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님이 벨 대신 문틈으로 종이를 밀어 넣고 갔어
배달기사님이 벨 대신 문틈으로 종이를 밀어 넣고 갔어. 처음엔 그냥 바람에 떨어진 전단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날 밤에 그 종이를 다시 보니까 손끝이 좀 서늘해지더라.
사건은 평범하게 시작됐어. 저녁 9시쯤에 치킨 주문을 해놨고, 앱에는 “현재 문 앞 도착”이 떠 있었지. 나는 소파에서 TV 보다가 인터폰도 안 눌리는 걸 보고 “벨 안 누르시나?” 하고 현관 쪽으로 슬쩍 다가갔어.
그런데 문틈으로 뭔가가 한 번에 “툭” 하는 소리가 났어. 딱 종이가 바닥에 밀려 들어오는 소리 같은 느낌. 나는 순간 짜증나서도 “아, 전단 왔나” 하고 문을 열었는데, 현관 매트 위에 얇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어.
종이는 배달 영수증이나 안내문 같은 형태가 아니었고, 위에 딱 한 줄이 적혀 있었어. 검은 펜으로 급하게 쓴 글씨였는데, 내 이름이 아니라 내 호수를 부르고 있었어. 그리고 그 아래에 짧게 “문틈으로 넣었습니다”라고만 적혀 있었지.
솔직히 그때는 크게 생각 안 했어. 기사님이 바쁘거나, 벨이 고장 났거나, 그런 거겠지 하고. 앱을 확인하니까 배달완료 처리도 이미 돼 있었고, 사진 첨부가 올라와 있었는데 사진 속엔 치킨 박스만 딱 보이더라. 문틈 쪽은 찍힌 게 없었어.
그래도 찜찜해서 다시 문을 닫고, 내가 주문한 곳에 전화해서 “기사님 벨은 안 누르시고 넣고 가신 건가요?” 하고 물었어. 그런데 상담원이 잠깐 뜸 들이더니 “기사님이 ‘문앞에 두고 벨은 안 눌렀다’고 메모 남겼어요”라고 하더라. 아, 그럼 종이는 왜 붙어 있지? 그게 더 이상했지.
그 종이를 자세히 보려고 가까이 다가가는데, 종이 가장자리가 살짝 젖어 있었어. 물기라기보단 뭔가 미세하게 번진 자국처럼. 나는 그걸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다가, 그제야 잉크가 아주 약하게 번지는 걸 봤어. 종이가 그냥 인쇄된 게 아니라, 누군가 문 앞에서 바로 작성한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종이 아래쪽엔 아주 작게 다른 문장이 하나 더 있었어. ‘다음엔 안으로 넣지 마세요’ 라고.
그때부터 머리가 멍해지기 시작했어. 나는 그 말의 뜻을 바로 이해 못 했고, 계속 되짚었지. ‘안으로 넣지 마세요’가 뭘 안으로 넣지 말라는 건지… 내가 뭔가를 문 안쪽으로 밀어 넣을 거라고 예상한 건가? 아니면, 이 종이를 받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경고 같은 건가?
나는 급하게 현관 잠금장치와 문틈을 확인했어. 문은 정상적으로 닫혔고, 유리창 쪽도 멀쩡했는데, 문 바닥 쪽 틈이 평소보다 살짝 넓어 보이는 느낌이 들더라. 물론 착각일 수도 있어. 근데 그날만 유난히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같았고, 새벽에 한 번 밖에서 아주 조용한 걸 “긁” 하는 소리 같은 게 들렸어. 아주 짧게, 마치 누가 문고리를 시험하는 것처럼.
다음날 아침에 앱 주문 내역을 다시 봤는데, 사진 업로드가 이상했어. 치킨 박스 옆으로 얇은 종이처럼 보이는 흰 조각이 아주 조금 찍혀 있더라. 그런데 사진 설명에는 그런 게 없었고, 원래 내가 종이를 현관 매트 위에서 확인한 위치와 거의 같았어. 그걸 보고 나니까, 그 종이가 ‘내가 발견했을 때의 위치’에 맞춰져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 뒤로 배달 왔다는 문자만 오면 현관에 바로 안 나가게 됐어. 누가 문 앞에 두고 가는 건 상관없는데, 내 문틈으로 종이만 밀어 넣고 가는 방식은 뭔가 달랐거든. 지금도 가끔 현관을 닫을 때 문틈 사이로 바람 소리가 스치면, 그 종이에 적힌 문장들이 다시 떠올라. 특히 마지막에 남은 말처럼, 누군가는 이미 “다음엔”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더 소름 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