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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CTV가 가끔 ‘사람 없는 통로’만 보이더라

2026-09-07 00:29:12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CCTV가 가끔 ‘사람 없는 통로’만 보이더라

처음 그걸 눈치챈 건 내가 심야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을 때야. 가끔 재고정리나 확인하느라 CCTV를 켜 두면, 화면 구성이 딱 정해져 있거든. 계산대 정면, 출입문 쪽, 그리고 진열대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 근데 어느 날부터 통로 쪽 카메라만 이상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어. 사람은 없는데도, 마치 지나간 자리에 공기가 남아 있는 것처럼 화면이 “이미 움직인 길”을 보여주는 느낌?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지. 심야 시간엔 손님이 드물고, 그 통로는 거의 안 보이니까. 그런데 새벽 두 시쯤, 출입문 카메라는 아무도 안 들어오는데도 통로 화면에서 발소리 같은 진동이 생기더라. 정확히는 소리가 아니라, 화면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거야. 진열대가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가 그 앞을 지나가려다 멈춘 것처럼.

내가 확인하려고 통로 녹화를 되감으면, 늘 같은 패턴이 나왔어. 진열대 앞에 사람의 흔적은 없어. 근데 통로 한가운데쯤, 공기가 꺾이는 지점이 있어. 그 지점이 생겼다가 사라져. 마치 누가 “여기부터 걸어갈게” 하고 몸을 두는 것처럼. 그런데 되감아 보면 그 구간에서 발이 찍히지도 않고, 얼굴도, 그림자도 안 나와. 진열대는 멀쩡한데, 통로만 잠깐 텅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비어야 할 게 비어 있지 않은’ 상태로 바뀌어.

그래서 나는 매번 그 시간대만 메모했어. 날짜별로, 대략 새벽 2시~2시 20분 사이에 한두 번. 손님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이벤트랑은 상관이 없었고, 계산대에서 결제가 잡히는 시간에도 없더라. 사장님한테 말하면 “전원 들어갔다 나갔다 하냐” “렌즈에 먼지 묻었냐” 같은 말만 돌아와. 근데 먼지라면 계속 뭉개져야 하는 거잖아. 통로만 특정 순간에만 그렇게 변해.

어느 날은 증거를 제대로 남겨보려고, 그 구간을 최대한 확대해서 캡처해봤어. 화면에 보이는 건 평범한 통로, 양쪽 진열대, 그리고 바닥의 줄무늬. 그런데 확대해 보면 바닥 줄무늬가 아주 잠깐 ‘정렬이 틀어지는’ 것 같아.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그림자가 생기거나 그런 건 아닌데, 마치 바닥이 누군가의 체온이나 숨 같은 걸로 살짝 눌린 것처럼 이상한 형태로 퍼졌다가 사라져. 내 눈이 피곤해서 착각하는 걸수도 있지. 근데 그 캡처만은 이상하게 또렷했어.

그 다음부터는 통로 카메라를 켜둘 때마다 등줄기가 서늘했어. 진짜로 무서운 건 “사람이 보인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데도 공간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들었거든. CCTV가 찍고 있는 화면엔 분명 아무도 없는데, 내가 바닥을 보고 있으면 내 시선이 통로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 그 지점에 눈을 오래 두면, 마치 내가 보는 쪽이 아니라 누가 반대편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지는 거야.

어느 새벽엔 내가 직접 확인해보려고 문을 열었어. 기록상으로 딱 그 패턴이 뜨는 시간에, 나는 계산대에서 조용히 나와서 통로 끝까지 걸어가 봤지. 그런데 진짜로 아무도 없어. 출입문도 잠겨 있었고, 누가 뒤따라 왔다는 소리도 없고, 통로 바닥에 신발 자국 같은 것도 없었어. 다만 통로 끝에 도착해서 돌아보면, 그 순간 CCTV 화면이 한 번 “툭” 하고 끊겼다가 다시 켜졌더라. 끊긴 시간만큼, 내 눈앞의 현실은 그대로인데 CCTV만 다른 이야기를 하듯이.

그날 이후로 나는 사장님이랑 사이가 좀 어색해졌어. 말하면 “설정 문제” “해상도” “네트워크” 같은 걸로 정리하려 하니까. 근데 난 너무 자주 봤고, 패턴이 너무 일정해서 그냥 장비 문제라고 넘기기 어려웠어. 통로 카메라는 사람 없는 통로만 보여주는데, 이상하게도 그 통로가 ‘사람이 지나가던 길’처럼 정리돼 있어. 마치 누군가가 매번 같은 동선으로 걸어가는데, 그 동선만 남고 나머지는 지워지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그걸 확정한 건, 내가 퇴근하고 다음 날 출근했을 때였어. 어젯밤에 발생한 시간대 녹화 파일을 재생하려고 하니까, 파일 재생이 아니라 재생 목록에서 해당 구간만 시간이 살짝 밀려 있더라. 정확히는 3분 정도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영상이 존재하는데도 화면이 검게 넘어가. 기술적인 오류라고 치면 설명이 되는데, 검게 넘어간 프레임이 딱 통로에서만 일어났다는 게 계속 걸려. 그 검은 구간이 끝나고 나면 통로는 다시 평범하게 돌아와 있거든.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해. 혹시 CCTV는 ‘사람을 찍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지나가려다 멈춘 그 순간만 기록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순간은, 아직도 우리 매장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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