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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받은 의자 등받이에 묻은 먼지가 사람 손모양 같았어

2026-09-06 12: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받은 의자 등받이에 묻은 먼지가 사람 손모양 같았어. 딱 처음엔 “먼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만 신경 쓰이더라. 택배 받고 박스 풀자마자 의자가 눈에 들어왔고, 등받이 위쪽 검은 천 부분에 하얗게 뭉친 자국이 있었어. 자세히 보니 그냥 점들이 아니라, 손을 댄 것처럼 동그랗게 퍼진 모양이었거든.

그날은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구매한 사람이 “깨끗하게 썼어요”라고 말했어서 의심할 틈이 없었어. 나는 의자 등받이를 휴지로 대충 닦았고, 하얀 먼지가 살짝 문질러지며 사라지는 것 같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닦인 자리에 남은 윤곽이 점점 더 또렷해졌어. 먼지가 묻어 있던 자리가 마치 손바닥을 눌렀던 자리처럼 평평한 압흔처럼 보이는데, 경계가 너무 선명했거든.

처음엔 조명 때문이라고 넘겼어. 방등 조명을 켜면 그냥 얼룩처럼 보이는데, 스탠드 조명을 비스듬히 비추면 손 모양이 더 강조됐어. 손가락이 벌어진 듯한 가느다란 선들, 가운데 손바닥이 누른 듯한 두께감. 나는 사진까지 찍어뒀어. 솔직히 말해서 “이게 무슨 장난이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거든. 누가 일부러 묻혀놓은 먼지라기엔 너무 오래된 느낌이었고, 반대로 너무 특정한 모양이라 오히려 더 찜찜했어.

며칠 뒤에야 제대로 청소를 해봤어. 세탁 가능한 커버라고 해서 분리하려고 등받이를 만졌는데, 그때 손끝에 아주 미세하게 가루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어. 마른 먼지가 아니라, 뭔가 천 안에 스며든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물티슈로 한 번 닦았을 땐 겉만 번졌고, 오히려 손 모양이 옅게 겹쳐 보였어. 그럴 리가 없는데, 마치 손이 다시 한 번 살짝 스친 것처럼 형태가 변하는 느낌이 들었지.

나는 그날 밤 내내 의자 옆을 피했어. 방에 의자를 두고 잠을 잤는데, 잠들기 전에 자꾸 시선이 등받이 쪽으로 갔어. 특히 손가락 쪽 윤곽이 신경 쓰였는데, 가만히 있으면 흐릿해지다가도 눈을 깜빡이거나 불을 켰다 끄면 다시 또렷해지는 것 같았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착시였을지도 몰라. 그런데 문제는 내가 착시라고 확신하려는 순간마다, 먼지가 닦인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거야.

그래서 결국 판매자한테 메시지를 보냈어. “등받이에 얼룩이 있는데 혹시 어디에 스치거나 묻은 거 있어요?”라고만 물었지, 손 모양이라고는 말 안 했어. 그랬더니 답이 오길 “그럴 리가 없는데요, 사진 보냈듯이 깨끗했어요. 혹시 배송 중에 먼지가 묻었나?” 이런 식이더라. 배송 중 먼지라면 저렇게 손가락 간격까지 남을 수가 있나 싶었고, 동시에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기도 했어.

그래서 중고 거래 내역을 다시 찾아봤어. 의자 구매하신 분이 이전에 올린 다른 후기나 사진이 있었는데, 등받이 부분이 같은 색감으로 나오더라고. 하지만 그 사진들에서는 그 손 모양이 전혀 안 보였어. 그러면 언제 생겼냐는 건데, 내가 보기에 가장 이상한 건 “시간이 지나며 더 선명해졌다”는 거야. 청소할 때마다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치 천 안에 눌려 있던 기억이 천천히 올라오는 것처럼 남아있었어.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계속 손을 댄 흔적이 남은 채로, 그게 내 방에 들어와서야 모습을 드러낸 느낌.

어느 날은 아침에 출근 준비하다가 순간적으로 확신이 들었어. 의자 등받이의 손 모양이, 내가 앉을 때마다 미세하게 각도가 달라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실제로 의자가 움직인 건 아니고, 내 시선이 바뀌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근데 그 손가락 끝이 마치 내 쪽을 향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나는 순간 등받이 앞쪽으로 손을 뻗어보려다가 멈췄어. “건드리면 진짜 무언가가 나오겠지” 같은 생각이 너무 자연스럽게 들었거든.

결국 나는 의자를 처분하려고 했어. 그런데 판매하려고 사진을 찍는 순간, 등받이의 손 모양이 잠깐 아주 흐릿해졌어. 그래서 나는 “그럼 이제 진짜 끝났나 보다” 하고 안심했지. 그런데 거래 글을 올리고 몇 시간 뒤, 누군가 문의를 보내자마자 손 모양이 다시 또렷해졌어. 문의가 오는 알림이 울릴 때마다, 등받이에 남은 윤곽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어. 이건 진짜로 설명이 안 됐어. 우연일 수도 있지만,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너무 반복됐거든.

지금도 가끔 그 의자 생각하면 등받이 천의 감촉이 손끝에 남아있는 느낌이 들어. 먼지라고 생각했는데, 먼지로 보기엔 너무 “모양”이 정확했고, 또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식이 너무 사람 같았어. 중고로 물건을 받는 건 늘 찝찝함이 남는 일이잖아. 근데 그날 이후로는, 무언가가 묻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이미 누군가의 자리가 함께 들어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더 못 올리고 있어. 사진도 지웠는데, 손가락 끝 모양만은 아직도 눈에 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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