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문 열고 나가면 신발 한 짝만 안 보이던 밤
원룸에서 문 열고 나가면 신발 한 짝만 안 보이던 밤. 그게 무슨 장난인지, 내가 너무 피곤해서 착각한 건지 구분이 안 됐던 날이 있어. 여름이었는데도 이상하게 복도 바닥이 차가워서, 새벽에 현관문만 열면 꼭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일단 사건은 평범하게 시작됐어. 그날도 야근 끝나고 들어와서, 신발을 신발장 옆에 가지런히 두고 침대에 그대로 털썩 앉았지. “아,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겠다” 하면서 폰을 보는데, 딱 그때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내 방 문이 아니라, 복도 쪽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더라.
아침이 됐고 나는 그냥 출근하려고 문을 열었어. 신발은 원래처럼 둘 다 있어야 했는데, 오른쪽 신발 한 짝이 없어. 신발장 위나 아래, 현관 바닥 틈, 심지어 신발장 문을 열어도 없었어. 처음엔 누가 잠깐 착각해서 가져간 건가 싶었는데, 관리실에 물어봐도 “그런 민원 없었다”고만 하더라.
그래서 나는 속으로 ‘장난’이라고 결론 내렸지. 같은 라인에 사는 사람이 가끔 담배꽁초나 쓰레기 같은 걸 복도에 두고 가는 건 봤거든. 그래서 오후에 퇴근하고 다시 확인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없어졌던 그 신발은 그대로 사라져 있고 대신 내가 아침에 놔둔 반대 짝이 조금 옆으로 밀려 있었어. 마치 누가 “여기까지” 라고 선을 그어둔 것처럼.
그날 밤은 더 못 자겠더라. 문 열기만 하면 신발이 사라진다는 게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질 않았어. 나는 문을 닫아 잠그고, 혹시 모르니 현관 앞 바닥을 휴지로 한번 쓸어보려 했지. 그런데 그마저도, 휴지가 다 닿기 전에 공기가 확 식는 느낌이 났어. “누가 문틈으로 숨 쉬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정도로, 바람이 아주 조용하게 들이차더라.
다음 날은 더 적극적으로 해봤어. 퇴근하고 신발을 일부러 방 안까지 들고 와서, 현관 바깥이 아니라 내 방 바닥 한가운데에 두고 잠들었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려고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냥 정상 같았어. 그런데 문을 열고 복도 쪽으로 고개를 내밀자, 신발 한 켤레가 아니라 한 짝만 바닥에 남아 있는 거야. 분명 어제 방 한가운데에 두고 잤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위치가 바뀐 것 같았어.
그때부터는 로그처럼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했어. 문을 열기 직전의 감각, 복도에서 나는 소리, 신발이 옮겨지는 타이밍. 이상하게도 옮겨지는 건 내가 문을 여는 순간 딱 맞춰지는 느낌이었어. 문을 잠깐만 열고 닫아봐도, 확인하러 들어가면 이미 달라져 있더라. “누가 밖에서 훔쳐가나”가 아니라, “내가 문을 여는 행위 자체가 조건”처럼 느껴졌달까.
결국 나는 CCTV를 살펴볼까 했는데, 우리 건물은 개인용 카메라 설치가 어렵고 공용 CCTV도 각자 사는 층 앞을 제대로 안 비추는 구조였어. 관리실도 “정확히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고, 나는 그 말 듣고 더 화가 났어. 그 화는 이상하게 두려움이랑 섞이더라. 누가 나를 놀리려면 더 들키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교묘하게 “내 타이밍”만 건드리는 것 같았거든.
그날 밤, 결국 나는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어. 신발을 또 가져오고, 이번엔 반대 짝을 테이프로 내 방 문턱 옆에 붙여놨어. “적어도 옮겨질 수는 있어도, 테이프에 걸려서 흔적은 남겠지”라고 생각했지. 근데 아침에 확인하러 보니 테이프가 끊겨 있었고, 끊어진 쪽은 내 방 문턱이 아니라 현관 쪽에 흩어져 있었어. 손으로 끊은 것도 아닌데, 바닥에 끈적임이 아주 얇게 펴져 있었고, 그 흔적 방향이 딱 현관문 쪽으로만 이어져 있더라.
며칠이 지나자 나는 신발을 일부러 맞춰 신지 않게 됐어. 한 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날은 출근할 때 문을 열기 전에 신발을 다시 확인하고, 어떤 날은 문을 열고도 확인을 안 했지. 그런데 놀랍게도, 확인을 안 한 날에만 신발이 “그대로”인 것 같았어. 마치 그 존재가 나의 눈을 피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확인’하는 순간에만 나타나는 것처럼. 지금도 가끔 그 방 문을 생각하면, 문을 여는 손끝 감각이 먼저 떠올라. 그날 이후로는, 문을 열기 전엔 신발을 보지 않는 버릇이 생겼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