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세탁기 돌리다 거품 넘친 날 수습한 썰
자취방에서 세탁기 돌리다 거품 넘친 날 수습한 썰… 정확히 말하면, 그날은 내가 ‘세제는 적당히’라는 말을 평생 외워야겠다고 결심한 날이었어. 평소엔 빨래 양 보고 대충 감으로 넣는데, 그날도 별생각 없이 투입했다가 갑자기 거실까지 비누 냄새가 번지면서 알람처럼 ‘지금 뭔가 잘못됐다’ 싶더라.
처음엔 설마 했지. 세탁통 안에서만 거품이 생기겠지, 물길 잘 나오겠지, 하고 휴대폰 보면서 20분쯤 쉬고 있었거든. 그런데 세탁기 위쪽에서 ‘삐-’ 하는 소리도 나고, 뭔가 물이 쏟아지는 느낌이 들더니 베란다 쪽 바닥에서부터 거품이 미끄럼 타듯 퍼지기 시작했어. 나도 모르게 문 열고 달려가서 “아니 왜 이렇게…” 소리만 나오더라.
일단 전원부터 끄고 싶었는데, 전원 버튼이 가까운 곳에 거품이 이미 번져 있었어. 괜히 손을 푹 담그는 건 싫어서 수건으로 바닥을 먼저 막아보려고 했는데, 그 수건이랑 거품이랑 결이 안 맞아서 더 미끄러웠다. 결국 젖은 수건으로 임시로 길을 막고, 세탁기 문을 열어보려 했는데 뚜껑을 열면 더 쏟아질 것 같아서 참았어. 손도 얼어버리고 심장도 빨라지고, 머리는 하얘지고… 진짜 당황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
세탁기 안을 들여다보니 거품이 너무 많아서 물이 제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어. 원래는 거품이 잘 헹궈져야 하는데, 내가 넣은 세제가 과했거나 혹은 액체 세제를 넣어놓고 헹굼이 약한 코스를 돌린 것 같았어. 그 순간 떠오른 게 “설마 거품이 배수로 들어가서 막히는 거 아냐?”였고, 배수구 쪽으로 눈을 돌리는데 이미 하얀 거품이 줄줄이 흘러가고 있더라.
그래서 가장 먼저 배수구를 확인했어. 배수구 커버를 빼니까 거품이 안에까지 들어가서 뭔가 하얀 덩어리처럼 뭉쳐 있었고, 물이 원활하게 빠지지 않는 상태였어. 그 덩어리를 뭔가로 떠서 버리려고 했는데, 손으로 만지면 더 번질 것 같아서 비닐장갑을 끼고 휴지로 최대한 걷어냈어. 휴지가 바로 미끄덩해지면서 ‘아 이거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손 뻗어서 조금씩 치우니까 통로가 조금씩 뚫리는 느낌이 오더라.
그 다음은 바닥 수습이 문제였어. 거품은 닦아도 닦아도 계속 새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내가 미처 못 막아서 남아있던 게 흘러나온 거더라. 마른 걸레로 먼저 거품을 모으고, 그걸 버리고, 물걸레로 한 번 더 닦고… 또 닦고… 이렇게 반복했어.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더 번질까 봐 조심했는데, 결국은 물걸레로 헹구듯이 닦아내야 냄새가 덜 남더라. 그리고 그때부터는 거품이 확 줄어드는 게 보였어. “살았다” 싶었지.
냄새도 신경이 쓰여서 세탁기 주변은 물론이고 배수구 주변까지 다시 정리했어. 세탁기는 일단 완전히 멈춰둔 채로 내부에 남은 거품이 가라앉길 기다렸고, 그 다음엔 세탁기 통을 비워둔 상태로 헹굼 코스를 한 번 더 돌렸어. 혹시나 잔여 세제가 남아서 다음 빨래에서 또 거품이 튀어나올까 봐, 이왕 고생할 거 ‘확실히’ 하자는 마음이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닥은 한 번 더 닦고, 환기까지 켜놨어. 비누 냄새가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더라.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나는 다음날 출근 준비하면서 빨래 바구니에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혹시나 세탁기 배수 라인에 뭔가 남아있을까 다시 걱정하게 됐어. 그래서 휴대폰으로 배수구 막힘 관련 글도 찾아보고, 세제 양도 다시 기준을 세웠거든. 결론은 간단했어. ‘세탁기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자취방은 더더욱 예민하다.’ 세제는 설명서 기준을 따라야 하고, 거품이 많은 세제면 코스를 잘 골라야 하고, 무엇보다도 배수구 상태를 한 번씩은 봐야 하더라.
그날 이후로는 세탁기 돌릴 때 문 닫고 멀리 가지 않아. 딱 10분만이라도 보고, 물이 제대로 돌고 있는지 확인하고 넘어가. 그리고 세제는 예전처럼 “대충 한 번에 확” 넣는 게 아니라, 계량컵으로 소량부터 시작해. 물론 거품이 한 번 넘친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그 하얀 게 바닥을 타고 번지던 순간만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져. 그래도 다행인 건, 결국엔 내가 수습해서 냄새도 잡고 바닥도 정상으로 돌렸다는 거야. 자취는 혼자서 버티는 생활이니까, 한 번의 실수도 수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