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때 상대방 취향 존중하는 방법
나는 연애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이 사람 취향을 내가 맞춰줘야 하나?” 같은 생각을 자주 했어. 근데 어느 날 데이트에서 딱 깨달았거든. 상대가 날 기분 좋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만큼, 나도 상대의 기준을 존중해주는 방식이 따로 있다는 걸.
첫 데이트 다음 주였는데, 카톡으로 “이번 주엔 뭐 해볼까?” 하고 물었더니 상대가 “그냥 편하게 전시 보러 가고, 그 다음엔 맛있는 거 먹자”라고 하더라. 나는 약간 즉흥형이라 “전시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냥 카페 가자” 이렇게 말할 뻔했어. 근데 여기서 바로 ‘싫어’라고 박으면 상대가 서운할 것 같아서 한 번 멈췄지.
카톡 대답을 이렇게 바꿔서 보냈어. “전시 완전 취향 맞는 거면 좋겠다. 나도 가보고 싶긴 한데, 솔직히 오래 앉아있는 건 약해서 중간에 쉬는 코스면 어떨까?” 상대가 “오, 나도 그거 생각했어. 전시 길지 않은 곳 찾았어”라고 하더라. 그 말 듣고 나도 “그럼 나도 전시 끝나고 너가 골라주는 메뉴로 가자”라고 붙였고. 이렇게 ‘싫음’ 대신 ‘조건 조정’으로 말하니까 분위기가 확 편해졌어.
실제로 데이트 당일, 전시 들어가자마자 나는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어서 표정이 좀 굳을까 봐 걱정했거든. 근데 상대가 내 옆에서 설명을 길게 안 하고, “이거 너한테는 어떤 느낌이야?” 이런 식으로 짧게 물어보는 거야. 그래서 나는 억지로 감탄하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처음엔 잘 모르겠는데, 색이 들어오니까 좀 편해지네” 정도로만 말했어. 상대도 “맞아, 나도 처음엔 어려웠는데 보다 보면 편해져” 하고 같이 웃었고.
중간에 휴식 코너에서 음료 고를 때도 그게 티가 났어. 나는 그냥 빨리 주문하고 나가고 싶었는데, 상대는 “여기 시그니처 한 번 먹어보고 싶다”라고 하더라. 나는 “나 단 거 별로인데”라고만 하면 또 상대가 움츠러들까 봐, “시그니처는 너가 고르면 나는 그 옆에 있는 다른 메뉴로 하나 고를게. 우리 반반 나눠 마시자” 이렇게 제안했어. 결과적으로 두 개 시켜서 한 잔씩 나눴는데, 그 순간이 되게 ‘내가 너랑 같이 있는 느낌’이 들더라.
그 다음 식당에서도 똑같이 적용됐어. 상대가 “여기 웨이팅 있는데도 괜찮대”라고 했고, 나는 순간 귀찮아서 “그냥 다른 데 가자”로 가고 싶었거든. 근데 대신 카톡에서 이미 합의했던 걸 떠올렸어. “웨이팅 괜찮아? 나는 괜찮긴 한데 오래 기다리면 예민해질 수는 있어. 괜찮으면 ‘몇 분까지’로 정하고 가자”라고 말했지. 상대가 “좋아, 30분 넘으면 다른 데 가자”라고 하더라. 실제로 25분쯤 됐을 때 들어가니까 서로 ‘기준이 있으니까’ 불만이 쌓일 틈이 없었어.
근데 취향 존중이 “무조건 맞춰주기”로 보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더라. 나는 그날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했어. ‘상대가 좋아하는 걸 내가 해주는 게 존중이지만, 내 감정이 없으면 그건 그냥 참고만 있는 거잖아.’ 그래서 다음 데이트부터는 더 솔직한 톤을 연습했어. 예를 들어 “나는 이런 건 좀 느긋하게 하는 게 좋아” “내가 싫은 건 딱 그 부분이야” 이런 식으로, 감정은 숨기지 않되 상대의 선택을 꺾지 않는 말투로.
그래서 요즘은 데이트 계획을 세울 때 이렇게 해. 먼저 상대가 원하는 걸 듣고, 그다음 내 컨디션이나 선호를 덧붙여. “네가 전시 가고 싶다 했지? 나도 가는데, 다음 일정이 빡빡하면 힘들 것 같아. 전시 후에 산책 20분 정도만 하고 바로 밥 먹으면 좋을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상대가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자”로 바로 받아주면, 그때 나는 마음이 편해져. 내가 사랑을 ‘맞춰주기’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같이 조율하기’로 하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
사실 취향 존중은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게 아니더라. 카톡에서 어떻게 답하는지, 데이트 중에 표정으로 불편함을 숨기는지, 그리고 선택이 틀렸을 때도 “아, 그럼 다음엔 이렇게 하자”로 마무리하는지가 쌓여서 관계가 단단해지는 것 같아. 그날 전시에서 내가 억지로 감탄하지 않았던 게, 그리고 대신 나눠 먹자고 제안했던 게, 이상하게도 우리 사이를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거든.
지금 생각하면 상대가 내 취향을 바꿔달라 한 적은 없는데, 나는 너무 일찍부터 ‘내가 맞춰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 다음 데이트에서는 또 어떤 기준으로 조율하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보면서 조금씩 맞춰갈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들면, 집에 돌아오는 길이 이상하게 덜 차갑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