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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내 PX 영수증이 다른 병사의 상자에서 발견됐어

2026-09-05 16:29:11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내 PX 영수증이 다른 병사의 상자에서 발견됐어. 그날은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저녁 점호 끝나고 내무반에서 물건 정리하다가 영수증 한 장이 바닥에 구겨져 있는 걸 봤거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떨어뜨렸나?”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영수증에 찍힌 날짜가 내가 PX 갔다 온 날이랑 똑같더라. 문제는 그 영수증이 내 물건이 들어있는 상자 안에서 나온 게 아니라, 옆자리 선임이 쓰는 상자에서 나왔다는 거야.

상자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우리 내무반에서 다들 쓰는 플라스틱 서랍 같은 거지. 나는 원래 PX 영수증 같은 건 신경 안 쓰는 편이었는데, 그걸 누가 굳이 상자 속에 넣어뒀다는 게 이상했어. 게다가 종이 모서리가 여러 번 접힌 흔적이 있었고, 글씨도 네모칸에 볼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더라. 대충 “몇 월 며칠” “몇 시쯤” 같은 식의 메모였는데, 그게 내 영수증이랑 연결되는 순간부터 머리가 뜨거워졌어.

나는 선임한테 바로 말할까 하다가도, 괜히 오해만 키울까 싶어서 일단 혼자 확인했어. 영수증을 펴봤는데, 결제금액이 내가 산 것들이랑 그대로 맞아떨어졌어. 라면이랑 음료, 예비로 산 간식까지 항목이 같았고, 영수증 하단의 가맹점명도 내가 들른 곳이랑 동일했어. 그런데 이상한 건, 내 영수증에는 없던 “추가 표시”가 되어 있더라. 내가 처음 봤던 날엔 없던 것 같았는데, 그 표시가 마치 누가 일부러 ‘이 영수증을 알아보게’ 만든 것처럼 보였거든.

그때 내 옆 상자 쓰는 병사가 슬쩍 옆에 앉았는데, 표정이 묘하게 굳어 있었어. 원래는 장난도 잘 치고 말도 많은 애였는데, 그날은 질문을 던지기 전부터 눈을 피하더라. 나는 일부러 아무 말 안 하고 영수증을 다시 접어서 상자 위에 올려뒀어. 근데 그 애가 혼잣말처럼 “어… 그거 누가…” 하고 중얼거렸는데, 그 말이 내 귀에 딱 걸렸지. 그 순간 확신은 아니지만, 이게 단순 실수는 아니겠구나 싶었어.

다음 날 아침, 우린 영내에서 분대장 호출을 받았고, 사소한 물품 정리 얘기가 나왔어. PX에서 산 것들 중 일부가 누락된 것 같다, 누가 어디서 뭘 샀는지 확인해보자, 이런 식으로.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어제 영수증이 떠오르더라. 나는 가만히 있으면 더 꼬일 것 같아서, 분대장한테 “어제 제 영수증이 옆 상자에서 발견됐는데 혹시…” 하고 조심스럽게 말했어.

분대장은 잠깐 멈칫하더니, “영수증은 영수증이고, 상자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네가 책임지기 어려울 거다” 같은 말로 얼버무렸어.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제일 찜찜했어. 마치 내가 뭔가를 꾸민 사람처럼 취급하는 느낌이랄까. 그 뒤로 분대장이 옆 상자를 쓰는 병사를 불렀고, 둘 사이 대화가 짧게 오가는데도 공기가 확 달라졌어. 나는 듣지 못했지만, 말투에서 뭔가가 잘못됐다는 건 느껴지더라.

점심때쯤, 그 병사가 잠깐 나한테 다가와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어. “형, 어제 그거… 내 상자 안에 넣은 거 아니야.” 그리고 손바닥만 한 종이를 보여줬는데, 그 종이에도 뭔가 적혀 있었어. ‘네 영수증이면 확인되니까, 혹시 문제 생기면 말하지 말아줘’ 이런 뉘앙스였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이해 못했는데, 한 가지는 확실했어. 이 애도 무언가에 휘말린 거고, 그 중심에 내 영수증이 들어가 있었다는 거.

그래서 난 그날 이후로 조심을 더 했어. PX 갈 때 영수증을 바로 버리지 않고, 영수증을 별도로 모아서 주머니 안에 넣어두기 시작했거든. 근데 문제는, 내 영수증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이 계속 남아버렸다는 거야. 다음에 또 어떤 식으로든 누가 내 물건과 엮으면, 난 설명할 기회도 없이 그냥 의심만 받게 될 것 같았어. 밤에 잠도 잘 안 왔고, 물건 찾을 때마다 손이 먼저 주머니로 가는 버릇이 생겼지.

며칠 뒤, 분대장 지시로 내무반에서 물품 대조 비슷한 게 한 번 더 있었어. 그때는 영수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단, 특정 물품 행방을 확인하는 분위기였는데, 묘하게도 “기록에 남는 것”을 강조하더라. 결국 내 영수증 이야기는 크게 번지진 않았어. 다만, 그 병사가 결국 분대 생활을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배치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소문이 돌 때마다 사람들 표정이 다 한결같이 어딘가 찝찝했어.

나는 아직도 가끔 그날을 떠올려. 왜 하필 내 PX 영수증이었을까, 왜 다른 상자에서, 왜 표시까지 해뒀을까. 그때 내가 당장 따졌으면 더 커졌을지도 모르고, 가만히 있었으면 그냥 지나갔을지도 몰라.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군대에서는 종이 한 장이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고, 누군가의 상자 안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실수’라는 말로는 덮기 힘든 일이 생긴다는 걸, 내 영수증이 보여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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