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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사님이 내게 ‘기사님도 들었죠?’라고 묻더라

2026-09-03 16:29:13 조회 13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이 앞을 보지도 않은 채로 조용히 한 마디 하더라. “기사님도 들었죠?”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가 먼저 이상했는지 기사님이 이상했는지 판단이 안 됐어. 나는 그냥 길 묻는 말인 줄 알았는데, 기사님은 손가락으로 계기판 쪽을 두드리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거든. “오늘, 손님 내리기 전에 또 들리더라고요.”

그때가 밤이었어. 비가 막 그쳤는지 도로가 반짝였고, 택시 유리창에는 물기가 얇게 남아 있었지. 나는 평소처럼 목적지를 말했는데, 기사님은 “알겠습니다” 같은 대답 대신 내 이름을 한번 확인하듯 내 쪽을 힐끗 봤어. 그리고 운전대 위에 놓인 손을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또 그 문장을 반복했어. “기사님도 들었죠?”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순간 좀 웃겼어. 택시에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저런 질문을 하면 보통 ‘귀가 들렸냐’ ‘뭐가 들리냐’ 같은 농담이 섞이잖아. 그런데 기사님 표정은 농담을 하는 얼굴이 아니었어. 입꼬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눈만 아주 살짝 떨리는 것 같았고, 말투는 마치 누군가에게 이미 여러 번 들려준 설명을 꺼내는 것처럼 딱딱했어.

“뭘요?” 하고 내가 물었을 때, 기사님은 잠깐 숨을 고르더니 택시 안의 공기를 손끝으로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했어. “손님도 아시잖아요. 뒤에서요.” 나는 뒤를 돌아봤는데, 뒷좌석은 그냥 짐가방 하나랑 물티슈 몇 장이 있을 뿐이었어. 그런데 돌아보는 순간, 귀 뒤쪽이 아주 차갑게 쓸린 느낌이 들어서, 목덜미가 자동으로 긴장하더라.

“저기, 지금도 들려요”라고 기사님이 말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말로 택시 안에서 아주 낮은 소리가 났어. 정확히는 ‘사람 목소리’라고 단정하기 어려운데, 마치 누가 벽 너머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아주 얇고 길게 이어지는 소리였지. 나는 순간 심장이 빨라져서 숨을 들이마셨는데, 이상하게도 소리는 내 숨소리랑 맞물려서 더 또렷해졌어.

기사님은 그 소리를 피하려는 듯이 길을 갑자기 바꿨어. 원래 가려던 길보다 한 블록 돌아서 신호를 맞췄는데, 돌아가는 동안 손님인 나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길바닥의 점선을 계속 확인하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운전 중에도 계속 “기사님도 들었죠?”를 반복했지. 마치 그 질문이 택시 안의 어떤 규칙 같은 거라서, 그걸 확인하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처럼.

그때 나는 머릿속이 이상하게 정리되더라. 아까부터 내 귀에 똑같은 문장이 떠돌았던 것 같아. 집에 있을 때, 샤워를 하고 나오던 순간이나, 늦게까지 휴대폰 화면을 보다가 눈이 피곤해졌을 때… 분명히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고, 그다음에 “기사님도 들었죠?” 같은 말이 덧붙었던 기억이 났어. 사실 확실히 들었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 오늘 택시에서 그 질문을 듣고 보니까 단서가 맞물린 거야.

“저는 처음 듣는 말인데요”라고 내가 말하자, 기사님은 아주 짧게 고개를 저었어. 그리고 “처음 아니었을 거예요”라고 했지. 그 말 뒤로 잠깐 침묵이 생겼고, 그 침묵 사이로 아까 그 낮은 소리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손에 힘이 들어가서 가방 끈을 꽉 잡았고, 기사님도 계기판 위로 시선을 내리깔았는데, 그 눈빛이 ‘확인’이 아니라 ‘버티기’ 같았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기사님이 차를 멈추면서도 내리라는 말은 먼저 안 했어. 대신 미세하게 고개를 돌려서 내 쪽을 봤고, 아주 낮게 한마디를 더 했어. “손님이 내리면, 그 소리도 따라 내릴 거예요.” 나는 웃으려고 했는데 입이 굳어버렸는지 소리가 안 나오더라. 택시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뒷좌석 쪽에서 아주 조용한 ‘찰칵’ 같은 소리가 났어. 마치 누군가가 택시 안의 공간을 ‘확정’하고 움직인 것처럼.

나는 뒤를 다시 보지 않고 바로 뛰듯이 내려서 계산을 하려 했어. 그런데 영수증은 이미 끊겨 있었고, 카드 단말기도 화면을 켠 상태 그대로였는데, 기사님은 현금을 받는 손짓도, 거스름돈을 말하는 것도 없이 그냥 운전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지. 문을 닫자마자 소리는 뚝 끊겼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만 더 크게 들렸어. 그리고 그날 밤, 집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귀 뒤쪽에 아주 옅은 물기 자국이 있었어. 누가 물티슈로 닦아둔 것처럼, 딱 한 번 닦인 모양으로.

지금도 가끔 택시를 타면, 창밖은 멀쩡한데 귀 안쪽 어딘가에서 그 문장이 먼저 떠올라. “기사님도 들었죠?”를 내가 들을 차례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내가 확인해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 그 질문이 제일 무서운 건, 대답하지 않아도 계속 내 안에서 들린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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