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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서 새벽마다 우유배달 봉투가 꼬여 있어

2026-09-06 04:29:09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에서 새벽마다 우유배달 봉투가 꼬여 있어

처음엔 그냥 내가 늦게 자서 그런 줄 알았어. 새벽 네 시쯤이면 어김없이 현관 앞에 우유배달 봉투가 놓이는데, 그날따라 봉투가 마치 손으로 몇 번이나 비틀린 것처럼 꼬여 있었거든. 끈은 멀쩡했는데, 비닐 봉투 자체가 X자처럼 접혀서 바닥에 닿는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어. 손댄 적 없는데도 말이야.

다음 날도 똑같았어. 우유가 든 건 당연히 정상적으로 있었고, 열어보면 새거나 흘린 자국도 없었는데 봉투만 이상했어. 특히 창문으로는 마당이 한눈에 보이는데, 새벽에 누가 지나가는 그림자 같은 것도 안 보였어. 시골이라 대체로 조용하잖아. 그래서 더 이상했지. 발자국 소리가 날 만큼 조용한데도 없었으니까.

나는 그날 밤 잠을 얕게 잤어. 현관 쪽을 바라보면서, 혹시 바람에 봉투가 엉킨 건가 싶어서 유리문틈도 확인하고, 배달함 뚜껑도 만져봤어. 그런데 뚜껑이 걸리는 데가 없었고, 바람이 불어도 봉투가 바닥에서 저렇게 접히기 어렵더라. 게다가 봉투가 꼬인 모양이 매번 비슷했어. 마치 같은 동작으로 한 번 더 꼬아 놓고 가는 느낌.

세 번째 날엔 아예 기록을 해봤어. 휴대폰 타이머로 새벽 시간대에 현관 앞을 켜놓고, 빛이 닿는 각도도 맞췄지. 결과는 더 얼떨떨했어. 영상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배달 시간대에 딱 맞춰 봉투가 ‘놓이는’ 장면만 찍혔어. 그런데 봉투가 바닥에 닿는 순간, 공기가 한 번 쓸어가는 것처럼 비닐이 휙 한 번 꺾였거든. 마치 누가 잡았다 놓은 것 같은 각도였어.

그래서 그날 낮에 우유가게에 전화했어. “봉투가 왜 이렇게 자꾸 꼬여서 오죠?” 물어보니까, 사장님이 처음엔 웃더라. “바람에 접히는 거 아니에요? 봉투가 얇긴 해서요.” 그런데 내가 사진도 보여주니까 그제야 말투가 달라졌어. 잠깐 조용해지더니 “가끔요. 그런 집이 있긴 해요.” 하고, 더 묻기도 전에 전화를 끊더라.

그 뒤로는 일이 커졌어. 꼬인 봉투가 오는 날엔 유난히 집 안이 조용해지는 거야. 보통 새벽이면 멀리서 개가 짖거나, 냉장고에서 소리가 나거나, 전봇대가 흔들리는 잡음이 들리는데 그런 게 줄어드는 느낌. 대신 바닥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툭’ 소리가 나. 현관 앞쪽인지, 벽 안쪽인지 구분이 안 되는데, 봉투가 놓인 뒤에만 들리는 소리였어.

나는 그걸 귀신 탓으로 돌리고 싶진 않았어. 그냥 누가 장난치거나, 누군가 몰래 지나가서 봉투를 건드리는 거겠지 싶었지. 근데 장난이라면, 왜 매번 같은 시간대에, 같은 방식으로, 같은 모양으로 꼬일까? 그리고 그 집은 내가 알기로는 밤에 방문객이 거의 없고, 동네도 워낙 조용해. 누가 마음먹고 한다면 들키는 게 쉬운 편이거든.

어느 날은 봉투가 꼬여 있는 것뿐 아니라, 봉투 끈이 반대로 걸려 있었어. 끈을 원래대로 풀면 봉투가 뒤집히는 구조였는데, 누가 조심스럽게 반대로 걸어두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 힘들어. 나는 그날 봉투를 확인하고 바로 끈을 제대로 풀어놨어. 그런데 다음 날부터는 또 같은 모양으로 꼬여 오더라. 내가 풀어도 소용이 없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소름 돋은 건, 내가 우유를 다 마시고 난 뒤였어. 봉투를 버리려고 현관 앞 쓰레기통 옆에 잠깐 내려놨는데, 그 봉투가 바닥에서 살짝 들리더니, 마치 다시 접히는 것처럼 모양이 더 깊어졌어. 내가 손으로 건드린 적 없는데도 말이야. 그제야 생각이 들었어. 누군가가 ‘놓는’ 게 아니라, 봉투 자체가 이미 정해진 대로 꼬여야만 다음 날이 오는 걸지도. 새벽이 되면 현관이 조용히 기다리는 것 같고, 우유가 오기 전 공기부터 먼저 비틀리는 느낌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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