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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뒤에 사람이 멀쩡히 서 있었어

2026-09-04 16:29:12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뒤에 사람이 멀쩡히 서 있었어. 딱 그 순간만큼은 진짜로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은데, 손잡이를 잡고 있던 내 손이 굳는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지금도 가끔 꿈에서 돌아와.

그날 나는 야근하고 내려오던 길이었고,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어. 사람은 나 말고 없었고, 알림창엔 9층부터 계속 ‘승객 없음’ 같은 느낌으로 조용했거든. 엘리베이터 특유의 바닥 진동 소리만 들리고, 천장 거울 같은 곳에 내 얼굴이 슬쩍씩 흔들리는데, 그게 더 묘하게 불안하게 만들었어.

문제의 장면은 1층에서 시작됐어. 1층 버튼 옆에 손가락을 떼자마자 “딩” 하고 도착 표시가 뜨더니, 유리문이 천천히 열렸지. 보통은 바로 앞에 로비가 보이잖아. 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내 눈앞 로비가 아니라 엘리베이터 안쪽의 공기가 먼저 바뀌는 느낌이 났어. 그때 이미 문 틈에 사람이 끼어 있는 게 아니라, 문이 완전히 열린 뒤에 바로 뒤에 누군가가 멀쩡히 서 있었던 거야.

정확히 말하면, 나는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 있었고, 내 앞은 거울처럼 비쳤는데, 문이 열린 순간 내 등 뒤에서 숨 쉬는 사람처럼 존재감이 생겼어. 뒤를 돌기 전에 먼저 확인이 됐던 건 소리 때문이야. 엘리베이터가 멈춘 뒤엔 원래 조용한데, 누군가가 가만히 서 있다가도 아주 작은 신발 마찰 같은 소리가 났거든. 그 소리가 내 등 뒤에서 났다는 게 미친 듯이 이상했어.

돌아보니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어. 점퍼를 걸친 채로, 손은 아무 데도 안 짚고,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딱 서 있더라. 표정은 별로 감정이 없어 보였고, 눈이 마주쳤는데도 먼저 인사 같은 건 안 했어. 난 그때부터 생각이 이상하게 꼬였어. ‘나 혼자 탄 거 맞는데…’ ‘문 열리기 직전에 누가 탔나?’ ‘근데 왜 나는 전혀 못 봤지?’ 이런 질문이 동시에 머리를 때리는데,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어.

남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만 기울였을 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들은 것 같았어. 근데 입이 움직이진 않았고, 대신 엘리베이터 내부 스피커에서 잡음이 아주 짧게 스쳤어. “지잉—” 하는 소리 같은 거. 그 소리가 나는 순간적으로 “문 열리면 뒤에 서 있어”라고 번역된 것처럼 들렸고, 그게 더 공포였어. 말을 안 했는데도 어떤 지시를 받은 느낌이랄까.

나는 자동문 때문에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서 손을 뻗었지. 그런데 버튼 아래에 손이 닿는 찰나, 그 남자가 아주 천천히 한 걸음 물러났어. 물러나는 방향이 엘리베이터 문 쪽이 아니라,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방향이었어. 이상하지? 분명히 뒤에 서 있던 사람이었는데, 걸음은 한 걸음인데도 순간적으로 거리감이 늘어난 느낌. 마치 내가 뒤를 바라보는 동안에만 존재가 접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때 깨달은 게 있었어. 내가 탔던 엘리베이터는 버튼에 층이 잘 표시됐는데, 남자가 나타난 뒤로는 표시등이 1층이 아니라… 아무 숫자도 아닌 것처럼 보였어. 분명히 ‘1’이 꺼져 있었거든.

문이 완전히 열려 로비 공기가 들어오는데도 남자는 계속 그대로였고, 나는 결국 “아, 사람 탔나 보다” 하고 합리화하려고 했어. 하지만 로비 바닥을 한 번도 확인하지 못했어. 왜냐면 그 남자가 내 시야의 중심을 잡아먹고, 시선을 빼앗는 느낌이 강했거든. 이건 설명이 잘 안 되는데, 화면이 흔들리는 것처럼 눈이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는 그냥 엘리베이터 안의 정면을 보면서, 문 닫힘 버튼을 눌러버렸어.

문이 닫히기 시작하자 남자의 모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문틀 유리 안쪽에 잠깐 비친 것처럼 보였어. 닫히는 동안에도 그는 내 뒤에 그대로 서 있는 것 같았는데, 유리 속 반사에서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서 있는 것처럼 보였지. 그 차이가 사람을 미치게 해. 마지막으로 문이 “딱” 하고 닫혔을 때,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 내부 조명이 잠깐 흔들렸어.

그리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려는데, 1층이 아니라 2층으로 표시가 바뀐 걸 봤어. 내가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 그제야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고, 난 급하게 1층 버튼을 눌렀지. 근데 누를 때마다 버튼 반응이 늦었어. 마치 누르는 속도보다 무언가가 먼저 결정된 것처럼. 결국 다시 1층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는데… 로비는 평소랑 똑같았고, 아까 그 남자 같은 건 아무도 없었어. 이상하게도 그때는 등 뒤가 차갑지 않았고, 오히려 내 심장이 좀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뜨겁더라.

그 뒤로도 엘리베이터만 타면 문이 열리기 전까지 숨을 참고 보게 돼. 그리고 이상한 건, 다음번부터는 사람이 없는데도 문이 열릴 때마다 “바로 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감각이 먼저 와. 실제로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면 늘 아무도 없는데, 돌리기 직전에 이미 알고 있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자리를 열어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도 로비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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