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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밤에만 TV 리모컨 건전지가 갑자기 떨어져

2026-09-03 04:29:13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밤에만 TV 리모컨 건전지가 갑자기 떨어져. 처음엔 그냥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꼭 밤만 되면 일이 반복돼서 결국 CCTV 대신 귀가 먼저 예민해지더라. 거실도 아닌 방 하나짜리라 소리랑 기척이 다 들리는데, 그날 밤엔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났어.

사건은 입주하고 한 달쯤 됐을 때부터였어. TV는 벽에 걸려 있었고, 리모컨은 소파도 없는 생활이라 침대 옆에 늘 그대로 두거든. 건전지는 AA 두 개였고, 리모컨 뒷면도 꽉 닫아두는데 어느 날 밤 열두 시쯤, TV 화면이 갑자기 멈춘 뒤에 리모컨에서 작은 소리가 났어. 바로 “툭.” 떨어진 건 리모컨이 아니라 건전지였고, 침대 밑으로 굴러가더라.

처음엔 내가 잠결에 발로 건드렸나 생각했어. 그래서 다음날 낮에 리모컨을 분해해서 배터리 접점도 닦고, 뚜껑도 더 세게 닫아봤지. 그런데 그게 진짜 문제였던 게, 배터리 커버를 닫는 “딸깍” 소리가 아예 더 확실해졌는데도 밤이 되면 또 똑같이 떨어지는 거야. 마치 누가 일부러 열어놓고 기다린 것처럼.

나는 겁이 나는데도 원룸이라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잖아. 그래서 침대 매트리스랑 리모컨 위치를 바꿨어. 침대 위에 놓기도 하고, 아예 책상 위 중앙에 올려두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툭” 소리는 더 가까운 데서 났어. 리모컨이 있는 위치에서 멀어질수록 소리가 더 작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또렷해지더라. 이상한 건, 리모컨이 움직인 흔적이 없어. 건전지만 바닥으로 떨어져.

며칠 지나자 패턴이 생겼어. “밤에만”이라고 말하면 정확히는 대략 새벽 1시에서 1시 30분 사이. 그 시간대에 딱 맞춰 리모컨 건전지가 떨어졌고, 떨어진 직후 TV는 켜져 있는 상태였던 적도 있고 꺼져 있던 적도 있었어. 그러다 보니 더 무서운 게, 누군가가 TV를 조작하려는 느낌이 아니라 단순히 건전지만 “떼어내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나는 그 시간대에 잠을 억지로 깨서 기다려봤어. 불은 끄고 휴대폰 화면만 켜두고 시계 소리만 듣는 식으로. 근데 진짜 이상한 건, 기다리는 내내 바람 소리도 없고 누가 문밖에 있는 것도 아니야. 원룸이라 방음이 안 좋은 편인데도 그 시간엔 세상이 조용해. 그러다 1시 18분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리모컨이 “살짝”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건전지가 떨어졌어. 나는 숨을 멈췄는데도 그 소리는 그대로 들리더라.

그날 아침에 관리실에 말하려다가도,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어서 그냥 넘어갔어. 대신 리모컨에 테이프를 감아버렸지. 뚜껑 열리지 않게, 딱 고정되도록. 근데 테이프를 감은 날은 더 어이없었어. 건전지가 떨어지긴 했는데, 테이프 때문에 뚜껑이 완전히 열리진 않았거든. 대신 건전지가 “미끄러져서” 빠져나온 느낌이었어. 마치 손가락으로 한 번씩 밀어낸 것처럼 딱 두 개가 동시에 떨어지진 않고, 먼저 하나가 “툭” 하고 그 다음에 바로 다른 하나가 “톡” 하고 이어졌어. 소리의 리듬이 사람 손 동작이 떠오를 정도로 정확했어.

나는 결국 더 확실한 걸 해보려고 했어. 밤마다 리모컨을 침대에서 최대한 멀리 치워두고, 아예 건전지를 빼서 서랍에 보관했지. 그런데 그날부터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더라. 건전지를 빼도, 새벽엔 서랍 위에 올려둔 작은 생수병이 아주 미세하게 굴러가 있었어. 또, TV 리모컨이 있던 자리만 유독 먼지가 얇게 벗겨져 있더라. 마치 누가 무언가를 찾고, 확인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가 사라진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소름 돋았던 날은, 건전지를 아예 다른 집 물건처럼 다른 곳에 숨겨뒀을 때였어. 리모컨이 아니라, 방에 있는 다른 전자기기 리모컨 건전지를 같이 바꿔 끼우고, 원래 리모컨엔 빈 뚜껑만 달아둔 거지. 그런데 새벽에 TV 화면이 잠깐 깜빡거리더니, 내 눈앞에서 리모컨 뒷면이 “툭” 하고 들리는 게 느껴졌어. 건전지가 없는데도 마치 안쪽에서 무언가가 눌렸다가 빠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직후, 방 안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건전지 ‘찰칵’ 하는 소리가 났어. 내 방에 건전지는 없었는데도.

그 뒤로 나는 밤에 TV를 켜는 시간이 점점 줄었고, 리모컨은 아예 거실 가방에 넣어 잠가버렸어. 그런데도 가끔은 새벽에 일어나보면, 침대 옆 바닥에 아주 얇은 금속성 반짝임이 남아있는 날이 있어. 건전지가 떨어진 날엔 꼭 거기만 빛나. 내가 뭔가를 놓친 걸까, 아니면 이미 누군가가 정해둔 시간표대로 내 방을 훑고 있는 걸까. 밤에만 반복된다는 사실이, 지금도 제일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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