게 느껴졌어. 하얀 빛인데도 눈이 아프게 번져 있달까.

나는 본능적으로 “어? 잘못 탔나?” 하고 문턱 쪽으로 몸을 빼려 했는데, 엘리베이터 안쪽 버튼 쪽이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어. 그 사이에,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거든. 분명 누군가 걷고 있었는데 소리의 방향이 이상했어. 오른쪽 복도 벽을 따라 나는 소리도 아니고, 중앙을 걷는 소리도 아니고, 그냥 공기 속에서 귓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그래도 나는 문 밖을 오래 보지 않으려고 고개만 살짝 돌렸어. 그런데 그때, 복도 끝에서 사람이 보이긴 했는데 얼굴을 확인할 새도 없이 시야가 흐려졌어. 조명 탓일 수도 있겠지만, 느낌이 너무 이상했어. 마치 ‘보고 싶지 않은 걸 보게 되는’ 순간처럼, 피부가 먼저 경고를 울리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그 복도에서 나는 냄새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조금씩 다시 밀려 들어왔어. 문이 닫혀야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같은데, 반대로 문이 열려 있는 동안에도 향이 안쪽을 채우고 있었어.

그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층 표시가 다시 바뀌더니, 문 닫힘 알림 같은 소리가 아니라 그냥 조용한 ‘틱’ 소리만 났어. 내가 조작한 것도 아닌데, 자동으로 닫히는 거라면 보통 닫히는 속도나 경고음이 있잖아. 그런데 그날은 아무 경고 없이 문이 천천히 닫히면서, 복도의 향이 끊어지는 게 아니라 ‘잘라내듯’ 줄어드는 느낌이었어.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특유의 평범한 청소 냄새가 다시 돌아왔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어.

내가 내 층인 7층에서 내린 건 맞아. 근데 손바닥에 땀이 나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눌러야 했는지, 아니면 그냥 자동으로 내렸는지 기억이 애매해. 확실한 건 그날 이후로 6층 쪽 복도만 지나갈 때면 코끝이 먼저 얼어붙는다는 거야. 그리고 가끔은 사람들이 “그 건물 6층은 좀 오래된 냄새가 난다” 같은 말을 해. 나도 처음엔 맞장구쳤는데, 솔직히 그날 맡은 건 ‘오래된 냄새’가 아니었어. ‘누가 문을 열고 나서 바로 바뀌는 향’이었어.

이상한 건,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적도, 청소를 새로 한 적도 없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향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것 같아. 문이 열리기 전엔 절대 안 보이던 복도가, 문이 열리는 순간만큼은 너무 선명해. 그래서 지금도 엘리베이터에서 내 층이 아닐 때 숫자가 바뀌는 걸 보는 순간, 목부터 먼저 간지러워지더라. 마치 누군가가 “아직 시간 됐어?” 하고 묻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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