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계산 중 내 뒤쪽에서 자잘한 유리 부딪힘 소리가 났어
편의점에서 계산 중 내 뒤쪽에서 자잘한 유리 부딪힘 소리가 났어. 처음엔 그냥 누가 물건 떨어뜨리거나 진열된 병이 흔들린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딱딱”이 아니라, 아주 작고 촘촘하게 이어졌어.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였는데도 말이야.
그때 내가 결제하려고 카운터 앞에서 지갑을 꺼내고 있었거든. 계산대 앞에 다른 손님은 없었고, 직원도 포스 화면만 보면서 바코드 찍는 중이었어. 그런데 내 등 뒤, 계산대에서 한두 발쯤 떨어진 자리에서 소리가 났어. 마치 유리병 몇 개가 서로 부딪히는 것처럼, 아주 짧은 간격으로 계속 이어지더라.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어. 근데 진열대 쪽은 멀쩡했어. 음료수 라인도 흔들리는 것 같진 않았고, 바닥에 깨진 조각도 없었고. 혹시 누가 계산대를 등지고 서서 작은 유리 조각을 만지작거리는 건가 싶어서, 내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천천히 시선을 옮겼지.
근데 이상하게도 사람은 딱히 안 보였어. 내가 서 있는 위치랑 카운터 옆 통로가 겹치긴 했지만, 그쪽에 손님이 서 있었다면 내가 봤을 타이밍이었어. 편의점은 워낙 동선이 좁아서 뒤에 사람이 있어도 시야에 어느 정도 걸리거든. 그런데 그 소리만은 계속 났어. “짤랑, 짤랑” 하면서, 유리끼리 부딪히는 소리 그대로였어.
직원은 내가 멈칫하는 걸 봤는지 “결제는…?” 하고 짧게 물었어. 나는 웃으면서 “아, 잠깐만요”라고 하고 카드 결제하려 했지. 그런데 결제하려고 팔을 뻗는 순간, 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어. 등 뒤가 아니라, 귀 바로 옆에서 나는 것 같았달까. 몸이 먼저 반응해서, 소름이 확 올라왔어.
그래서 카드 결제를 미루고 다시 뒤를 봤는데, 이번엔 시야 한쪽이 묘하게 어두웠어. 조명이 천장에 달려 있는데도, 그 구역만 약간 어둠이 더 깊은 느낌이 있더라. 물론 편의점이라면 그림자 정도는 생길 수 있어. 근데 그 어둠이 그림자처럼 퍼져 있는 게 아니라, 누가 서 있는 면을 감싼 것처럼 딱 붙어 있었어. 그 상태로 소리는 계속 났고.
나는 결국 직원한테 “저기… 뒤쪽에서 무슨 소리 나요?”라고 말해버렸어. 직원은 별생각 없이 “병 깨진 거 없어요. 손님들 다 괜찮으시죠?” 하면서 진열대 쪽만 한번 훑더라. 직원 시선이 가는 순간, 소리는 뚝 끊겼어. 마치 누가 스위치를 끈 것처럼. 그리고 잠깐 정적이 왔는데, 그 정적이 더 무서웠어. 유리 부딪힘이 멈추고 나니까, 그제야 편의점 특유의 냉기 바람 소리랑 계산기 소리만 또렷하게 들리더라.
직원은 “아마 앞에서 떨어졌나 보네요”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지만 이미 머리 속엔 다른 그림이 떠 있었어. 소리의 리듬이 너무 일정했거든. 그냥 우연히 깨져서 나는 소리라기엔, 자잘한 부딪힘이 너무 오래, 그리고 너무 ‘자기 위치’를 고수하듯 이어졌어. 내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끊기지 않고, 내가 움직일 때마다 가까워졌다가 다시 멈추는 느낌이었으니까.
결제를 끝내고 물건을 들고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밖으로 나갈 때까지 뒤쪽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났어.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가게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렸고. 하지만 편의점 안을 등지고 걸어가는 내내, 문득 문득 귀 근처에서 짤랑거리는 감각이 다시 스치는 거야. 그래서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고, 그냥 건물 벽만 보이고… 그런 식이었어.
한참 뒤에 집에 가서야 생각이 났는데, 그때 내 등 뒤에서 “유리”처럼 들린 게 혹시 진짜 유리병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유리처럼 잔소리 나게 부딪히는 어떤 것이 있었는데, 직원이나 다른 손님 눈에는 안 보였던 걸까. 지금도 가끔 계산할 때 이어폰 소리 없는 날이면, 등 뒤쪽에서 자꾸만 그 리듬이 떠올라. 편의점은 늘 똑같은 조명이고 똑같은 동선인데, 왜 어떤 날엔 소리만 먼저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 그날 이후로는 내가 뒤에 사람이 서 있는 걸 확인하기 전에, 먼저 “소리부터” 경계하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