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비 맞은 흔적이 내 차 트렁크에서만 젖어 있었어
비가 막 그치고 나서였을 거야.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듣고 나왔는데, 내 차 트렁크 쪽에서 이상하게 축축한 냄새가 확 올라왔어.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거든. 근데 손을 대는 순간, 분명히 물기가 있었어. 문제는 비를 맞은 흔적이 차량 전체가 아니라 내 트렁크 한가운데만 젖어 있었다는 거야.
나는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았어. 지하에 비가 새는 곳이 있으면 공통으로 젖는 게 맞잖아? 그래서 바로 차를 살펴봤지. 트렁크의 틈새, 번호판 아래 몰딩, 그리고 뒷유리 하단 쪽이 물기처럼 번져 있었는데, 바닥이나 옆면은 멀쩡했어. 비가 진짜로 새었다면 내 차뿐 아니라 옆 차들도 비슷한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옆에 세워둔 승용차는 멀쩡해 보였거든.
그날은 출근도 늦지 않았고, 퇴근할 때도 뒷부분을 특별히 닦아둘 이유가 없었어. 그런데 집으로 와서 조수석 쪽 창문을 닫는 순간, 트렁크가 덜컥하고 아주 작게 울렸어. “뭐지?” 싶어서 다시 열어봤는데, 안쪽에 고인 물이 있거나 그런 건 없었어. 그냥 외부에서 뭔가가 스며들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흔적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음 날도 확인했어. 비가 안 오는 날인데도 그 자국이 마르지 않은 듯이 남아 있었거든. 세차장 가서 닦으면 말끔해질 줄 알았는데, 물이 스며든 부위만 유독 어두운 색으로 남아 있었어. 물때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오염물이나 기름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냥 물이 “비친 자리”만 남아 있는 느낌이었어.
여기서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 나는 주차할 때 항상 같은 칸을 쓰거든. 지하주차장 가운데 쪽, 기둥에서 한 칸 비켜 선 자리. 그날 트렁크가 젖은 건 그 자리에서만 일어난 거 같았어. 그래서 다른 날에 일부러 한 칸 옆으로 옮겨서 세워봤는데, 그 다음엔 아무 일도 없었어. 비가 와도, 비가 그쳐도, 트렁크가 젖는 일은 없었거든.
그래도 “그냥 우연이겠지” 하고 넘기려다, 이번엔 관리사무소에 물어봤어. 지하에 누수나 배수 문제 있냐고. 돌아온 답은 좀 애매했어. “그쪽 라인이 가끔씩 물이 고이긴 합니다. 다만 차량이 직접 맞는 건 아닐 거예요.”라는 말. 그 말이 더 이상했어. 직접 맞는 게 아니라면, 왜 내 트렁크에서만 물이 고였을까? 내 차가 특별히 뭔가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날 밤, 차 트렁크를 열어두고 안쪽을 휴지로 닦아봤는데, 휴지에 묻어난 게 그냥 습기 수준이 아니었어.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 물이 “따로” 느껴졌거든. 정확히는, 차가 밖에서 비를 맞아 젖은 촉감이랑 뭔가 달랐어. 마치 지하 천장 어딘가에서 떨어진 물이 바로 흩어지는 게 아니라, 아주 잠깐 모였다가 얇게 흘러내려 내 트렁크 중심에만 남긴 것 같은. 그렇게 생각하니 소름이 확 올라오더라.
그 뒤로 나는 퇴근하면 트렁크를 열어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 비가 오는 날이면 특히 더.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기가 생기는 패턴이 매번 비슷했어. 같은 높이, 같은 위치, 같은 모양. 옆면이 젖는 경우는 거의 없고, 트렁크 가운데가 가장 확실했어. 어느 날은 정말 지하주차장에 사람이 지나간 느낌도 없었는데도 그대로였거든. 그 자리에 차를 세우고 있으면, 마치 누가 “딱 그 타이밍에” 무언가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어느 비 오는 새벽이었어. 잠에서 깼는데 휴대폰 알림이 울리더라. 단지 날씨 앱이겠지 싶었는데, 화면에 뜬 건 “주차장 배수 이상 감지” 같은 문구였어. 나는 황급히 내려갔고, 지하주차장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어. 근데 물이 새는 곳은 기둥 뒤쪽이었고, 실제로 물줄기가 내 차 위로 떨어지는 건 아니었어. 그런데도 내 트렁크는 또 젖어 있었지. 그때 확실히 알았어. 물은 어딘가에서 새는 게 아니라, 내 차의 자리를 찾아서 스며드는 것 같다는 걸.
그 이후로 난 그 칸에 차를 절대 안 세워. 비가 오면 다른 자리를 찾아도, 문득 지하주차장 바닥의 반사광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그리고 가장 찝찝한 건, 트렁크가 젖는 건 물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정해둔 “자국”을 남기고 간 것처럼 보인다는 거야. 지금도 가끔, 비가 그친 날 내 차를 열기 전에 손끝이 먼저 떨려. 마치 누가 트렁크 안쪽에서, 아주 조용히 숨을 고르는 기척 같은 걸 느끼는 것처럼.