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도착 알림이 나오기 전에 이미 문이 열려 있었어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도착 알림이 나오기 전에 이미 문이 열려 있었어. 분명히 “딩” 소리도 안 났고, 버튼도 그냥 누른 상태였는데, 12층을 찍는 순간 문이 먼저 벌어지더라. 나는 그날따라 유난히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안내방송이랑 경고음이 다 묻혔을 거라고, 그냥 피곤해서 착각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냥 느낌이 아니었어.
그날 나는 늦게 퇴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어. 퇴근 시간이라 사람도 꽤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다들 표정이 비슷했거든. 말은 안 했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 분위기랄까. 버튼을 누르자마자 층수가 올라가는데, 나는 12층 버튼에 손을 올린 채로 잠깐 멈추는 습관이 있어. 손가락 감각으로 “지금쯤 도착하겠지”를 체크하는 거야. 그런데 그 순간, 멈추는 감각도 없이 문이 먼저 쩍— 하고 열렸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보통은 먼저 도착 알림이 울려. 그 회사는 “도착하였습니다” 같은 멘트가 나오는 편이거든. 그런데 아무 소리도 없었어. 문틈으로 보이는 복도는 분명 우리 건물 복도인데, 전등 밝기가 너무 흐릿했어. 그리고 제일 이상한 건, 복도 바닥에 반사되는 내 모습이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다는 거야. 나는 아직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데, 반사된 나는 이미 안에서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느낌?
나는 얼어붙어서 그냥 문 앞에 서 있었어. 누가 나와서 들어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뒤에서 “어? 왜 열려?” 같은 말도 안 나왔어.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내 어깨를 살짝 건드렸는데, 그 손이 닿는 순간에야 문 안쪽에서 바람 같은 게 확 불었거든. 여름인데도 피부가 서늘하게 식었고, 그 바람에 섞여 있던 냄새가… 세제가 아니라, 젖은 천 같은 냄새였어.
그때에야 엘리베이터 내부 화면이 아주 짧게 깜빡였어. 층수는 12층 그대로인데, 글자가 한 번 깨지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리고 그 깨진 순간에 잠깐, 알림이 아니라 다른 단어가 떠오른 것 같아.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어. 그런데 화면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도, “도착하였습니다” 멘트는 끝내 나오지 않았어. 문은 열린 채로 멈춰 있었고, 복도는 조용했는데… 어디선가 너무 낮은 음으로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렸어. 사람 소리도 아니고, 기계의 소리도 아닌데, 자꾸 리듬처럼 반복되더라.
나는 용기 내서 한 발을 내딛었어. 보통이라면 문 앞에서 바로 발을 내딛는 거잖아. 그런데 바닥에 닿는 느낌이 이상하게 무뎠어. 마치 복도 바닥이 살짝 젖어 있는 것처럼 발바닥 감각이 흐릿했고, 신발 밑창이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 느낌이었지.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려다가, 중간에 멈춘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 “어—” 하고 끊기듯이. 돌아보면 얼굴이 누구인지도 안 보였고, 다들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어. 나만 뒤를 확인하려고 몸을 돌린 사람처럼.
문틈에서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손잡이를 잡으려 했는데, 손잡이가 차갑기보단… 너무 매끈했어. 손바닥에 닿는 마찰이 없을 정도로. 그 회사 엘리베이터 손잡이는 원래 약간 거칠거칠한데, 그날은 그냥 매끈한 금속 느낌이었거든. 나는 그 순간부터 “나 지금 뭔가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바로 물러서려 했는데, 문은 닫히지 않고 열려 있는 상태 그대로였어. 내가 한 발 뺐다가 다시 넣어도 문이 그대로였고, 복도 전등만 깜빡이며 유지됐어.
다행히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결국 짧게 기침을 했어. “험—” 하고 소리가 나자마자, 엘리베이터가 평소처럼 반응하는 것처럼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어. 닫히는 동안에도 도착 알림은 없었는데, 문이 절반 정도 닫혔을 때 갑자기 “띵” 하는 소리랑 함께 정상 멘트가 울렸어. 그 멘트가 너무 늦어서, 마치 아까의 상황을 뒤늦게 수습하듯이 들리더라. 문이 완전히 닫힌 뒤에야 화면이 다시 멀쩡하게 층수를 표시했는데, 내가 분명 12층을 눌렀는데도 화면에는 11층이 찍혀 있었어.
나는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을 바꿨어. 같은 층을 누르는데도, 가끔은 문이 먼저 열릴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었거든. 동료들한테는 농담처럼 “도착 알림 전에 문 열리는 거 가끔 있던데?”라고 물었는데, 다들 웃으면서 “그거 사람 많아서 센서가 민감한 거 아니야?”라고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내가 눈앞의 장면을 말할 때마다 표정이 굳었어. 그리고 다음부터는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는 걸 유난히 꺼리더라. 마치 누군가가, 아직 알림이 오기 전에 나가면 안 된다는 규칙을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도 가끔 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 있다가, “도착하였습니다”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문이 살짝 벌어지는 걸 상상하게 돼. 그날의 복도 전등이 흐릿하게 깜빡이던 기억이 자꾸만 뒷목을 당기는 느낌이 있어. 그리고 제일 소름인 건, 그 화면이 깜빡이던 순간 다른 단어가 떠오른 것 같다는 부분이야.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지만…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 회사 엘리베이터는 ‘도착’이 아니라 ‘해제’ 같은 걸 먼저 알려주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